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미술 여행

글 입력 2022.01.2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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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 감상은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작가와 교감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교감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친근하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작가와의 교감을 도와주는 이가 있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이탈리아에 정착한 4명의 가이드.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탈리아는 ‘매력적’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를 통해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9개 도시에 세워진 미술관과 그곳에서 숨 쉬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0년 이상 활동한 내공으로 흥미롭게 가이드를 진행한다. 역사, 종교, 예술가의 관계 등 무선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처럼 생생하게 들려준다. 매력적이라는 짧고 강력한 말에 담긴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천재’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지닌 사람에게 주어진다. 로마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작품으로 닿을 수 없는 괴리감과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을 동시에 심어주며 ‘천재’ 칭호를 획득한다.

 


“기존 회화는 정보 전달과 장식의 기능이 컸다면, 그는 내용 전달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예술과 철학의 기능을 함께한 것입니다.” -73p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에 대한 설명이다.

 

인간 육체의 미를 표현한 <다비드> 조각상, 천지창조의 순간을 포착한 <천장화> 등 유명 작품들을 남긴 미켈란젤로. 하지만 그도 천재이기 전에 사람이었다. 천장화 작업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라고 했다. 작업 도중 가족들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자주 울고 있었다고 했다. 조각과 회화를 경계를 넘나든 천재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그와 서로 싫어했다고 알려진 인물은 동시대의 뛰어난 예술가 라파엘로. 당대 최고의 학자들을 소환한 <아테네 학당>과 섬세한 붓 터치로 선명하게 색을 표현한 <성모 마리아의 결혼>을 그린 인물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를 모델로 그린 헤라클레이토스는 나중에 추가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그림을 보면 좌우 구도가 좀 더 대칭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밀라노에 있는 사전 스케치를 비교해보면 재미가 배가 됩니다.” -80p
 

 

다음은 본문 이후 짤막하게 덧붙인 가이드 노트에 적힌 말이다. 미켈란젤로를 향해 내비쳤던 싫어하는 마음은 천장화를 보는 순간 고꾸라졌고, 그것은 경외심으로 되살아났다. 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아테네 학당>에도 그의 얼굴을 삽입(헤라클레이토스의 모델)한다.

 

두 사람을 명예 주인공으로 칭해도 될 만큼 책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친절한 가이드들은 매번 바뀌는 관광객을 대하듯, 예술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화에도 변주를 넣어 이곳저곳에 배치한다.

 

2명의 예술가와 4개의 시선, 그리고 새로운 감상자인 ‘나’ 사이에서 입체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여행을 시작하듯 작품을 감상하다


 

약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 주는 위용은 상당하지만 겁먹지 말라.

 

아무 곳이나 무작정 펼쳐도 좋다. 세계 지도를 손으로 무작위로 찍어 여행의 출발지를 정하는 것처럼 미술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곳은 중요치 않다. 어떤 흔적을 남기며 나만의 경험을 쌓느냐가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보면 어지럽게 찍힌 점일지라도, 먼 곳에서 보면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첫 점을 찍는 것, 책을 펼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전시를 같이 본 사람의 걸음 속도, 작품을 감상하며 들었던 음악, 홀린 듯이 듣게 되는 도슨트의 말솜씨 등. 주변 환경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소한 경험은 작품 감상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 다음 작품으로 향하는 몇 걸음 사이를 채워 전시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다.

 

활자로 만들어진 미술관, <90일의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에서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그렇다. 그곳에 상주하는 네 명의 가이드. 그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작품을 감상하며 어지러이 찍어 놓은 생각의 발자국을 보기 좋게 연결해준다.

 

언제든 기억 속에서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든든한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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