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네 책방을 찾아서 [공간]

글 입력 2021.10.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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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공간을 좋아하나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있다. 문을 열면 가득 번지는 책 내음, 조용한 음악 혹은 소리 없이 고요히 존재하는 공간. 바로 동네 서점이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 점심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서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갔을 때에도 동행하는 이를 이끌고 그 지역에만 있는 서점을 방문하곤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혼자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만히 서재를 천천히 살피면서 책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점 주인이 읽고, 공유하고 싶은 책을 골라 표지에 조심스레 끼워 둔 추천사를 읽어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구경하는 건, 단지 책만을 구경하는 게 아니다. 책을 공들여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정한 분야와 표지에 이끌리는 나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책과 늘 붙어있기로 마음먹은 책방 주인들의 취향을 알아보는 과정이란 점에서 특별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책방의 매력을 알면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방들을 함께 구경해 보려 한다.

 

 

 

아크앤북 신촌점, 창 너머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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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아크앤북

 

 

대학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땅이 된 신촌. 그 거리를 걸을 때면 이 가게들은 어디까지 이어진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없는 게 없는 곳이다. 그래서 편리하고 즐거운 장소지만, 때로는 복잡함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신촌의 중심, 유플렉스 건물 12층으로 향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아크앤북 신촌점을 만날 수 있다. 거리의 북적임이 과거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고,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에 도착한 것만 같다.


아크앤북 신촌점 들어선 순간, ‘작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대형서점보다는 서재를 채운 이의 손길을 느끼는 동네 서점이라고 느껴졌다. 책을 천천히 읽고 느끼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평평한 매대에 자리 잡은 책들을 구경하고, 서재마다 주제별로 정리된 책과 문구류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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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앤북 신촌점만이 지닌 매력은 코너를 돌 때 나온다. 서점 한편에 자리 잡은 통인동 커피공방,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는 향이 공기를 감싼다. 눈앞엔 창문 너머 신촌의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그 모습을 마음껏 바라보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신촌은 그 가운데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복잡함은 달아나고 평화가 찾아온다.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하고, 커피도 한잔 주문해 자리에 앉으면 그 풍경은 나의 것이 된다.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풍경 앞에서 잠시나마 머물러 보길 추천한다.

 

 

 

책방 연희, 친구의 비밀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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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bookshopmap

 

 

신촌에서 잠시 벗어나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간판이 보인다. 이름부터 궁금한 마음이 드는 책방 연희다. ‘책, 연희(蓮戱, a play) 하다’라는 SNS 프로필에서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국어사전에서 찾은 '연희'는 ‘말과 동작으로 보여주는 무대예술’이란 뜻을 품고 있었다. 책이 펼치는 무대가 기대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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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문 넘어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책방 연희를 만날 수 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영화처럼, 친구의 침대 맡 텐트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작지만 아늑하고 따뜻해서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었다.


책방 연희에는 독립출판물이 많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책들이 아니기에 더 공들여 천천히 구경했고, 친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랐다. 봉투를 뜯어읽는 단편소설이나 작가의 그림이 담긴 책갈피, 스티커 같은 것이 책과 함께 정성스레 포장된 꾸러미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두 손 가득 안고 나서게 되는 친구의 텐트였다.


 

 

위트 앤 시니컬, 시(詩)로 가득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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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아시아경제

 

 

위트 앤 시니컬은 익숙하지만 낯선 곳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우연히 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았다가 그가 쓰는 글이 좋아 찾아 읽곤 했다. 여행을 하루 앞둔 어느 날, 드디어 그곳으로 향했다.


위트 앤 시니컬의 매력은 분명 수많은 시가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나는 아직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망설여지지만, 시가 궁금하다는 마음으로 서점에 들어섰다.


서점의 주인에게 여름 여행에 맞는 시집 추천을 부탁했다. 건네받은 책들을 모아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었다. 천천히 시를 살피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가장 마음에 들어오는 시집 두 권을 택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고 서점을 나설 때쯤, 갑작스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가세요, 말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안내해 따뜻한 커피와 작은 초콜릿을 전해주셨다. 아직 낯선 시와의 만남을 생각할 때, 나는 이날을 떠올릴 것이다. 빗소리에 기대 천천히 커피를 마시면서 시를 읽던 편안하고 안온한 마음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손목서가, 바다가 보이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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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bookshopmap

 

 

좋은 장소를 볼 때마다 언젠가의 나를 위해 저장해두곤 한다. SNS의 보관함이나 캡처 기능을 통해서.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 속에서 휘발된다. 아주 소수의 장소만이 선명한 인상으로 마음에 남아, 몸을 그곳으로 이끈다.

 

부산 영도에 있는 손목서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서점 안에서 현관 문을 바라보면, 보랏빛 하늘 아래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는 영상. 그 짧은 영상이 준 감흥이 너무나 컸다. 유진목 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란 점에서 더 궁금해졌다. 꼭 마음속에 품었던 손목서가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맑은 여름 날 손목서가를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 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2층에선 창문 너머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시원한 음료를 한잔 주문하고, 책도 한 권 골라 바다를 독서대 삼아 읽기 시작했다. 서점의 작은 테라스에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었다.


바다를 곁에 둔 것도 좋았지만, 서점을 채운 책과 생각들도 좋았다. 곳곳에서 서점 주인의 추천사를 발견하고 빠져들 수 있었고, 각 코너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디자인한 손길이 느껴졌다. 다시 가서 그 바다와 책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동네 책방과 함께하는 꿈


 

서울과 부산의 책방을 소개했다. 그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감정을 떠올리면서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 살펴보았다. 또 다른 누군가 이 책방들을 사랑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편리하고 빠른 인터넷 서점도 좋지만, 동네 책방엔 특별함이 있다. 책을 넘어 공간과 사람을 만나는 더 큰 차원의 경험을 하니까. 이러한 경험들로 세계가 넓어진다고 믿는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게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동네 책방에서 지불하는 값에는 책값만이 담겨있지 않다. 꼭 이 자리에 오래오래 남아달라고, 지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더 많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방 문을 열게 해달라는 바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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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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