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그래도 우리는 아직은 낭만, 마치의 음악 Part 1

글 입력 2021.08.04 21: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마치(MRCH)가 사는 원더랜드(Wonderland)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몇년 전 카페 쇼파르에서 윤지영이라는 본명으로 공연을 하던 아티스트가 있었다. 한동안 기억에 남아 있던 그녀의 공연 장면과 별개로 당시엔 그녀가 연고티비의 조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따로 인지하고 있던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란 걸 알게 된 건 작년 정도의 일이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그녀의 커버영상을 선택하기 전부터 그녀의 데뷔EP를 듣고 계속해서 다음 앨범을 기대하고 있었다. 리드미컬한 보컬과 음색, 음악의 색채 등이 너무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음악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새로운 싱글 [아직은 낭만]이 나왔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서른일곱 번째 주인공인 마치(MRCH)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1.jpg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마치 : 안녕하세요, 저는 싱어송라이터 마치입니다.

 
Q. 6월 13일에 드디어 싱글 [아직은 낭만]이 발매되었어요. 꽤 긴 공백을 가지고 새로운 신보를 발표했는데 그 이후, 최근엔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A. 마치 : 생각보다 저는 ‘음악을 냈다고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겠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알음알음 퍼지는 것도 상당한 것 같고 연락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공연 제의도 해주시고(웃음) 여러 가지 컨택이 들어와서 ‘이래서 활동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마치 님이 그동안 어떤 삶은 살아온 사람일지 너무 궁금해요.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떻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마치 : 저는 생각보다 이 질문을 꽤 받았어요. 그래서 말하는 레퍼토리가 있어요. 6살 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보냈고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중3때 엄마가 저의 미래가 슬슬 걱정이 되셨는지 뭘 할 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외숙모가 대학교도 출강하고 뮤지컬도 작업을 하시는 작곡가셨어요. 그런데 그걸 엄마가 보고 괜찮았는지 약간 번쩍하시더니 ‘어, 지영아! 너도 이걸 해라’라고 해서 시작한 게 클래식 작곡이었어요.

대학교에 가서는 제가 원하는 걸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퍼포밍을 하는 걸 좋아해서 처음에는 뮤지컬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막 활발한 편이라 춤추고 연기도 하고 표현해야 해소가 되더라고요. 그런 걸 하고 싶다가 인맥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동시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보)’가 찾아 왔어요.

 

2.jpg



‘너목보’에 나갔는데 게스트가 워너원이었고 설 특집이기까지 했어요. 진짜 많은 분들이 봐서 다 연락이 왔어요. 지인들부터 기획사들의 연락이 다 왔고 그때 기획사를 고민을 많이 하다가 계약을 했어요. 첫 EP앨범 [Let's March!]를 발매하고 직후에 계약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슬럼프였어요. 무기력함을 느껴본 게 처음이었어요. 저는 항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았는데 코로나도 터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인생의 가장 큰 암흑기였죠.(웃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대표님과 얘기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분이셔서 이해한다고 해주시고 회사를 잘 나왔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유튜브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영상에 정성을 하나하나 들여서 포트폴리오를 하나 만들 듯이 올려 보자는 게 나름의 전략이었어요. 너무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예쁜 분들도 많고 스타성도 있는 분들도 많잖아요. 나는 정성으로 때려버리자고 해서 처음으로 아이패드도 샀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작년 9월에 각 잡고 커버영상을 찍고 애니메이션도 넣으면서 올렸어요. 그게 [내손을 잡아] 커버영상이었어요. 계속 올리다가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서 여기저기 연락도 많이 오고 회사들도 연락을 주셨어요. 그리고 영상이 떠서 구독자가 생겼으니 내 노래를 빨리 내자, 해서 진짜 급하게 써서 낸 게 이번 싱글이에요.(웃음) 제가 곡을 생각보다 막 많이 만들어보지 않아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만들었던 노래 중에서 항상 자주 듣는 노래에요. 너무 제 취향을 반영한 노래라 한강을 지날 때마다 꼭 듣고 있습니다.

Dike : 음악을 하고 싶다고 스스로 자각하고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마치 : 어릴 때부터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하이스쿨 뮤지컬’이라는 디즈니 영화가 있어요. 그게 저에겐 바이블 같은 존재에요. 그런 환상 속에 살았었나 봐요.(웃음) 너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하는 게 부럽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랬어요. 어머니가 영어공부를 하라고 필리핀에 잠깐 어학연수를 보냈을 때였는데 하라는 영어공부는 안하고 컴퓨터로 맨날 하이스쿨 뮤지컬을 찾아보며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그리고 학원가는 봉고차 안에서 나는 노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그게 계기였던 것 같아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치원에서 장래희망을 적는데 거기에도 가수라고 되어 있어요. 그게 바뀔 줄 알았는데 쭉 가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도 부모님이 맞벌이셨는데 집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학교 끝나고 항상 노래방에 가고. 중고등학교 때는 밴드부를 하면서 좀 해소가 되니까 간절하게 막 그러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꼭 대학가면 음악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Q. EP앨범 [Let's March!]를 2019년 8월 14일에 발표하면서 데뷔했어요. 타이틀곡 [Wonderland]를 포함해서 총 3곡이 담긴 앨범이에요. 이 앨범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나요?

A. 마치 :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생각을 하게 됐는데 제가 굉장히 뭔가 이유가 있어야 앨범을 만드는 사람인 것 같네요.(웃음) 그때 들어가려고 했던 회사랑 얘기 중이었는데 회사에 내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걸 보내줘야 할 것 같았어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앨범을 준비하던 게 하나 있어서 그것만 만들고 들어가겠다고 하고 진짜 급하게 작업을 했어요.

마침 Joe layne이라는 프로듀서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곡을 써봤어요, 저는 작곡과인데 곡을 쓰는게 싫었어요. 입시를 하다 보니 작곡 자체가 싫었어요. 검사 받고 혼나고 이런 기억밖에 없어서 작곡을 못 즐겼어요. 그래서 퍼포밍하는 뮤지컬을 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해야 하게 된 건죠.(웃음) 회사에 나를 보여줘야 하니까. 첫 곡을 만드는 데는 진짜 오래 걸렸어요. 점점 짧아지고는 있는데 아직도 어려워요.

지금 잘 못 듣는 게 2, 3년 전이면 지금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잖아요. 가사나 멜로디부터 믹스, 마스터까지 지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때의 내가 너무 귀여워서(웃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앨범이에요.

[Wonderland]는 당시의 제가 그대로 들어간 곡인데 ‘꿈’이 두 가지 뜻이 있잖아요. 자는 것과 미래, 장래희망도 꿈인데 둘 다 너무 멋진 말인 거예요. 그때 저는 그 생각밖에 안했던 것 같아요. 자거나 꿈을 꾸거나. 그렇게 나온 노래에요. 쉽게 말하면 취준생들의 노래죠.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 잠들고 일어나서 ‘뭐가 되고 싶다’ 하면서 꿈꾸고 그런 걸 담았어요.

 
밍찌채널에서 예명을 정하는 과정

 
Q. 데뷔 전 유튜브채널 ‘연고티비’에 조이로 고정으로 출연하면서 이미 꽤 알려진 유명인사가 되었어요. 다양한 얘기를 연고티비에서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치’라는 활동 명을 정하는 에피소드가 저에겐 기억에 남아요. 연고티비는 마치 님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 있나요?

A. 마치 : 진짜 ‘팬 베이스’라는 게 너무 중요하잖아요. 연고티비에서 알게 된 구독자 친구들이 진짜 힘이 많이 됐어요. 댓글 하나하나가 힘이 될 때잖아요. 연고티비를 보고 알게 된 친구들이 너목보 같은 제가 출연한 영상이 뜨면 댓글을 달아 주시는데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처럼 느껴져서 아직까지도 DM이 많이 와요. 진짜 아는 동생들 같고 애틋하고 그렇죠. 너무 감사한 분들이에요.

다들 너무 귀여워요, ‘언니, 언니’하면서 실제로 연대에 온 친구들도 많이 연락을 줬어요. ‘연고티비를 보고 연대에 왔어요!’ 하면 너무 기분 좋죠.
 


 
Q. EP앨범의 수록곡인 [영화처럼]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이 곡은 채널A의 ‘보컬플레이’에서도 선보였던 곡이에요. 당시에 이석훈 님, 에일리 님 등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던 곡이였어요. 이 곡은 어떻게 쓰게 된 곡인가요?

A. 마치 : 이 곡도 너무 그때의 삶이 불투명하여 진짜 벗어나고 싶다, 하다가 영화를 봤는데 너무 부러운 거예요. 딱딱 일이 풀리잖아요. 그때 본 영화가 ‘미드나잇 인 파리’였는데 그걸로 시작해서 영화를 노래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래에 영하가 소재로 많이 쓰이니까 저도 해보자 싶었어요. 근데 그 내용을 1절에 쏟고 나니까 2절이 쓸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분 좋아지는 다른 영화들도 모아서 짜깁기 해놓은 노래에요. ‘이프온리’랑 ‘미드나잇 인 파리’로 쓴 노래예요. 내 인생도 이렇게 짜여 있으면 좋겠다, 해서 썼던 노래입니다.

 
Q. 사실 마치 님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됐을 때 제가 꽂혔던 부분은 아이유 같은 뉘앙스를 내면서도 걸그룹 같은 목소리에 브리티시 모던 록과 같은 밴드사운드를 내는 점들이었어요. 요즘엔 보기 드문 ‘록 사운드+여자 보컬’이기도 하고 너무 보컬이 리듬감을 잘 살리고 있더라고요. 보컬리스트로서 신경 쓰는 부분은 뭘까요?

A. 마치 : 제가 노래를 처음 배웠던 게 지난 번 회사에 들어가서 였어요. 그때는 문제아였어요. 선생님에게 ‘저는 이렇게 부르고 싶은데 안 되나요?’하면서 혼나고 그랬거든요. 근데 제가 요즘 다행이라고 느낀 것은 안배우고 야매로 했던 걸 다행으로 느껴요. 제 쿠세가 있는데 이승환 님 같기도 해요. 끝 음을 확 올리는 쿠세가 있는데 이게 호불호가 진짜 갈려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적재적소에 잘 쓰면 맛깔나서 좋아하거든요. 남발하면 좀 투머치(Too much)가 될 수 있어서 이 쿠세를 잘 조정하는 걸 신경 쓰고 있어요. 끝처리가 정말 중요하거더라고요. 녹음할 때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Q. 어떤 음악의 DNA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요. 물론 발표한 곡들에도 그런 성향이 있지만 그린데이나 유튜브에서 260만 조회수를 기록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의 커버, 공연에서의 에이브릴 라빈의 곡을 부른 것 등이 록의 DNA는 확실히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더 반갑기도 해요.(웃음)

A. 마치 : 진짜 저도 록커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내면에는. 현실적으로 일단 제가 인맥이 없고.(웃음) 제 친구들은 다 곡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악기를 하는 친구가 없어요. 실용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은 학교에서 밴드도 결성하고 그렇잖아요. 저도 동네 친구들이 있긴 한데 친구들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하니까 포기한 게 많아요. 만약 여건이 됐으면 진짜 밴드를 했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고 들은 게 매일 뮤즈(Muse), 그린데이(Greenday) 같은 분들만 듣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제가 멋있는 걸 좋아해요.

남성적인, 거친?(웃음) 밴드사운드를 제일 좋아하고 저도 몰랐는데 ‘와, 좋다’하고 느끼는 것들은 다 기타 소리에요. 그때마다 ‘나는 밴드구나’하고 느껴요. 그리고 아까 리듬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진짜 리드미컬한 걸 좋아해요. 리드미컬하거나 혹은 EDM도 좋아하는데 끌어 오르게 하는 무엇가가 있는 노래를 듣는 편이에요. 하는 음악은 또 다른 게 나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신기한긴 한데. 어쨌든 제 DNA에는 록이 있습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백예린 님이 부러워요.(웃음)

 
Q. 평소엔 음악 외의 어떤 다른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A. 마치 : 특별히 음악이 제일 재밌는 다른 일이 잘 없어요. 음악이 제일 재밌긴 하니까. 저는 가끔 유튜브를 보는데 강아지 유튜브를 많이 봅니다. 제가 보는 채널은 강아지 유튜브랑 음악 밖에 없어요.
 
 

3.jpg






NEXT

 

그래도 우리는 아직은 낭만,

마치의 음악 Part 2

  

제목은 마치의 인터뷰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낭만을 곁들인






오상훈



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