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귀로 듣고, 눈으로 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오디오북 [도서]

글 입력 2021.07.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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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플랫폼에서 한 이벤트에 당첨이 돼서 3개월 이용권을 받았다.

 

그동안 무료 오디오북이나 채널만 들었는데, 이용권으로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오디오북을 들었다. 요즘 듣고 있는 오디오북이 있는데, 분량이 꽤 길어서 조금 지루해졌다. 그래서 전환도 할 겸 다른 오디오북을 골라 들어봤다. 故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었다.


故 박완서 작가가 쓴 책을 처음 만난 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봤다. 제목이 특이해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봤는데 열 장도 못 읽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그 작가가 쓴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다시 만났다.

 

그 때처럼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오디오북을 계속 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이 나를 잡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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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직접 뽑은 7편의 단편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오디오북은 배우 김혜수가 직접 뽑은 7편의 단편 소설을 낭독한 것이다, 여기서 ‘직접 뽑은’ 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라 그 배우의 취향이 궁금해서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캐릭터에 따라 변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가 매력적이었다. 항상 그녀의 연기를 영상과 함께 보고, 들었는데 듣기만 하니 색달랐다. 배우 김혜수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연기실력 덕분에 듣기만 하는데도 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어폰으로 들으면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는 기분까지 들었다.

 

 

 

70년대의 사회 단면 종합세트



배우 김혜수가 뽑은 7편의 소설은 종합세트 같았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책 소개를 보면 70년대의 사회 단면을 예리하게 담았다고 나오는데, 책을 다 읽지 않아도 7편의 소설만으로도 사랑, 결혼, 여성 등 그 시대의 사회 단면을 다양하고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7편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노인과 소년>, <여자가 좋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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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소년>은 전염병이 휩쓴 고장에서 살아남은 노인과 소년이 새 고장을 찾아 떠났다. 마침내 살기 좋은 고장을 찾은 것 같아 그 고장에 들어서는데 도망을 다니고 있는 고장 사람을 만났다. 알고 보니 그 고장은 거짓말을 하면 엄격하게 다스리는데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해서 도망을 다니는 거였다.

 

노인은 거짓말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왜 도망을 다니는지 물었다. 고장 사람이 대답하기를 그 고장의 임금님은 감자를 양파로 부르며 이름을 바꿔서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를 백성들도 따라하라고 엄명을 내린 것이다.

 

그 사람은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한 것이지만 그 고장에서는 거짓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노인은 소년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렸다. 진실이 거짓이 되고, 진실을 말하면 오히려 벌을 받아야 하는 고장에서는 소년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는 당시 사회 문제를 쉽게 풀어냈으며 노인과 소년의 짧은 대화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예리하게 짚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이 소년의 손을 잡고 고장을 떠나는 모습은 작가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까지 드러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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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좋아>는 남아선호사상 시대 속에서 막내딸로 자란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자의 부모는 그녀에게 남동생을 보라는 의미의 이름을 지어주고, 극진히 키웠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부모의 실망한 마음을 달래드리고 싶어서 머슴애처럼 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부모를 보면서 더욱 머슴애처럼 굴었다. 그래서 대학도 원하는 과에 가지 않고 남자들이 많이 가는 과로 진학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보다는 부모의 마음을 신경 쓰고. 부모가 원하는 쪽에 맞춰줬다. 하지만 그녀는 성인이 되면서 조금씩 여자다워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여전히 바지를 입고 다녔지만 블라우스만이라도 여자답게 입고 다녔고, 과에서 홍일점인 덕에 여자대접은 받았지만 미팅은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여자인데도 여자처럼 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전히 머슴애 같은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총학생회장 부정선거운동을 하는 남학생을 보게 된다. 더구나 이를 지지하는 남학생들의 모습까지 보면서 남자에 대해 실망을 느꼈다. 그녀는 그 남학생이 학생회장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른 과 여학생들과 함께 부정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학생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시시한 자식들 퉤퉤”라고 하며 남학생들과 맞서 싸우면서 그녀는 정말 여자다워졌다. 미팅까지 들어올 정도로 말이다. 이 이야기는 남아선호사상, 남성우월주의 시대 속에서 여자로서 당당히 일어선 것을 보여줬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그녀의 성장이다.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녀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여자라는 성별보다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마음만 살피고, 자신의 마음은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다 부정선거운동을 하는 남학생들을 보면서 그녀는 남자에 대해 실망을 하고 여자는 ‘머슴애처럼’에서 벗어나기에 용기를 낸다. 그렇게 남학생들과 맞서 싸우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자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진짜 어른 여자로 성장했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오디오북의 조화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故 박완서 작가만의 위트와 세련된 문체, 쉽게 풀어낸 사회 단면, 짧은 이야기 끝에 강한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들을 수 있는 분량, 중간에 일시정지 했다가 재생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단편 소설의 장점과 캐릭터에 맞게 변하는 배우 김혜수의 목소리와 말투, 나긋나긋하게 읽는 해설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


아무리 단편 소설이라도 묶어놓으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오디오북을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만의 매력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어느새 귀를 쫑긋하고 마지막 클립까지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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