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시바 베이비들에게 [영화]

왓챠 익스클루시브, <시바 베이비>
글 입력 2021.10.0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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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Shiva): 유대교식 장례 문화로, 장례식 직후부터 7일간 망자를 애도하는 기간.


부모님의 성화로 누구의 장례인지도 모른 채 유대인 전통 장례식, '시바'에 강제로 끌려 온 대니엘.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들은 남친 유무, 취업 여부, 외모 평가 등 귀에서 피가 나올 것만 같은 질문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설상가상 평생 비교 대상이었던 동갑내기 마야, 아까도 만나고 온 슈가대디 맥스, 그리고 그의 아내 킴까지 등장하는데.. 대니엘은 과연 지구상 가장 불편한 이 장례식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 <시바 베이비>, 왓챠피디아

 

줄거리가 정말 이 영화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스포일러 경고를 쓰지는 않았다.

 

한국인이라면 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시바 베이비>. 알고 보니 시바는 유대교식 장례문화를 뜻하는 Shiva였지만 노렸나 싶을 정도로 욕 나오는 내용과 찰떡같은 제목이었다. 보는 동안 몇 번이고 눈을 질끈 감고 욕을 읊조렸는지 모르겠다.

 

외국은 오지랖, 취직 잘 되는 전공, 애인에 대한 집착 같은 건 없고 Love Yourself 정신을 중요시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더니 분명 외국 영환데 익숙한 명절 풍경을 보는 듯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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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영혼 없는 눈으로 장례식장을 가다가 우연히 동네 주민을 만났을 때 반갑다는 어투와 눈빛으로 인사하고 돌아서자마자 영혼 없는 눈을 한다거나 스몰 톡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어색한 분위기에 몸을 베베 꼬는 등 온몸으로 집에 가고 싶은 티를 내는 주인공 대니엘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앱으로 슈거 대디를 만나 부적절한 관계로 돈 버는 건 빼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 폐쇄적인 유대인 커뮤니티 그런지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친인척들이 로스쿨에 들어간다는 동갑내기이자 전 연인이었던 마야와 시도 때도 없이 비교하며 넌 전공이 뭐냐, 취업은 어떻게 됐냐, 살은 또 왜 이렇게 빠졌냐, 애인은 있냐 등 답변을 이마에 붙이고 다녀야 더 이상 안 물어볼까 싶은 똑같은 질문을 하며 신경을 긁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례식장에서 슈거 대디 맥스를 만난 대니는 맥스가 와이프와 아기까지 있는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된다. 대니는 미래가 불확실한 자신의 전공이 아닌 로스쿨 학생이라며 맥스를 만나 돈을 벌었고, 부모님에게는 보모 일로 돈을 벌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처음 만나는 사이일 텐데 안면이 있어 보이는 대니와 맥스를 보고 엄마는 둘이 아는 사이냐며 물어본다. 대니는 급하게 이스라엘 회당에서 만났다고 둘러대지만 엄마들은 여기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교리도 안 믿는 니가 거길 왜 가냐며 추궁하자 급하게 만들어낸 변명으로 싸해지는 분위기는 내 흑역사가 떠올라 보기 힘들었다. 평소에는 잘 납득하더니 이럴 때만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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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푼수 같은 엄마와 정신없는 아빠는 맥스에게 대니는 젠더를 전공해서 취업과는 거리가 머니 출판사에 종사하는 사촌에게 부탁해 대니를 꽂아달라고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먼저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 내 얘기 하고 다니지 말라고! 나도 존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신경을 긁는 아기 울음소리, 불편한 자리와 사람들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대니의 호흡이 가빠질 때 내 심장도 함께 빠르게 뛰었다. 대니가 겨우 장례식장에서 빠져나와 바깥공기를 들이마실 때는 나도 같이 긴장이 풀렸다.

 

대니는 이제 가족들과 집을 가는가 했지만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빠의 말에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찾지만 자신의 휴대폰이 없어졌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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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들이 겹친 대니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대니가 우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저 상황에 몰려봤던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타이밍. 내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 맞춘 것 같고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그냥 모든 게 다 내가 못나서 일어난 일이라는 자괴감이 들 때.

 

<시바 베이비>는 끝까지 현실적이었다. 눈치는 없지만 착한 아빠는 굳이 사람들을 태워주겠다며 없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내 불륜 관계였던 남자와 그의 아내, 아기 그리고 전 연인을 한 차에 태운다. 아빠가 키를 찾는다고 허둥대느라 바로 출발하지도 않아 차 안은 어색한 정적만 흐른다. 나도 그 현장에 던져진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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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가 허공만 응시하자 마야가 손을 잡아오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처음에는 그저 명절 혹은 모임 전 가족, 친척들이 필히 시청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말 한마디 없이 손을 잡는 그 행동이 어쩌다 보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됐지만 아직 모르는 게 더 많고 미숙해 여기저기 치이는 세상의 모든 시바 베이비들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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