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

글 입력 2021.08.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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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형 01_Poster-01.jpg

 

 

홍보 현수막이 예뻤다. 물가에 햇빛이 아른거리고, 타이포 그래피도 영화 포스터마냥 어우러졌다. 강남 한복판, 도심지에 갤러리가 있어서 의아하고 조금 놀라웠다. 반가웠다. 포스터 못지 않은 포토존, 넓은 이미지로 입장을 반겼다. 티켓과, 팜플렛과, 부채도 같이 받았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전시는 크게 네 섹션으로 나눈다.



1) 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jpg

©Alice Dalton Brown 

 

 

1부. 빛과 그림자. 초기작 -수직과 수평의 평온함

 

수직과 수평의 평온함이 눈에 돋보였다. 나는 이런 구도를 좋아한다. 수직 수평의 감각이 메인인 사진들. 큰 유화 작업에서 이렇게 크게 수직과 수평을 그리는 큼직함, 담담한 성품이 보였다.



9) 창에 비친 산딸나무, Dogwood Reflected.jpg

©Alice Dalton Brown 

 

 

2부. 집으로의 초대

 

대체로 햇빛과 이파리가 특징이다. 햇빛과 나뭇잎, 그림자, 배경을 잘 살렸다.


소재의 발견. 저택을 발견했다. 확실히 저택, 집이라는 공간은 담담하고 대담하고 안정감있는 화가의 성품과도 잘 맞고, 배경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 맞는 소재’를 발견하는 것이란? 부럽기도 하고. 이 화가에 있어서 이 소재의 발견은 어떤 경우일까 생각도 들었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세상

1)안정감 있는 성품 → 빛을 활용하는 것

2)담담한 성질의 배경 → 넓은 크기의 캔버스

안정감이 있는성격의 사람이기에 햇빛을 활용하고, 담담한 배경이 있기에 넓은 캔버스에도 크게 그릴 수 있는 것이다.

1)과 2)의 특징으로 화가는 : 본인의 세계로 초대하게 한다. 단단한 사람이 크게 그려서, 본인 세계로 들어오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나도 여기에 살고 싶다’ 혹은 ‘여기에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닐까. 큰 화면 덕분에 공간을 같이 공유하게 한다.


-그림을 좋아하고, 집을 좋아하네

집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네. 그래서 많이 그리기가 가능하고. 그리고 또 표현에 있어서 그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게 보였다. 정말 단정한 적당한 사실화 속에서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그린 자국이 보였다.

 

 

3) 어룽거리는 분홍빛, My Dappled Pink.jpg

©Alice Dalton Brown 

 

 

-사실화의 매력이란?

사실화는 사진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그런데 사진과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그리는 극사실화 (하이퍼 리얼리즘)과는 다르다. 화가의 그림은 적당한 사실화이다. 사진처럼 보이는 그림이지만, -마치 포토샵처럼- 그릴 때 임의적으로 지저분한 부분을 지울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건물이 저렇게까지 극도로 깨끗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렇다면 사진과 사실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매끈한 사진과 아주 다른 붓터치나, 질감 두께감 (마띠에르)가 아닐까 생각도 들고.


-낭만이 현실을 압도한다

‘셰리의 집’ 친구 집이다. ‘내가 이곳에서 산 적은 없지만’이 포인트이다. 내가 실제로 생활하는 환경이 아니라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 더 로망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걸까? 바닷가에 살아본 적 없는 내가 바다를 그리고 싶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때때로가 아니라, 혹은이 아니라, 가끔은 절대적으로 낭만이 현실을 압도한다. 그리고 그 낭만을 공유하면 ‘크기’와 ‘절대 양’만으로도 인정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전시 그림들처럼.



7) 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jpg

©Alice Dalton Brown 

 

 

3부. 여름 바람

 

웬만한 그림들 소개가 대부분 친구 집에서 발견이라고 해서 웃음이 나왔다. 굉장한 인싸인가 싶기도 하고. (웃음) 이번 테마의 특징은 커튼 + 창문 + 바람 + 햇빛 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공간에 같이 있게한다. 동시에 그림 그리면서 정말 행복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에서 행복이 보였다.


-영상과 차이점은 뭘까?

그림이 영상 같다. 영상처럼 커튼이 흩날리는 느낌. 바람도 불고 햇빛은 따스하고. 공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이다. 시각과 특히 촉각. 따스함과 시원한 바람이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회화로 표현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영상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굳이 영상이 아닌 회화의 특징은? 아마 시간을 가둬서, 흐르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힘이 더 극대화가 된 게 아닐까.

 


10) 정적인 순간, In the Quiet Moment.jpg

©Alice Dalton Brown 

 

 

-커미션 습작

치밀하고 정갈하고, 정직하고, 정도의 단계를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못해. 완전하고 안전한 사실화보다는 즉흥에 기반을 두는 편이라서, 이렇게 반대의 성향을 보면 참 신기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대리 여행

한 사람의 인생 (회고전)으로 인해 (같이) 살게 만드는 전시이다. 바다+커튼 신작으로 알게 된 점. 이 전시는 ‘대리 여행’을 위해서 더욱 기획이 된 걸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니까, 어디든 떠나지 못하니까, 더 이런 그림을 갈망하고 바라고 열광적으로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평온한 그림

사진과의 다른 매력, 그림의 숭고한 노동 덕분에 대중이 좋아하는게 아닐까? 그리고 안정감 있는 사람의 그림이기에 더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12) 나무와 두 개의 창문 (AAR) #16, Tree with Two Windows, Rome #16.jpg

©Alice Dalton Brown

 

 

4부. 이탈리아의 정취

 

4부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1부와 동일하게 네모, 수직, 수평의 매력이 강해서일지도 모른다.


-Call me by your name

영화가 떠오른다. 이탈리아의 풍경, 뜨거운 열기도 느껴지고. 손길이 가득 묻어나는 대 저택, 집 내의 작은 수영장, 더운 온도와 괜히 감성을 찌르는 공기, 분위기, 느낌. 그 색감을 굉장히 잘 썼다. 그런데 정말 이거 파스텔 맞아? 내가 아는 그 파스텔? 너무나 잘 썼다.

 

 

5) 수영장, My Pool.jpg

©Alice Dalton Brown

 

 

5. 전시장에는 없는 대표작 9작 영상

 

확대 화면과 큰 부분 등, 세계를 더 확장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8) 여름 바람, Summer Breeze.jpg

©Alice Dalton Brown

 

 

-회고전을 통해 각 세션 흐름별로 작가의 시선 방향을 알 수 있었다.

1부. 밖에서 바라보는 건물, 현관, 테라스 등. 상상하게 한다.

2부. 점차 건물로 들어오는 중. 현관 앞 테라스와 나뭇잎 햇빛과 그림자 등을 본다.

3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본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본다. 방 안에서 창밖과 커튼을 보고, 드러눕기까지 하는 중. 그리고 가상 세계와 바다가 추가가 되었다

4부. 이탈리아 여행기. 외부에서 건물을 보거나, 혹은 문 밖을 바라본다.


집, 문. 외부와 내부의 경계선. 문을 기준으로 문 밖, 혹은 문 안에서 머무르게 한다. 보통 경계에 있는 작업들은 불안하기 마련인데 정말 평온해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건물과 경계선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잘 머물다가 간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그림들이다. 화가도 그리는 게 행복하고, 안정감 있는 성품과 크기 덕분에 보는 사람들도 편하게 살다 가고. 대리 여행 잘 하고 왔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꾸준히 표현해온 사람. 앨리스 달튼 브라운. 따스함 잘 느끼다 갑니다.



11) 느지막이 부는 바람, Late Breeze.jpg

©Alice Dalton Brown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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