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까만 실루엣과 빛의 절묘함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후지시로 세이지,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글 입력 2021.08.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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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 가고 싶다.

 

- 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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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시나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자세한 정보와 감상 포인트를 파악하곤 한다. 언젠가 아무런 정보 없이 눈앞에 놓인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었는데, 오늘의 전시회가 바로 기회인 듯했다.


후지시로 세이지와 카게에. 마침 처음 접하는 작가와 생소한 미술 양식은 궁금함과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시 감상에 도움을 줄 오디오 가이드는 나에게 필수적이었다. 그림이 아닌 밑그림을 잘라 붙여 놓은 종이로 표현했다니.

 

어떤 작품은 그림자의 각도에 따라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이 보이고, 섬세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가까이에서 보면 투박하게 잘라놓은 종이들로 표현한 것 즉 그의 방대한 작업량이 놀라웠다.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동양의 디즈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색적이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했다.

 

멀리서 보아도 어떤 주제를 담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동심 가득한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대부분 사랑과 희망, 공생이 주제라고 한다. 작품의 매력을 더하기 위해 수조를 설치하고 모니터를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보면서 행복해할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면, 동심의 세계를 모두 이끌어와 직접적인 감상이 가능하기에 함께하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초토화가 된 도쿄에서 카게에 제작을 시작했다. 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말한다. 전시장에 설치되었던 수조와 모니터도 빛과 그림자를 돋보이게 할 장치인 것이다. 이를 통해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새까만 실루엣과 빛의 절묘함 그 심플한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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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난쟁이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흑백을 담은 모노크롬 작품과 새롭게 컬러로 제작한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 비교를 위한 탁월한 작품은 ‘서유기’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여러 기법을 구사한 카게에 예술의 무한 가능성을 해석할 수 있다.

 

모노크롬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나는 난쟁이’다. 이 작품은  새카만 실루엣 속 그들의 다채로운 구도를 보여주었다. 수저와 포크 위에 올라탄 난쟁이, 뒤집어진 우산 위의 난쟁이 그리고 뒷 배경인 도시의 모습까지 빛의 세기를 조절한 작품은 과히 명작이었다. 강조해야 할 대상은 밝은 빛으로 선명히 나타내었고, 흐릿해야 할 배경을 여러 장 셀로판지로 굴곡지게 작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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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속 사랑의 기적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색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 중 대표적인 것은 ‘석양 속 사랑의 기적’이다. 바다 위와 바닷속을 모두 담아낸 구도가 독특했다. 나뭇잎 하나, 눈송이 하나,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오려내었는데,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균형,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했다고 한다. 강렬한 색감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영원히 잊지 못할 동화 속 세상으로의 초대장과 같았다.

 

아름답고 화려한 세계를 표현하는 ‘카게에’ 그 예술의 추구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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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가장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가진 ‘양파와 아기 토끼와 고양이’는 내가 꼽은 작품이다. 러시아 민화를 담은 이 작품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파를 가지고 가려다가 고양이를 마주한 아기 토끼가 숨은 곳은 다름 아닌 소쿠리 안이었다. 비눗방울과 쌓여있는 양파들, 소쿠리 결을 표현한 작가의 섬세함에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담아있는 이 작품이야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수작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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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소녀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전시 구성과 전시 관람 동선이 아주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앞서 말했듯 처음 접하는 작가와 수많은 작품들을 마주했기에, 간단하지만 자세한 설명과 유연한 동선이 가장 중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수많은 작품이라 했는데,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던 전시는 지금껏 이 전시뿐이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작품의 수이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한층 이해도를 높였고 재미있는 일화들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회고를 안 할 수 없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모두에게 생소한 카게에 거장이다. 그런 카게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한 그가 매우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그는 독창적인 미술을 강조한 것이 아닌 관람자의 힐링 요소와 위로의 마음을 가득 담아냈다. 평화, 사랑, 공생을 소재로 전개되는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그가 전하는 따뜻함과 섬세함 그리고 무언의 메아리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쿠젠 타카타_기적의 한 그루 소나무’와 같은 전쟁·갈등·와해의 배경 속에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위 아 더 월드_45인의 Big star’과 같이 기근·기아·폐허의 사람들을 작품에 담아 세계는 하나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위로가 필요한 어려운 시기에 가슴 따뜻하고 감동적인 희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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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힐링이 되었던 작품은 동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다. ‘하늘을 나는 난쟁이’, ‘요리 좋아하는 난쟁이’, ‘양파와 아기 토끼와 고양이’는 유독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 시리즈다.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는 그때의 나는 적어도 동화책을 좋아하던 6살의 나였던 것 같다. 감상 후, 멀게만 느껴졌던 어렸을 때의 내가 다시 생각나 울컥하기도 했다. 전시장은 어릴 때 간직했던 꿈속이었고 판타지, 기쁨, 슬픔, 황홀함 모두가 있었던 전시라 말할 수 있다.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어렸을 적 감정을 작품으로 만나보다니, 작가의 섬세함과 색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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