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엘리엇 스미스를 기억하며 [음악]

잔잔한 기타 위에 얹어지는 깊은 목소리, 엘리엇 스미스
글 입력 2022.02.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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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 실제로 지난여름에는 통기타 학원을 찾기도 했다. 간신히 원더월 쉬운 버전을 통기타로 어설프게 퉁길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여름은 끝났고 나는 다시 과제에 파묻혀 기타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꾸준히 기타를 배웠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기타 소리가 들어간 음악이 좋았고, 밴드와 인디 뮤지션들이 좋았다. 조금이라도 닮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 애매하게 생긴 굳은살과 둔한 손 때문에 항상 박자가 늦게 줄을 퉁겼지만, 그래도 내가 기타를 배우고 싶게 만들었던 곡들을 언젠가는 나도 따라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내가 기타를 배우고 싶게 만든 곡들 중 하나가 바로 엘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이다. 기본 코드와 주법 수업을 마친 후, 배우고 싶은 곡을 골라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야심 차게 리스트에 적어 제출했다가 제대로 퇴짜를 맞은 곡이기도 하다. 처음 들은 순간부터 서정적이고 단순한 기타 선율 위에 얹어지는 담백하고 슬픈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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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어떤 사람이 만든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 말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결은 대부분 그 음악을 낳은 사람의 삶과 궤도를 같이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은 들으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이는 부류의 음악이다. 엘리엇 스미스의 생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이 음악을 만들고 이런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의 삶은 너무나 아프고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주 우울한 노래를 듣고 싶을 때 만든 플레이리스트에는 엘리엇 스미스의 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엘리엇 스미스가 앓았던 우울의 무게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우울에 나를 녹이고 싶었다. 우울할 일이 별로 없어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더 이상 엘리엇 스미스의 삶에 감히 나를 대입시키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엘리엇 스미스를 기억한다.

 

 


Miss Misery


 

 

 

아마 영화 [굿 윌 헌팅]의 ost로 사용된 곡인 'Miss Misery'를 통해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Miss Misery'는 엘리엇 스미스의 3집 앨범 [Either/Or]에 수록된 곡 중 하나다. Miss Misery는 엘리엇 스미스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여자친구 조애나 봄(Joanna Bolme)과의 이별 후에 만든 곡이다.

 

햄프셔 대학에 재학했던 엘리엇 스미스는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펑크 록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었다. 엘리엇 스미스는 조애나의 권유로 자작곡을 레코드사에 데모로 보냈고, 그의 가능성에 주목한 레코드사는 뜻밖에도 이 데모 전체를 앨범으로 발매해준다. 앨범 발매 이후 엘리엇 스미스는 1995년 발매한 [Elliott Smith] 앨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솔로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엘리엇 스미스는 그의 3집 앨범 제작을 여자친구 조애나의 집에서 시작했는데, 이 시기 그는 활동하고 있던 밴드에서도 완전히 탈퇴하고,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조애나와도 결국 이별하게 된다. [Either/Or]는 엘리엇 스미스 본인도 너무나 힘들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고독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앨범이다. 실제로 엘리엇 스미스는 [Either/Or] 앨범을 녹음하는 중 주변인들에게 계속해서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심지어 자살 시도를 감행하기까지 했다.

 

[Either/Or] 앨범의 성공 이후 이후 창작에 대한 엘리엇 스미스의 강박이 심해지고, 그의 우울증이 더욱 심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각하면 이 앨범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픈 앨범이다. 실제로 수록된 노래들도 매우 우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정말 좋아한다. 많은 엘리엇 스미스 팬들 역시 [Either/Or] 앨범을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꼽기도 한다.

 

 

Ill fake it through the day

With some help from Johnny Walker Red

And the cold pain behind my eyes

That shoots back through my head

With two tickets torn in half

In a lot with nothing to do

But its all right, because some enchanted night

I'll be with you

 

 

후렴구 끝에서 계속 반복되는 'I'll be with you'라는 가사가 참 슬프게 들린다. 엘리엇 스미스의 가사들을 좋아한다. 엘리엇 스미스의 가사들은 대부분 본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것이라, 가사 들 역시 현실적이고 가사 속 화자의 기분을 과장된 언어 없이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직선적인 가사에 단조롭지만 서정적인 멜로디, 조용히 읊조리는 엘리엇 스미스의 목소리가 더해져 우리는 노래 속 여러 감정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Between the bars


 

 

 

[Either/Or]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Between the bars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 중 하나이다.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엘리엇 스미스의 삶을 살펴보아야 한다. 엘리엇 스미스의 삶은 그 시작부터 이별과 폭력으로 가득 차있다.

 

엘리엇 스미스가 태어난 후 불과 1년 만에 그의 부모는 이혼했고, 엘리엇 스미스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어머니는 재혼을 하게 되고, 엘리엇 스미스는 양부로부터 학대를 받게 된다. 엘리엇 스미스의 어머니는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엘리엇을 도와주지 않았고, 그는 14살이 되던 해에 집을 떠나 버린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와 마음에 생겨버린 구멍은 평생 엘리엇 스미스를 따라다닌다. 엘리엇 스미스의 많은 곡들에는 양부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한 힘든 기억들이 담겨 있다.

 

엘리엇 스미스의 삶과 그의 노래를 보면 쓸쓸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Drink up, baby

Stay up all night

Things you could do

You won't but you might

The potential you'll be

You'll never see

Promises you'll only make

Drink up with me now

And forget all about

Pressure of days

Do what I say

And I'll make you okay

And drive them away

Images stuck in your head

People you've been before

That you don't want around anymore

That push and shove and won't bend to your will

I'll keep them still

 

 

그래서인지 함께 술을 마시면 내가 모든 것을 다 괜찮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Between the bars의 가사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엘리엇 스미스에게 필요했던 것이 지난날들의 압박과 외로움, 우울함을 술 한잔에 함께 날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포맷변환][크기변환]elliott-smith-1998-fea-billboard-1500.jpg

 

 

앨범들의 연이은 상업적 성공 이후, 앨리엇 스미스는 곡에 대한 강박관념과 현재의 성공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앓아오던 우울증이 더욱 심화되고 만다. 엘리엇 스미스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앨범인 [Figure 8]은 상업적으로는 이전작들보다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엘리엇 스미스의 알코올 중독은 심화되었으며 그는 헤로인을 하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한 차례 입원한 이후 엘리엇 스미스는 술과 마약을 그만두고 새로운 곡 작업을 하는 등 다시 뮤지션으로서 재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갑작스레 엘리엇 스미스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만다. 당시 교재 하던 여자친구와의 짧은 다툼 이후 엘리엇은 짧은 문장이 적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스테이크용 나이프로 자기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삶이 얼마나 무겁고 버겁게 느껴져야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남기고 간 노래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유독 추운 날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를 들으면 쓸쓸했을 그의 삶이 떠오른다. 아무리 위로하려 해도 위로할 수 없는 우울함이라는 게 존재한다.

 

엘리엇 스미스가 짊어졌을 우울의 무게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우울한 노래를 엘리엇 스미스가 떠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 나는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삶을 기억한다.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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