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돌아올 수 없는 그 날의 시트콤들 [드라마/예능]

잘 살고 있나요, 가족들?
글 입력 2021.08.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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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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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빠져 사는 것은 옛날의 시트콤들이다. 그중에서도 짧은 유튜브 클립으로 올라오거나 TV 재방송을 해주는 '순풍 산부인과'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보다 훨씬 재밌는 옛날 시트콤들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댓글을 보면 '시즌 2 제작해 주면 안되냐', '에피소드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와 같은 반응들이 꽤 있다.


미디어 매체를 공부하려고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알아보는 것 아니면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왜 요즘은 저런 시트콤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당장 나 어릴 때만 생각해도 '몽땅 내 사랑'을 보려고 학원 시간을 늦춰달라며 떼썼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날의 시트콤들은 부활할 수 없을까? 아쉽게도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황금 시간대


 

첫째, 시트콤의 묘미는 저녁 시간 가족끼리 둘러앉아 과일을 나눠 먹으며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들의 모습을 보자면, TV 프로그램은 시들해진 지 오래여서 자식들은 각자 방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OTT 플랫폼의 확산으로 TV는 장식품이나 마찬가지인 집이 많아졌다. 또한, 시트콤의 황금 시간대인 저녁 7~8시에 누가 집에 들어오겠는가. 성인이고 아이고 학원에 다니거나 공부하기 바쁘다.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도 부족해서 저녁을 같이 먹기도 힘든 시기에 시트콤을 보면서 함께 웃을 시간은 더더욱 없다. 그렇게 시트콤을 그리워하는 나도 7~8시에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니 대외활동으로 바쁘거나 학과 공부를 하느라 거실에는 나가지도 못하는 시간대였다.

 

시트콤이 방영할 당시 7~8시는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부모님의 부름에 집으로 들어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와 함께 밥을 차리기 시작하는 때였다.

 

 

 

엄격해진 '사람'의 기준


 

둘째, 시트콤 속 인물들은 요즘 말로 '구시대적'이다.

 

과거에 순풍 산부인과 '영규'의 모습은 짠돌이에 자기밖에 모르지만 또 잔정은 많은 '밉지 않은' 캐릭터였다. 미달이 또한 얄밉고 철없지만 어른들 모두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어린아이였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박해미, 정준하, 객식구들도 마찬가지다. 다소 예의 없고 독특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람의 유형으로 포용 될 수 있어 더 재미있는 그런 입체적인 캐릭터들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 인물들이 현재로 넘어온다면? '노키즈존' 도입이 활성화되는 현재 시점 미달이의 버릇없는 행동들은 용납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이웃과의 교류가 적어지고 소규모 가족 공동체가 아니면 배척되는 시대에 영규의 오지랖이 정으로 포장될 수 있을까. 또한, 박해미나 정준하의 톡톡 튀는 모습들은 개성이 아닌 '정해진 사회의 틀을 따르지 않고 주위에 민폐나 끼치는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이는 다르게 말하면 예능에 대한 기준도 엄격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일상이 과연 시트콤이 될까?


 

셋째, 우리의 일상을 시트콤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당신은 어떤 일화를 꺼내 들 수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거나 직장에 출근하고, 강의를 듣으며 과제를 한다. 일을 마치면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한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별하다고 할 만한 일은 없다.


일상이 변해버렸다. 대규모 가족은 찾아보기 힘들고 모두가 판 박힌 일상을 살아가는 오늘날에 재미있는 일화를 떠올리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과거의 시트콤이 오늘날의 '웹드라마'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트콤은 돌아올 수 없는 가거에 대한 그리움이고 웹드라마는 요즘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돌아갈 수 없어 그리운


 

시트콤들도 재밌지만 나는 댓글을 정주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때는 롤러 스케이트 타고나면 부모님이 수박화채 만들어 놓으시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구몬 학습지만 다 풀면 친구들이랑 나가 놀 수 있었는데', 나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 시트콤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십 년도 안 되는 사이 세상이 변해버렸다.


그것이 옳지 못한 방향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사회에서 시트콤이 다시 탄생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하고 찾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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