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맥시멀리스트의 다짐 [문화전반]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은 사용해요
글 입력 2021.07.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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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Minimalism).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기는 것을 중심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 미니멀 라이프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2010년대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여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근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어느 맥시멀리스트의 고백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최근 넷플릭스에서 내가 저장해놓은 콘텐츠들의 목록이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면서 소비를 줄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지만, 매번 생각에서 그쳤다. 세상엔 왜 이렇게 흥미로운 것들이 많고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줏대 없이 현혹되는 걸까. SNS는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클릭하게 되어버리는 스폰서 광고들이 가득했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알고리즘은 나의 고유의 취향과 관심사를 조작하고 갖가지 상품들을 추천했다.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고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소비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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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이라는 예술 및 문화 사조가 사람들의 삶과 패션 등에도 깊숙이 들어온 것은 시간이 꽤 지난 일이지만, 자칭 그리고 타칭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게 너무나도 많은 나로서는 그러한 삶은 절대로 살 수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은 나의 휴식 공간을 쓸모없는 물건들로 인해 방해받으면서부터였다.

 

코로나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옷장을 보고 한숨만 내쉬는 날이 늘어났다. 너무… 뭐가… 많아. 혼란하고 피곤해. 싹 다 버려버리고 심플한 셔츠랑 깔끔한 진들로만 옷장을 채우고 싶다. 나는 종종 심심한 일상에 이벤트 같은 것들이 필요해서, 그날 하루의 테마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날이 많다. 별거 아닌 날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물들이 필요했는데, 대부분이 의류였다.

 

패션은 나의 두 눈으로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시각적인 분야이고, 그렇기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이틴, 고스펑크, 모리룩…. 나는 매일 다른 사람이 되며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곤 했는데, 문제는 구매도 지나치게 직관적으로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휴학 시절, 의류 매장에서 일했을 때 거의 수집하다시피 사들인 옷들이 다수였지만, 그때의 소비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곧 나는 다량의 옷가지들에 매몰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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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뿐만이 아니었다. 집안 곳곳을 쓰지도 않은 잡동사니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실 자취방 이사를 하면서도 늘 소비를 멈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다. 몇 평 되지도 않은 자취방에 ‘혹시 몰라’ 구매하거나, 소유하고 있던 물건들은 휴식 공간을 침범했고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경제적 낭비 측면도 있지만, 잔뜩 쌓인 물건들의 번잡함과 그 크기에서 오는 피로도가 너무 컸다.

 

피곤함의 원인은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각의 존재에 대한 의미와 역할을 부여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쓰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면, 그것들을 구매한 것에는 사실 큰 이유가 없었다.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아 일하는 시간을 연장했었는데, 쉬지를 못하니 ‘일하는 나’를 위한 보상심리가 생겼다. 이를테면 ‘홧김비용’. 그날 퇴근할 때 버스를 놓쳐서, 좋지 못한 일이 생겨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합리화한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내가 샀는지도 모른 물건들이 택도 떼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짐짝 같은 물건들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공허하고 우울해졌다. 쓸모없는 물건들은 많아질수록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에 따르는 더 큰 만족으로 내 안의 결핍들을 채우려고 애썼지만 무언가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형태는 일시적인 쾌락일 뿐이지 궁극적인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우스웠던 것은 귀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을 쫓고 있었다는 것을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공간이 혼잡해서 그런지 마음도 혼잡했다. 단순해지고 싶었다. 지난 것들은 좀 뒤로 하고 싶었고 생각을 비워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비워내지 못하더라도 소비습관을 개선하고 환경문제를 직시해야 했다.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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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이야기하는 단순하고 간소한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2010년, 그 둘이 개설한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는 영미권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개설 1년 만에 방문자가 10만명 이상을 차지했고, 각종 언론에 집중 받기 시작하면서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는 유행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조슈아와 라이언을 따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제시뿐만 아니라 나처럼 잘못된 소비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모았다. ‘도박꾼의 딜레마’라는 꽤 직설적인 단어가 기억에 남는데, 물건을 소비한 것을 도박을 통해 손에 넣은 상황과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구매한 뒤 후회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뒤쫓고 있는 것인지 나조차도 몰랐던 순간들이 떠올라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들은 현시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바로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 자유시장, 자유 사회에 있다고는 하지만, 큰 기업들이 독점한 시장에서 우리 고유의 관심사와 취향은 조작되고, 그것은 만연한 물건 중독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의 속임수 중에서는 ‘결핍 광고’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 광고하는 제품을 사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그것을 접한 소비자들은 필요가 없어도 완벽해지고 싶다는 욕구로 그것들을 소비하기 시작한다. 공동체 의식이나 목적, 착용한 브랜드 상품을 제외한 것들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내야 하는데, 완벽해지고 싶다는 당시의 소비자들에게는 그럴 방법이 사라졌기에 더 많은 소비로 소속과 만족에 대한 욕구를 잘못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는 갖고 싶은 것을 다 살만한 거액의 돈은 평생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둘 공간도 마찬가지로 없다. 그렇기에 욕구를 줄여야 한다.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물질들로부터 벗어 날 때, 삶 주위에 완충장치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행복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그렇게 조슈아와 라이언은 지혜로운 소비방법과 비움의 미학을 설파한다.

 

 

 

버리는 방법


 

버리기 위한 노력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우는 것은 채우는 것보다 어려웠다. 남겨질 물건들에 대해서는 역할을 정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야 했고, 헤어질 물건들과의 정은 떼기가 어려웠다. 버린다는 것은 살 때보다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한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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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와 라이언은 대단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하나 이상의 물건을 버리기, 무언가를 구매하면 또 하나를 버리기, 혹은 이삿짐을 싸듯 짐들을 포장하고 그곳에서 자주 쓰는 것들 위주로 남겨 놓는 등의 해결책을 내어놓는다. 그들이 강조하며 바라는 것은 남겨지는 물건의 역할을 깊이 생각하고, 그것에서부터 확장하여 소비를 제외한 어떤 것에서 본인이 만족감을 느끼는지 깨닫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비워진 자리는 금세 다른 물건들로 가득 찰 것이라고, 그들은 경고한다.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은 사용해요. 그 반대는 소용없으니까요.”

 

사실 이 영상을 다 봤음에도 물건을 버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 받은 것들도 많았고, 오래전에 구매하여 나름의 정이 들어버린 것들과 매일 다른 테마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상하고 철저한 준비성이 집요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핍의 궁극적인 해소법을 찾아내며 현명하게 소비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든 이 순간 말이다.

 

그동안은 포화상태였다. 텅 빈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부 텅 비워낸 공간만이 그 공허를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용기 있게 일어나 신지 않는 신발 두 켤레를 집어들었다. 앞으로는 그 비워낸 공간을, 여유로움이라는 산뜻한 색으로 채색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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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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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오드리
    • 맥시멀 리스트 컬처리스트님의 글에 참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차고차곡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며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답답했지만 딱히 뭔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신박한정리라는 티비  프로를 볼때도 그냥 시청만 했는데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에 저도 오늘 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려합니다. 그 생각만으로 여로운 공간이 탄생할것같아 설레입니다. 

      세나님의 용감한 시도에도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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