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을 다독이는 소리 - Baroque to Modern, 이은호 바순 리사이틀

글 입력 2021.08.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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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5_이은호 바순 리사이틀_포스터 최종.jpg

 

 

지난 2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바수니스트 이은호의 솔로 리사이틀이 열렸다.

 

공연을 접하고 보니 악기의 이름도 낯설 뿐더러 늘 오케스트라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지 바순의 독주 공연은 들어본 적 없음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 이름이 주는 부드러운 어감답게, 바순은 신비로우면서도 따스한 음율을 들려주는 악기였다. 공간을 밀도 있게 채우되 상냥하고 섬세한 뉘앙스를 잃지 않는 소리라니. 리사이틀은 이러한 바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했다.

 

공연에 앞서 이은호는 “바순이라는 악기는 저음 악기라고만 생각이 되겠지만, 독주로 연주했을 때 솔리스트적이고 비르투오소적인 매력을 지닌 악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공연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묘한 아름다움과 포근한 음색을 표현하는 바순 소리를 집중적으로 표현해 일련의 사건으로 심신이 지친 우리에게 진정한 쉼의 시간을 전했다.


 

 

바로크에서 모던까지, 묵직하지만 다정한 멜로디를 따라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였다. 오케스트라에서 한발짝 빠져나온 바순과 단 둘이 독대하기 알맞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첫 인상은 공연 시작 후 더 선명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마치 대화를 이어가듯 공연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바순은 겹리드를 쓰는 목관 악기 중 베이스 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로, 그 이름에서부터 이러한 역할이 직관적으로 묻어난다. 낮은 음역대와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오케스트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흐름을 이어가는 데 탁월한데, 반대로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독주 공연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편이다.

 

사실 낮은 음역을 다루는 악기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에 다양한 곡을 소화하더라도 그 뉘앙스가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처음으로 바순이 내뱉는 호흡과 목소리에 집중해본 경험은 이 편견을 단번에 깨뜨렸다.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충분히 다채로운 감정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특히 낮은 음색으로 인해 어둡고 우울한 감성이 기저에 맴돌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역시 큰 착각이었다. 연주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관통해서 울려나오는 듯한 묵직한 소리는 곡에 따라 끊임없이 섬세하게 조율됐다. 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때로는 유쾌하고 희극적인 감성까지 끌어내며 바순이라는 악기를 이해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1부와 2부 나뉜 구성이 무척 다채로웠는데, 1부에서는 바순의 기본적인 특성을 소화하는 곡을 펼쳤다면 2부에서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연주법을 들려준 것이다. 두터운 울림통을 거쳐 나오는 묵직한 소리뿐 아니라 날카롭게 올라가는 듯한 소리나 리드의 마찰음 등을 활용해 불과 몇십 분 전에 인지했던 바순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나타냈다. 도전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곡을 다이내믹하게 소화하는 바수니스트를 따라 관객은 이전에 없던 음악적 경험을 누리게 된다.

 

한편 이처럼 다이내믹한 연주는 Baroque to Modern이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 낭만, 현대 음악을 아우름으로써 독주로 접하기 힘든 바순의 매력을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줬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바흐, 바순의 비르투오소로 명성을 펼친 고전주의 작곡가 드비엔느, 생상스의 마지막 생애 작품으로 장식돼 의미가 있는 낭만주의 시대의 바순 소나타, 바순으로 독창성을 표현한 현대음악 작곡가 비쉬, 우리에게 친숙한 오보이스트 홀리거의 작품 등 다채로운 주제에 따라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이러한 선곡은 이은호가 독일에서 유학하던 당시에서부터 애정을 가졌던 곡으로 구성된 것이기에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프로그램


 

F. Devienne / Sonata in g minor for Bassoon and Basso continuo, Op.24 No.5 (10')

프랑수아 드비엔느 / 바순과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사단조, 작품24-5


J.S Bach / Viola da gamba Sonata in G Major, BWV 1027 (14')

요한 세바스찬 바흐 /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작품1027


-Intermisson-


H. Holliger / Three Pieces for Bassoon Solo, III.Klaus-Ur (9')

하인츠 홀리거 / 바순 솔로를 위한 세 개의 작품 중 3악장


C. Saint-Saëns / Sonata for Bassoon and Piano in G Major, Op.168 (13')

카미유 생상스 /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작품168


M. Bitsch / Concertino for Bassoon and Piano (7')

마르셀 비쉬 /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소협주곡

 


 

바수니스트 이은호


 

바수니스트 이은호는 세계적인 교수인 에버하트 마샬과 닥 옌센 에게 사사를 받으며 디플롬, 마스터, 최고연주자과정을 최고점수로 졸업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선화예고 재학시절 실기우수상을 받았으며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서울대 관악동문 콩쿠르, 한양대 음악 콩쿠르, 경원 음악콩쿠르에서 모두 1위를 입상하였고, 부산음악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를 입상하였다.

 

2018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로시니 바순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3위없는 2위에 단독 입상하여 주목을 받았고, 동아음악콩쿠르 1위와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였다. 일찍이 금호 영아티스트로 독주회를 하고 수원시향과 협연하며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국내외에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NDR Elbphilharmonie 오케스트라, 뮌헨심포니커오케스트라,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 원주시향, 한경필하모닉 등 객원단원 및 객원수석으로 연주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디토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중이다.

 

목프로덕션에 속해있는 목관오중주 뷔에르 앙상블의 멤버로서 2014년에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며 실내악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서울스프링 실내악축제, KBS 더 콘서트, SBS 컬쳐클럽, 아트엠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온쉼표 페스티벌 등에 초청받아 연주활동을 하고 4회의 정기연주회를 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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