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건강한 진심은 건강한 과몰입을 부른다 - 골 때리는 그녀들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7.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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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 오후 9:00 방영 / 2021.06.16~

 

 

 

'진지한' 여성 스포츠 예능


 

최근 SBS의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운동선수 출신이 아닌 여성 연예인들로 구성된 출연자들이, 지상파 채널에서 '여성 축구'라는 비인기 종목으로 프로그램을 꾸려나간다는 설명은 다소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종목을 막론하고 그동안 여성이 주축이 된 스포츠 예능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던 까닭일까.

 

지난 설, 명절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던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당시 1회 8.4%, 2회 10.2%라는 높은 시청률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4개월 후,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골때녀>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의 화제성을 유지한 채 정규로 편성되었어도 높은 흥행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많은 우려와 함께 6월 16일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첫 발을 디딘 <골때녀>의 시청률은 2.6%. 하지만 이후 3주 연속으로 동시간대 프로그램 시청률, 그리고 지상파 수요 예능 1위에 등극하며 시청률 7.5% 선으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모바일 기기가 아닌 TV 앞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요즘, 눈에 띨만 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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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팀.

여기에 FC 월드클라쓰가 추가되었다.

 

 

<골때녀>가 정규 편성이 되기까지의 4개월 동안, 4팀이었던 출연 팀은 6팀으로 늘었고 각 팀에는 몇 선수들이 새롭게 보강되었으며, 선수들 각 개인의 역량도 크게 성장했다.

 

파일럿 당시 우승을 거머쥔 '불타는 청춘' 출연자들로 구성된 FC 불나방, 국가 대표의 가족이거나 본인이 타 종목 국가 대표인 FC 국대패밀리, 각 현역 모델, 개그우먼들로 이뤄진 FC 구척장신과 FC 개벤져스, 그리고 정규로 편성될 때 새롭게 추가된 액션 배우들로 구성된 FC 액셔니스타, 주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FC 월드클라쓰 팀과 더불어, 2002 축구 신화를 이뤘던 국가 대표 출신 감독들이 함께 만드는 축구 경기는 파일럿 때보다 더욱 풍성한 볼 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성 스포츠 예능이라는 특수성이나 화려한 출연진은 <골때녀>의 근본적인 흥행 원인이 아니다. 전 출연진이 4개월 이상의 시간 동안 본업과 함께(어쩌면 본업에 임할 때보다 더) 축구 연습에 몰두하고, 예능이 아닌 경기로서 프로그램에 매진할 만큼, <골때녀>의 출연진들이 축구에 진심으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진심'인 자는 이길 수 없다


 

<골때녀>에 선수로 출연하는 출연진 대부분은 따로 본업이 있는 여성 방송인들, 혹은 국가 대표의 가족들이다. 인터뷰를 통해 <골때녀>로 축구를 처음 접했다고 말했던 그들의 경기는 선수들의 것처럼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골때녀> 선수들의 경기에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먼저 경기장 안에서 <골때녀>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진심은 서로 밀치는 몸싸움으로, 또 한편으로는 서로를 다독이는 응원으로 나타난다. 필드 위로 크게 소리 지르고, 게임에 집중하며 마음껏 인상을 쓰고, 초조함과 패배의 아쉬움에 눈물을 터뜨린다.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열중하며 서로 경쟁하고 또 단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출연자 모델 한혜진은 잡지 인터뷰에서 '골을 넣는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단순함이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또 다 커서 이렇게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본 게 정말 오랜만이며, 생각보다 축구가 빨리 늘었다. 여자들이 그라운드에서 이렇게까지 진심인 게 흥밋거리로 보일 수 있겠지만, 뭔가에 최선을 다하는 데 성별이 어디 있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개그우먼 신봉선 또한 출연한 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축구하시면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왜 이 좋은 걸 여자아이들은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도 축구를 시켜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그 진심은 경기장 밖에서도 유효하다. 선수들의 본업이 운동선수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연습 과정으로부터의 잦은 부상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부상을 입었고, 그 부상에도 개의치 않고 연습과 경기에 매진해 매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향상된 실력을 보여주었다. 제작진 또한 '축구가 본업이 아니지 않나. 몸을 아껴가며 하라.'라며 출연진들을 만류(?)할 정도로, 경기장과 카메라 밖에서도 6팀의 연습량은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각 선수들은 SNS에 꾸준히 축구에 관련된 게시글을 올리고, 타 방송에 출연할 때도 축구의 존재를 꼭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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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C 구척장신 팀 모델 아이린 인스타그램

 

 

한편 각 팀의 감독을 맡은 6명의 감독들 또한 어느새 프로그램에 '진심'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예능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의 태도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몇 감독들은, 이미 팀에 맞는 전략을 짜느라 열심이다. 경기의 클라이막스 때마다 클로즈업되는 감독들의 표정과 시청자들의 표정이 꼭 닮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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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개벤져스 팀 개그우먼 신봉선 인터뷰 장면

 

 

파일럿 방송 당시 제작진은 '남성 축구'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스포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경기력에 주목하여, 그 안에서 예능의 재미를 담아내려 했다. 그러나 매번 장거리 이동을 이겨내며 축구 연습에 참여하고, 본업 출근길에서도 드리블 연습을 하면서 이동하며, 인터뷰 시간까지 아까워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방송 제작진 또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프로그램 4화의 부제목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축구 예능'이다. 본업에 임할 때만큼의 열정과 의지, 몸을 사리지 않는 축구 연습과 경기는 부상과 성장을 낳았다. 프로그램 초기에 각 출연진에 붙었던 '누구 아내', '특정 외모'에 대한 수식어는 점차 사라지고, 각자 그라운드의 독립된 선수로서의 캐릭터가 부각된다.


남성 축구와의 비교 대상이 될 필요 없이, 실수 많고 완벽하지 않아도, 출연진들에게 축구를 통한 도전은 그 자체로 빛난다. '그 누구를 대신해서가 아니라 나를 대표하는 나만의 축구'라는 FC 국대패밀리 팀의 입장 소개 자막은, 어쩌면 해당 팀뿐 아니라 전 출연진, 그리고 스크린 너머의 시청자들에게까지도 와닿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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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출연진 인터뷰 장면

 

 

이렇듯 6팀의 모두가 축구에 '진심'이기 때문에, <골때녀>에서는 타 스포츠에서 주목되는 승자와 패자의 문제보다는 각 팀의 플레이 자체에 '과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대다수다. 기존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기는 팀이 우리 팀'이었다면, 각 선수들의 노력과 의지,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알기에 '지는 팀도 우리 팀'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팀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가며 달리지만, 함께 뛰는 상대 팀도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날카로운 태클을 걸거나 상대의 프리킥을 전투적으로 막으며 승부욕을 불태우면서도 '미안해요'를 거듭 언급하고, 몸싸움 중 넘어지거나 부상을 입으면 재빨리 서로의 상태를 살핀다.

 

경기를 관전하는 나머지 4팀 또한 번갈아가며 다른 팀을 응원한다. 승리는 값진 열망의 대상이기에 최선을 다하지만, 원하는 것은 승리 그 자체일 뿐이며 정당한 절차와 노력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그 스포츠 정신을, 출연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공놀이'가 남긴 것


 

'골때녀'들의 건강한 진심은 보는 사람들의 건강한 과몰입을 불렀다. 각 팀들이 함께 쓰는 스포츠 서사도 큰 의미가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그냥의 가치'다. 출연자 모델 이현이는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이 '출산 전후가 아니라 축구 전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전 그냥 살아‘졌’어요. 모델 됐네, 방송도 해, 결혼했네, 애 낳아야지, 흘러가듯 살아왔고, ‘해내겠다’며 매달린 건 축구가 처음이에요. 주변에서 ‘축구에 미쳤어? 왜 그렇게까지 해?’라고 하면 ‘정규 들어갔잖아, 잘해야 해’라 핑계 대지만, 사실 내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뭔가를 하는 기준이 ‘난 이걸 못해, 잘해’에서 ‘난 이걸 좋아해, 안 좋아해’로 바뀌었어요."
 

 

스포츠는 승패가 나뉘지만, 놀랍게도 삶은 승패가 나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집착이나 시선에서 벗어나 내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내가 '그냥' 좋아해서 하는 것에 몰두할 때, 삶은 더 넓어지고 재미있어진다. <골때녀>의 출연진들 또한, 여러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느낀 바를 다양하게 언급해 왔다.

 

지금 <골때녀>에서는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는 팀을 가리는 리그전이 한창이다. 서사, 과몰입, 열정 맛집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직접 '건강한 과몰입'을 체험해 보면 좋겠다. 프로그램 방영 이후 여성 풋살 카페와 모임이 성황이라는 후문이다.

 

 

 

[참고 자료]

 

경향신문, '스포츠는 공평하게 뜨겁다, <라켓소년단>과 <골 때리는 그녀들>'

경향신문, '여자가 무슨 축구냐고?... '이 좋은 것'을 가르쳐 준 적은 있고? [이진송의 아니 근데]'

W 인터뷰, 'On Air - 그라운드를 뛰는 여자들'

시사저널, '<골때리는 그녀들>, 진정성이 통했다'

 

 

[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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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때녀
    • 기사 너무 잘봤어요! 정말 재밌게 보고있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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