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팝아티스트 -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글 입력 2021.12.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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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익숙했지만, 그의 이름은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이번에 개최된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통해 그가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깨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방문한 서울숲 아트센터는 다소 작은 규모의 공간이었다. 건물 내부에 있어 입구를 찾기도 어려웠고, 정확히 몇 층에 있는지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당황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찾은 전시장에는 그의 작품과 생애가 섹션과 연결되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전시는 'Climax of Cliche', 'Brushstroke, Gestural Mark', 'Magnificent Presences', 'Everyday Art and Everyday Society', 'Blondes and Nudes' 등 총 8섹션으로 구성되었고, 각 섹션은 시기별로 두드러졌던 표현기법이나 하나의 주제가 담긴 시리즈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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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빨강, 노랑, 파랑 등 진하고 튀는 색감에 만화적 효과를 더하는 물방울무늬나 빗금무늬를 입힌 배경을 사용하여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이에 더해 그가 남긴 어록을 말풍선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전시장 전체에 팝아트를 녹여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시는 스페인 아트콜렉터인 호세 루이즈 루프레즈(Jose Luiz Ruperez)의 콜렉션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그의 유명작인 <절망>을 비롯한 130여 개의 작품과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포함되었다.


당대 예술계에 혁신을 일으켰던 '벤데이 점' 기법을 활용한 작품뿐만 아니라 초기 흑백 포스터 작업, 잡지 표지 협업, 공예품,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원본들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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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벤데이 점'을 관찰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여기서 벤데이 점이란 선명한 검은색 테두리와 형태를 메우고 있는 점으로, 구멍이 뚫린 판을 사용해 색점들을 만드는 매우 기계적인 작업에 의한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어떠한 개성의 흔적도 드러내지 않은 팝아티스트의 중립적 냉정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추상표현주의와 구별되는 점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는 추상표현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에 만화나 광고 등 대중적인 소재를 차용하여 그만의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하고 작업했다. 그는 당시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인 전쟁과 사랑처럼 우리 삶과 가깝게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다.

 

이를 두꺼운 검은 윤곽선, 과감한 색감, 대사나 의성어가 쓰인 말풍선 등으로 나타내어 만화 이미지와 같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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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at Piano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반고흐의 <아를의 침실>을 그의 기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에 오브제와 인테리어 요소를 더하여 꾸민 포토존이었다. (직접 보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하여 사진은 포함하지 않았다.)


작품과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생생하고 정교한 디자인과 연출에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찾아보기 힘든 노랑, 빨강, 파랑, 검정 등의 원색으로 칠해진 가구와 배경에 2D의 세계로 잠시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만 포토존이 전시장 끝쪽에 있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가야만 나와서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관람객과 교감하는 장소인 만큼 배치에 더 많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국내 최초 전시회를 기록할 만한 사진이자 기념물이 남는 공간이니 말이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미덕이던 시절 "오늘날의 예술은 우리 주위에 있다"라고 선언하며 가장 미국적인 방식의 매스미디어를 가장 미국적인 방법으로 담아냈다. 이처럼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를 고민한 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진정한 팝아티스트라고 평가받는다.

 

주변에 있는 소재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하여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건드렸던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는 단언컨대 미국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릴 만하다. 물론 이번 전시는 여러 방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러한 그가 남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일상과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2차원의 팝아트가 보고 싶다면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를 느끼고 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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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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