[에세이] 앉아서 글을 써본다

왠지 기록하고 싶은 하루
글 입력 2023.11.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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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은 들지만, 몸을 일으키기 힘들다. 꾸역꾸역 일어나 아침에 먹어야 할 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대충 옷을 주워 입은 후, 축축한 아스팔트에 발을 대고자 문밖을 나섰다.

 

하루가 규칙적으로 흘러간다. 겉으론 평화롭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가끔 기분 환기도 하며, 다시 집에 돌아온다. 속으론 바람이 분다. 하루 하루 새롭게 드는 고민에 헌 고민을 청소한다. 몸도 어딘가 계속 아프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이지만 티내는 건 멋없어 보이기에 무표정으로 감춘다. 어제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이다. 내 하루는 매우 규칙적이다.

 

속이 쓰리다. 아마 공복에 아침약을 먹었기에 발생한 복통일 거다. 약 10년 전부터 나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자거나,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게 더 급했다. 이제는 아침을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계속 먹어야 하는 약이 있으니, 아침을 먹고 약을 먹어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아침을 거르고 약을 먹어서 속이 쓰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늘은 후자다.

 

규칙적으로 흘러가고, 규칙적으로 아픈 오늘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다. 그럼에도 오늘은 탁자에 앉아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 규칙적인 하루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고 싶어서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본다. 왠지 이 자세 때문에 더 속이 쓰린 것 같다. 정자세로 곧게 앉아본다. 좋아, 이제 글을 쓸 준비가 된 것 같다. 오늘의 소재는, 없다. 꼭 소재가 있어야만 글을 쓰는 건 아니니까.


아트인사이트 10주년 행사에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담화를 나누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글을 쓰는 건 언제부턴가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가 된 것 같다고.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하기 위해 글을 사용한다고. 그래서 난 글 자체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감정으로 대한다. 단지, 글을 통해 내 감정을 완성시키는 것,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글을 쓸 때 몰입한다. 내가 글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얼마나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내 생각이 두리뭉실하면, 두리뭉실한 글이 나온다. 내 생각이 뾰족하면, 뾰족한 글이 나온다. 내 글은 카멜레온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내 글에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내 글에서 결핍을 발견한다. 카멜레온 같은 내 글이지만, 전체적인 굴레는 직관적인 내 성격을 닮아 직관적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내 글을 읽어도 충분히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거울같은 글. 그렇기에 차분하고 깊은 호흡을 통해 단어를 고른 글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왜 내 글은 항상 날이 서있는 듯한 예민함을 가진 걸까. 왜 내 글은 정제되지 못할까. 왜 내 글은 쉽게 읽히기만 할까. 왜 내 글은. 왜. 왜. 만약 내가 좀 더 차분한 성격이었으면 내 글도 날 닮아 차분해졌을까. 그렇다면 내 성격은 왜 이 모양일까.

 

끝없는 자기혐오와 열등감이 주는 고민은 결국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결말에 다다랐다. 난 분명 날 정의하고 있지 않은데, 항상 그다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나라는 사람이 귀결되는 것 같다. 내 글도, 나라는 사람도. 또한 내 글을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날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속이 쓰려온다. 배를 움켜쥐다가 자세를 바꿔본다.

 

내가 아프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은 느꼈지만 당시엔 버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눈물로 얼룩진 하루들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받아오더니, 기어코 올해 초부터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약은, 기존에 내가 썼던 글에 나와있듯이 피부약이다. 눈치도 많이 보고, 스스로에게 영 자신감이 없는 내게 외적으로 드러나는 병이 생겨버리니 울적해졌다. 심지어 원래부터 날 괴롭히던 복통까지 심해져 함께 날 괴롭히니, 정신적으로도 더욱 무너져내렸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도 내가 글을 쓰는 건, 비록 내 글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비록 나 자신이 참 한심하지만, 내일은 몸이든, 마음이든, 글이든, 하루든 변화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 항상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규칙적인 하루에 규칙적으로 몸이 아프고 규칙적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규칙적인 글을 쓰지만, 여기서 불규칙이 하나라도 생기게 된다면, 나는 그걸 환풍구 삼아 더 발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 희망을 위해 규칙적인 글을 남긴다. 그 불규칙을 기다리며, 그 변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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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속이 쓰리지만, 귤을 먹어보자. 자리에 일어나기 전, 저장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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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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