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삶을 만드는 공구 -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글 입력 2021.06.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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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나는 공동구매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의> '공구'는 '공구(工具)'이다. 그 정도로 나는 공구나 공구상에는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다 최근에 한 유튜버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캣타워도, 선반도 뚝딱뚝딱 손으로 만드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댓글로 유튜버가 사용하는 공구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브랜드가 비싸다, 어떤 제품을 새로 장만했다 등등. 그때 새삼스레 깨달았다. 공구에도 브랜드가 있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구도 상품이므로 브랜드마다 다른 특성이 있고 신상품도 계속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의 평판에 따라 '가성비 라인'이 있는가 하면 알아주는 '고급 라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쪽 분야는 왠지 단조롭고 칙칙한 이미지로만 각인되기 십상이다. 산업 특성상 종사하는 분들의 나이대가 나와 많이 다른 데다가 미디어에서 접할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아버지가 공구상을 했던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의 저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역시 공구상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가장 '힙한' 동네에 자리한 스타트업 회사 직원이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트럭을 몰고 다니며 믹스커피를 즐겨 마시는 공구상이 된다.


그렇다면 공구상은 무엇을 하는가. 모든 일이 그렇듯 공구상의 일 역시 깔끔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되기는 어렵지만, 말하자면 산업용품을 만드는 기업과 그걸 사용하는 기술자 사이를 잇는 유통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산업용품이란 말 그대로 산업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총칭한다. 흔히 떠올리는 드라이버나 나사못도 산업용품이고, 요즘 매일 끼는 마스크, 아무 데나 있는 종이컵도 산업용품이다. 저자는 자신이 하는 사업의 정체성을 '산업용품 큐레이션 커머스'로 잡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여러 공구 기업의 뛰어난 제품을 찾아내 홍보하고, 소비자에게는 필요와 예산에 가장 잘 맞는 공구를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 버스를 타고 다니며 가끔 간판으로만 마주치던 공구상의 내부를 볼 수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납품을 위해 트럭으로 전국을 누비고, 새로 나온 공구를 살펴보기도 한다. 막연히 투박한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공구상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동네에 있는 철물점도, 길에 다니는 트럭 하나도 좀 다르게 보인다. 그 안에 있을 '사람'과, 그 사람이 보내는 시간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달까.


책 앞쪽이 공구상이 된 저자의 좌충우돌 적응기와 공구상의 일상 중심이라면 뒤쪽은 우리가 흔히 보는 공구부터 다소 생소한 공구까지 공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각종 공구의 종류와 용도, 잘 사용하는 팁 등은 나처럼 공구에 문외한인 사람의 시야를 넓혀준다. 예를 들어, 장갑의 종류를 몇 가지나 댈 수 있는가? 나는 잘 해봐야 작업용 목장갑과 용접용 장갑 정도를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한 장 넘겨도 이어지는 종류의 개수를 보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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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가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공구들은 전문적인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생활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일이 많은 공구들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먹고 자는 것을 포함해 삶을 유지하는 데에는 벽돌과 시멘트, 볼트와 나사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공구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 것 없이 이 세계는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왜 이런 실용적인 분야를 이렇게까지 모르고 살았을까? 또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그건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기술을 천시해온 사회 분위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용접사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용접이라는 단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더불어 직접 작업용 의자에도 앉아 보고 그들의 작업 현장도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용접사는 소방관만큼이나 존경받아야 한다. 우리가 타고, 뛰어넘고, 착지하고, 잡고, 눕는 모든 것에, 살기 위해 구매하는 모든 물건에 용접이 쓰인다.


-78쪽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용접이나 배워라'와 같은 말에 담긴 맥락과 사회 분위기를 의식하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세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공구상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막연한 이미지 너머의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구가 일부 전문가만을 위한 게 생각 이상으로 삶과 가까이에서 우리의 삶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글은 이렇듯 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어쩔 수 없이 물려받은 역사도, 물건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개척하는 창업이고 고칠 수 있는 살림이다.

-202쪽



요즘 공구상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1세대 격이었던 이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가게를 물려주면서 비교적 젊은 사장님들이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MZ세대답게 새로운 감각으로 자신의 일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갈 공구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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