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떻게 뮤지컬을 예매하게 만들 것인가?

17만 원의 가치를 입증하는 방법
글 입력 2024.04.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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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뮤지컬의 VIP석 가격이 15만 원을 한참 넘은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2023년 뮤지컬 분야 매출은 4,500억 원을 넘겼지만, 시장의 규모가 확장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히려 N차 관람객(혹은 마니아 관객)이 감소하였다는 공연 관계자의 평도 있었다. 마니아 관객은 높은 가격으로 느끼는 부담감이 커지고, 일반 관객(혹은 잠재적 관객)은 뮤지컬 자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제작사에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을 안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물가가 올라간 만큼 제작비와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손익분기점이라도 넘기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물론 가격을 높여도 관객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즉, 제작사도, 관객도 금전적으로 양보할 구석이 없는 교착 상태이다.


결국 관객이 뮤지컬을 예매하게 만들려면 그만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어떻게 관객들이 16~17만 원에 육박하는 뮤지컬을 구매하게 할 것인가?

 

 

 

1. 내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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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인 요소부터 말해보자면, 작품 자체가 좋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에는 이미 작품성이 한차례 검증된 작품들을 올리기 때문에 관객들도 안심하고 예매하지만, 창작 뮤지컬은 작품성이 좋은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창작 뮤지컬은 주로 첫 공연의 리뷰로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관객들은 더 이상 작품이 공연 기간에 발전되는 모습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트라이아웃 혹은 쇼케이스 등으로 작품성을 꼼꼼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연진도 제작사와 관객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작품을 표면적으로 실현하고, 관객에게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타마케팅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계속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관객은 실력이 검증된 배우를 원하고, 제작사는 흥행이 검증된 배우를 원한다. 결국 이를 모두 충족하는 배우는 현재 소수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 배우의 개런티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무리하게 겹치기를 진행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연 시 발생하는 무대 사고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여러 뮤지컬에서 음향, 조명, 무대 전환 문제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상 대책도 특별한 기준 없이 급하게 만들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었는데, 근본적으로 이러한 사고들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싼 돈을 주고 자리에 앉은 만큼 관객은 공연 중에 발생하는 사소한 잡음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극장을 꾸준히 관리하고 스태프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외적 요소



작품과 출연진이 좋아도 이를 홍보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이제는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콘텐츠의 강점과 매력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경로와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비싼 가격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작품의 정보와 혜택을 더욱 풍부하게 제공할 필요도 있다. 홍보 방식은 매우 다양하므로 현재 두드러지고 있는 방식만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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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급부상한 홍보 방법은 ‘숏폼’ 형태의 홍보이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의 숏폼을 즐겨보게 되면서, 해당 경로로 광고를 직접적으로 송출하거나 별도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뒤따라왔다. 특히 뮤지컬 <난쟁이들>이 공연 중 생겨나는 유쾌한 애드리브와 해프닝을 담아낸 실황 영상을 숏폼으로 담아 큰 화제가 되었고, 연장 공연까지 진행한 바가 있다. 그 외에도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오페라 <리타>의 노래 중 재밌는 부분을 담아낸 쇼츠가 많은 조회수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숏폼을 이용한 홍보가 위의 예시처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숏폼의 특성상 작품이 가진 매력을 일반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대체로 유쾌한 내용의 작품들이 효과적이다. 설사 제대로 된 숏폼 콘텐츠가 등장하더라도 이 영상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숏폼 콘텐츠는 알고리즘만 잘 작용한다면 꽤 강한 파급력이 발생한다. 게다가 알고리즘 외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간접적으로 돌고 도는 바이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일반인들이 작품에 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그러므로 숏폼을 이용한 마케팅을 마냥 포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숏폼으로 흥행한 작품의 방식을 무조건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작품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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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최근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부가적인 이벤트를 활용하는 방식도 부쩍 증가하였다.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의 메이크업을 가볍게 체험해보는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드라큘라>는 원데이 조향 클래스를 진행하였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VIP석 가격으로 백스테이지 투어 패키지를 판매하였고, <영웅>은 세종예술아카데미와 협업하여 뮤지컬 관람뿐만 아니라 노래, 서예, 안무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할인된 가격의 패키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뮤지컬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것 외에도 다른 체험을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한, 뮤지컬은 공연을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MD를 구매하거나 포토존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정도로 자신의 경험을 물리적으로 소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장할 수 있는 다른 물건이 생겨나면서, 우회적으로라도 뮤지컬을 통한 추억을 소장할 수 있는 방식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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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뮤지컬 시장에 존재하던 문제점들이 더욱 부각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각각의 작품들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당분간 뮤지컬 시장은 관객들의 소비 위축으로 인한 정체기에 들어서고, 뮤지컬 작품 간의 콘텐츠 및 홍보 경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단순히 정체기로 받아들이기보다 뮤지컬 시장이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하는 성장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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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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