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벼운 게 좋아 [영화]

B급 코미디 좋아하세요?
글 입력 2021.07.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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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복선이 깔려있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야 하거나 심오해서 해석을 찾아봐야 하는 영화를 보는 게 힘들어졌다. 내 집중력이 떨어진 문제도 있겠지만,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보는 영화에서까지 머리를 쓰기 싫고 무엇보다 현실에서도 맞닥뜨릴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더 컸다. 드라마 장르에 대한 기피는 넷플릭스, 왓챠 같은 ott 서비스를 구독하면서 더 심화됐다.

 

캄캄한 환경과 큰 스크린, 빵빵한 사운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는 물론이고 극적인 장면이 없는 드라마 장르 영화까지도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엄청난 장점을 가진 영화관에서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평일 기준 표 값이 13000원이 되어버린 지금, 예전처럼 쉽게 영화관에 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렇게 구독하게 된 ott 서비스는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이로 인한 단점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 때문에 대사를 놓치면 휴대폰 화면 왼쪽을 두 번 눌려 10초 뒤로 돌리기를 계속 반복한다던가 조금이라도 길어진다 싶으면 배속으로 넘겨버려 도대체 무슨 영화를 본 건지 모를 때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찾게 된 영화가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으면서 대사 몇 줄을 놓쳐도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가벼운, 바로 코미디 영화였다. 나 같은 동지들을 위해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 수 있는 B급 코미디 영화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1, 22 점프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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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점프 스트리트>(2012), <22 점프 스트리트>(2014)

 

 

고등학교 시절을 전혀 다르게 보낸 운동만 할 줄 아는 젠코(채닝 테이텀)와 공부만 할 줄 아는 슈미트(조나 힐). 졸업 후 경찰학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며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초보 경찰인 두 사람은 신종 약물이 활개치는 한 고등학교에서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 - 21 점프 스트리트

 

위장 수사로 인정받은 젠코와 슈미트 콤비가 대학교에서 유행하는 신종 합성 마약 '와이파이' 공급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에 MC 주립대 학생으로 위장한 두 사람은 사건의 단서를 남기고 죽은 신시아의 주변을 탐문한다. 풋볼팀의 주크를 의심하게 된 젠코는 풋볼 선수로 뛰면서 그의 동태를 살핀다. 그런데 젠코는 본분을 망각한 채 주크와 둘도 없는 콤비가 되고, 젠코에게 소외감을 느낀 슈미트는 예술전공 학생 마야와 가까워지며 둘의 파트너십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22 점프 스트리트

 

스토리는 상극인 두 사람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줌으로써 함께 임무를 완수하고 더욱 돈독해진다는 클리셰지만 여기에 시종일관 웃게 만드는 개그를 끼워 넣고, 조나 힐과 채닝 테이텀에게 연기를 시키면 완벽한 B급 코미디 영화가 된다. 후속편은 항상 전편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깨준 영화인 점프 스트리트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은 <23 점프 스트리트>가 없다는 것 아닐까.

 

점프 스트리트 시리즈는 왓챠에서 관람할 수 있다.


 

  

레이디스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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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나잇>(2017)

 

 

상원 후보자인 제스(스칼렛 요한슨)의 결혼 전 처녀 파티를 위해 대학시절 절친했던 친구들이 10년 만에 만나 휴가를 즐기러 마이애미로 떠난다. 늦은 밤까지 흥이 폭발한 광란의 홈 파티에서 앨리스(질리언 벨)의 실수로 남자 스트리퍼가 죽는 사고가 일어나고 이들은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개봉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B급 코미디 영화 추천 글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행오버>(2009). B급 코미디 영화의 바이블 같은 <행오버>를 보면서, 여자들끼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휩쓸리는 B급 코미디 영화가 없을까? 아쉬워할 때쯤 개봉한 <레이디스 나잇>은 내가 생각했던 여자 버전의 <행오버>였다.

 

스칼렛 요한슨의 코믹 연기는 영화에서 처음 본 것 같은데 의외로 코믹 연기도 뻔뻔하게 잘 소화해내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레이디스 나잇>은 왓챠에서 관람할 수 있으니 스칼렛 요한슨의 팬이라면 더더욱 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네토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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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

 

 

전자제품 판매원으로서 하루하루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숀(사이먼 펙). DJ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숀은 추억의 레코드판을 수집하며 꿈을 접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도 못하고 삶의 목표도 없는 숀의 일상은 지루하고 괴롭기만 하다. 삶의 유일한 기쁨은 매력적이고 지적인 동갑내기 여자 친구인 리즈와 엄마뿐이다. 그런데, 3년이나 사귀던 여자친구 리즈에게 실연을 당하고, 숀은 큰 상심에 빠진다. 괴로운 마음에 술을 청하고, 술에서 깨어난 다음날 아침, 영국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끔찍한 악몽 같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은 온통 사람들을 먹어치우는 `움직이는 시체` 좀비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고, 심지어 숀의 집 뒤뜰에도 이들이 침입한다. 자다 일어난 상황에 좀비들과 맞닥뜨리게 된 숀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좀비에 맞서 싸우게 된다. - 새벽의 황당한 저주

 

런던에서 잘나가는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펙)은 몸을 사리지 않는 근성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검거율 4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지만 경찰청 간부들과 동료들의 견제를 받아 시골로 좌천된다. 그가 부임한 곳은 범죄율 제로를 자랑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샌드포드. 좀 덜 떨어진듯한 순둥이 경찰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과 파트너가 되어 마을 축제의 안전관리, 실종된 백조 수색 등의 무료한 업무에 전전하던 어느 날, 끔찍한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의 이면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 뜨거운 녀석들

 

뉴턴 헤이븐을 주름잡던 게리(사이먼 펙)와 그 친구들 앤디(닉 프로스트), 올리버, 피터, 스티븐은 고교 졸업식 날,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하룻밤에 동네 술집을 다 돌고 멀쩡하게 살아남기에 도전한 게리와 친구들은 이 무모한 도전에 실패하고 만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어느 날, 왕년엔 잘 나갔지만 현재 반백수나 다름없는 게리는 옛친구들을 찾아가 못다한 술집 순례를 다시 떠나자고 꼬드기고 결국 다 같이 낡아빠진 그 시절 자동차를 타고 그들의 고향 뉴턴 헤이븐으로 향한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옛 추억들을 되새기며 술집 순례를 시작한 게리와 친구들은 뭔가 심상치 분위기를 감지한다. 황당하게도 외계인들이 온 동네를 접수하고, 그들에게 세뇌당한 사람들은 로봇이 된 것이다. 빨리 이곳을 떠나자는 친구들을 무시하고 술집 순례를 멈추지 않는 게리. 로봇이 된 마을 사람들의 추적을 피하며 결국 마지막 술집으로 향하는데… - 지구가 끝장나는 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사이먼 펙, 닉 프로스트를 주연으로 앞세워 제작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은 영화 중간에 영국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코네토가 등장하여 코네토 트릴로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 영화는 감독과 두 주연이 같지만 서로 이어지지는 않아 시리즈물이라고 하면 부담감을 갖는 이들에게 딱인 시리즈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들과 달리 영국의 시니컬한 스타일의 B급 코미디로, 미국식 B급 코미디 영화와 다른 매력이 있다.

 

배에 구멍이 나거나 머리통이 날아가기도 하지만 만화적이게 연출하여 잔인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으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데드풀>(2016)을 볼 수 있을 정도라면 코네토 트릴로지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아쉽게도 왓챠에는 코네토 트릴로지가 한 편도 없고 넷플릭스에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지구가 끝장나는 날>, 두 편이 있다. 개인적으로 <뜨거운 녀석들>을 가장 재밌게 봐서 없다는 게 아쉽지만 다른 두 편도 <뜨거운 녀석들> 못지 않게 재밌으니 보기 바란다.

 

 

 

배드 맘스,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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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맘스>(2016),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

 

 

남편이 외도로 집을 나가고 아이 둘을 혼자 키우며 침대에서 눈 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바쁜 싱글맘 에이미(밀라 쿠니스). 여느 때처럼 학부모 회의에 참가한 어느 날, 깐깐한 학부모회에 회의감을 느낀 에이미는 회의장을 떠나 술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아이를 넷이나 뒀지만 독박 육아를 하며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하는 키키(크리스틴 벨)와 이혼한 후 마사지 샵에서 일하며 자유분방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는 칼라(캐서린 한)를 만나게 된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을 때려치우고 자신을 위해 ‘나쁜 엄마’가 되기로 한다.


사회에서 은연중에 기대하는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유쾌하게 꼬집은 영화 <배드 맘스>. 하지만 줄거리만 보고 부모님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식 B급 영화에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인 마약을 하는 장면은 없지만, 청불 영화인 만큼 선정성이 높으니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캐서린 한이 맡은 칼라가 등장할 때마다 주변에 누가 없는지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됐다.)

 

후속작인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전작보다는 재미가 덜 하지만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하니 다시 한 번 주인공들의 케미를 느끼고 싶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제 볼 것보다 본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B급 코미디 영화. 내 혼밥 메이트이자 적막함을 깨주는 존재인 B급 코미디 영화들이 더 많이, 다양하게 제작되길 바란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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