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로 자유를 탐하다 –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

글 입력 2021.12.1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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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포스터_1108.jpg


 

전시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내년 3월 6일까지 진행된다.

 

본 전시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되어,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 만 레이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으로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공간을 각 섹션에 걸맞은 색깔로 표현해 전시의 몰입감을 더했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초현실주의자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오가며 길들여지지 않은 무의식과 욕망을 기이한 형태로 표출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당시 예술의 사고방식을 뒤엎으며 현대예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다다에서 비롯된 초현실주의


 

1920년대, 다다이즘은 전쟁으로 불안정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고착화된 사고방식에 대항하며 창립되었다. 다다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어지러운 사회를 거부했다. 초현실주의는 이런 ‘다다’의 여파로 나타났다.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기이한 것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사실 오직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

 

- 초현실주의 선언문 중 일부, 앙드레 브로통

 

 

초현실주의는 1924년 문학가인 앙드레 브로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를 기반으로 회화, 조각, 영화, 사진, 공연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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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Couple aux têtes pleines de nuages), 1936

판넬에 유채, 98,5 x 77 x 4,5cm(L), 87,5 x 72,4 x 4,5cm(R)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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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윌링크(Carel Willink, 1900-1983) 

폼페이에 늦은 방문자(Late bezoekers van Pompeï), 193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92 x 142 cm

© Carel Willink / Pictoright, Amstelveen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작품들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했고 때론, 전쟁의 참사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에서 왼쪽 사람은 작가를, 오른쪽 사람은 그의 연인을 의미한다.

 

작품은 두 사람의 내면을 풍경으로 보여준다. 둘의 머리는 구름으로 가득 찬 걸로 보아 고민이 많아 복잡한 상태인 것 같다. 가슴 부분에는 각각 크기와 모양이 다른 식탁이 놓여있다. 서로 다른 사람을 기다리며 식탁을 비워놓은 듯하다.

 

 

 

무의식적 사고의 표현


 

 

"우리는 거의 발견에 도취된 행복한 상태에서 살았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사고의 확장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일상 속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기 위해 무의식 그리고 꿈에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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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스페인, 1904–1989)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 aux tirois), 1936

혼합재료, 99 x 29,5 x 31,5 cm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살바도르 달리는 새로운 기술법을 ‘편집증적 사고’로 정의했다. 이는 본인의 환상을 실체화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해석의 자유를 제공하고 그 망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초현실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꿈의 세계를 끊임없이 연구했고 이를 통해 기이한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살바도르 달리의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는 고대 그리스의 '밀로의 비너스'를 모방한 조각상이다. 머리를 시작으로 비너스의 군데군데 서랍이 달려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은 작가는 인간의 무의식을 서랍에 비유했다.

 

닫혀있는 서랍을 열어보면 그 안에 정체를 알 수 있듯이, 인간 또한 겉만 보고 알 수 없지만, 서랍을 열어보면 그 사람의 무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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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 아거(Eileen Agar, 1899-1991)

앉아있는 사람(Seated Figure), 1956

캔버스에 유채, 184 × 163 cm

Photo ©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초현실주의자들은 자동기술법(오토마티즘:Automatisme)을 통해서 자유롭게 무의식적 사고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초현실주의 작품만의 몽환적, 기이함, 아름다움이 창조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이들은 많은 자동화 기법을 개발하며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다.

 

에일린 아거의 '앉아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듯한 기이한 형상과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이 특징이다. 정의할 수 없는 형체의 모습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다. 여러 기법의 독특한 개성이 한데 모였던 작품들은 파괴적인 세계에 영감을 줬다.

 

 

 

본능에 충실하기


 

사방이 강렬한 빨간 벽지로 구성되었던 5번째 섹션은 사랑과 욕망을 주제로 한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이들에게 자극적인 요소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이었다.

 

폐쇄적인 사회의 구조에서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억눌려있던 생각과 사고를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표현한다. 달리의 성적인 요소를 다룬 오브제부터 회화, 사진, 잡지까지 다양한 매체가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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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Man Ray, 1890-1976)

복원된 비너스(Vénus restaurée), 1936(1971)

혼합재료 plaster, rope, wood, paint, 74 x 42 x 39 cm

© manage RAY TRUST/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만레이의 '복원된 비너스'는 비너스의 목이 잘라진 상태로 온몸이 줄로 묶여있다. 얼굴이 없어 오히려 몸에 시선이 집중하게 된다. 밧줄은 작품의 주된 요소로 통제해야 되는 욕망을 묘사해 되려 관능적으로 느껴진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재봉틀과 해부용 탁자 위의 우산이 우연히 마주치는 것처럼 아름다워”

 

[말도로르의 노래 중 일부] 

 

 

초현실주의에 근간이 된 것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좋아했던 이 문구에서 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들은 익숙한 것들을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관찰을 통해 깨달았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면서 관객에게 재발견의 가치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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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금지된 재현(La reproduction interdite), 193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81 × 65,5 × 2 cm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Collection of Museum Bojmans van Beuningen

 

 

벨기에의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질 것이다.

 

남자는 등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고 있지만, 거울에는 얼굴 대신 뒤통수만 비추고 있다. 거울 앞에 있는 남자가 실제 사람인지, 거울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의문투성이인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거부하면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깨웠다. 


초현실주의자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불안하고 암울했던 시대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예술가들의 현실을 초월한 상상력은 인간의 감정과 무의식을 자유롭게 재해석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담긴 작품들은 관람객들이 스스로 무의식의 세계에 잠식되어 작가들의 무의식 또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범속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재의식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면 위 전시를 방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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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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