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글 입력 2024.0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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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스북]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_표1.jpg

 

 

다양한 부캐로 인해 사람들마다 다르게 인식되어 있을 문상훈을 처음 본 건 그가 가진 다양한 부캐 중 하나인 문쌤 콘텐츠에서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저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고, 이후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공개된 그가 쓴 편지를 보았을 때는 글솜씨가 좋아 언젠가 그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랐다.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말'이 어렵다고 한다.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에서 그가 지난날 동안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기검열을 해왔는지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었다. 책에서 만난 문상훈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


 

초등학교 시절 매주 일기 쓰는 숙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숙제를 검사하는 날이면 반에서는 선생님이 미리 선정해둔 몇 개의 익명 일기를 읽고 투표해서 가장 즐거운 하루를 보낸 일기를 선정했다. 보상은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반에서 즐거운 일기로 선정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가장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타이틀을 얻고자 그저 그랬던 일도 즐겁고 행복했던 일로 과장했던 것 같다.


그때 습관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여전히 일기를 쓸 때면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 감정을 정리하고자 시작한 글쓰기는 조금 더 멋지게 내 감정을 풀어내려다 보니 오히려 감정의 혼란을 야기했고 그때부터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


 

분명히 솔직한 마음들만 담백하게 적어내기로 했지만 너무 추하게 솔직한 표현들을 빼고 세련된 솔직함만을 옮겨 적고 있는 나를 깨달을 때는, 연필을 내려놓고 일기장만 원수처럼 노려보게 된다. - 33p

 


책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에서 작가는 과연 누군가 없다 해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적었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 숙제인 듯하다. 


SNS가 필수인 시대, 자기 PR의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누군가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을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어려운 숙제이지 않을까. 마지막에서 작가는 여전히 일기를 완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취향과 호오의 기준이 내게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은 건지 자꾸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된다. - 35p

 


민초 VS 반민초부터 새우 논쟁까지 논쟁을 안 펼쳐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난으로 하는 건데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논쟁을 펼치며 서로를 설득시키려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자신의 취향이 옳음을 자꾸 누군가에게 증명받으려 애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나는 언제쯤 누가 보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를 잘 들여다볼 수 있을지, 커가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행복을 



 

내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행복은 많지 않다. 행복했던 기억 속에서 내가 했던 행동이나 상황을 재현해 볼 뿐이지 행복한 감정은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 89p

 

 

행복은 비교의 결과물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지금 내가 보내는 이 순간들이 행복한 순간인지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한다. 순간들을 비교하고 조금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을 행복으로 기억하고 저장한다. 비교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행복이란 지극히도 개인적인 정의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어떤 주장을 할 때 근거로 내세우기 창피한, 천박하고 옹졸한 이유들을 모두 행복이란 단어로 쉽게 치환하곤 한다. 입시 학벌 직업 돈 명예 모두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된다. - 91-92p

 


행복이라는 단어를 일상 속 너무 남용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행복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행복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행복을 가벼운 무게로 측정한 듯하다.


마지막에 그는 다른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제 그 누구의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 누구의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새치기 



 

언어는 마음을 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텐데 책을 읽고 메모를 해갈수록 나는 자꾸 과장하게 된다. - 121p

 


더 명확하게 나의 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장을 유발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말을 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고, 마음보다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화려한 말보다 나의 생각을 조용히 두고 오는 연습을 하려 한다. 몇 초 세고 말해보도록 하자. 순간의 몇 초가 왜곡된 말과 글로 생기는 상처를 막을 수 있다. 초를 셀 때는 나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가진 누군가를 떠올려본다.


상처 주지 않으려 애썼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의 새치기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치기'에서는 말에서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어투로 인한 것만이 아닌 마음가짐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에서는 공감, 위로, 회고 등 다양한 감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매우 유사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다는 것에 위안 받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책은 168쪽의 분량으로 두꺼운 책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168쪽 속에 담긴 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축에 속했다. 어떤 문장은 마음 깊이 새기고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그가 세상에 자신을 내보일 때마다 얼마나 많은 자기검열을 거쳐왔고 신중했을지를 느끼게 되며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싶어졌다. 앞으로도 써 내려갈 그의 글들이 기대된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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