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한 톤(tone), 사랑한 순간(moment) [영화]

좋아하는 영화 있어요?
글 입력 2021.06.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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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영화 감상이요.

좋아하는 영화 있어요?


네, - 예요. 라고 말할 수 있었던 영화는 여러 개가 있다. 빠져든 계기는 감독, 배우, 혹은 연출 총 3요소의 이유로 아직 되새긴다. 하나 같이 살펴보면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에 낭만을 가졌느냐? 그건 또 아니다. 사랑? 사랑! 하는 영화도 싫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코미디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를 사랑하며, 사랑에 관해 비관적인 입장에 가깝다. 누구보다 감성에 젖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인 나에겐 사랑이란 어찌 보면 낭비에 가깝다. 그 영향 탓인지 현실이 아닌 영화 속에서 그 이상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매주 끊이지 않고 즐겼던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그때 나에게 '영화'는 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사회에 들쑥날쑥했던 마음을 달래주는 나만의 비밀 공간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 싱숭생숭해서 감당되지 않는 나의 온도를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무엇보다 2010년대 초중반은 홍대병의 영향이 잔재하여 남들이 안 볼 법한 작품을 찾아 헤매던 시기다. 가끔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중학생 때 들은 음악은 평생 듣게 된다고, 나에게 평생 보게 되는 영화는 내가 말하는 이때 감상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때 들였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다. 수업과 과제를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릴 때, 아무도 없어 고요한 새벽에 냉장고에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 감상하는 영화는 내게 행복 그 자체였다. 지금도 다를 것 없다. 단지 이제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탓에 주말 전에만 가끔 여유를 부려본다.

 

 

 

마미(Mommy)

감독 자비에 돌란 | 출연 앤 도벌 안토니 올리버 피론 수잔 클레망 등 | 개봉 2014.12.08 | 상영 시간 138분 |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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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성격이지만 유쾌하고 당당한 엄마 '디안'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가 보호시설에서 사고를 쳐 쫓겨나자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엄마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들 스티브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디안. 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불안정한 성격의 스티브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이때 이들 앞에 나타난 이웃집 여인 '카일라'. 카일라의 등장으로 세 사람은 유일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작은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던어느 날, 디안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날아오는데…….

 

억척스럽지만 정 많고 속 깊은 엄마 '디안'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유별난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누구보다 따뜻한 그녀 ‘카일라’.

결핍으로 가득 찬 세 사람이 만나 하나의 소우주를 구성할 때, 그들의 세상은 비로소 시작된다.

 

영화 <마미> 시놉시스

 

 

감독 자비에 돌란은 2009년 영화 <아이킬드마이마더>로 데뷔하였다. 그는 1989년 태생으로 단숨에 떠오르는 스타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배우, 성우, 작가 등 다양한 이력이 있으며 캐나다 출신으로 젊은 천재로 불렸으나 스타에 가깝다는 비평도 받았다. 그럴 것이 영상미에 치중된 그의 작품들은 상당히 비주얼틱하며, 돌란은 배우로서 마스크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극성팬들이 많고 한때 추종자들을 거느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에 매해 초청되기도 했고 그 탓인지 작품은 점점 자신의 장점으로만 매몰되기 시작했다. 작품이 가진 무게가 점점 가벼워져, 마치 하이틴 재질의 명품과도 다를 바가 없는 작품이 됐다는 혹평도 있다.

 

영화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회자하고 사람의 기억에 남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닌 후세의 관객이 보아도 박수를 칠만큼의 가치를 가진 영화가 바로 '웰메이드'가 아닐까?

 

돌란의 작품 중에서 아직도 가끔 들려오는 작품은 단연, <로렌스 애니웨이>, <아이킬드마이마더>, <마미> 로 이후 영화는 대중들에게 크게 달라붙지 못한 거로 기억한다. 내가 가장 최근까지 기억하는 그의 작품 활동은 <마티아스와 막심>으로 본인이 직접 출연까지도 한 영화다. 그의 작품을 모두 섭렵한 것은 아니나, 내가 가진 자비에 돌란의 작품은 내가 이 기고에서 리스트업한 것과 동일하게 '사랑'을 다루는 영화가 많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사랑'은 그렇게 순탄하지 못하다. 본인의 겪었던 성 정체성 일대기를 담은 <아이킬드마이마더>를 시작으로 자신의 색을 입힌 <마더> 또한 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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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 가자!

 

영화 <마미> 중 디안

 

 

돌란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앤 도벌(디안 역, 스티브의 엄마)를 시작으로 안토니 올리버 피론(스티브 역, 디안의 아들)의 호흡을 볼 수 있다. 캐릭터 설정부터 약간 버겁다. ADHD를 앓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 '스티브'와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디안'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마미>의 가장 큰 특징은 표준 비율이 아닌 정방향 비율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것에 있다. 어딘지 보여주려다 만듯한 답답함과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마치 각 인물의 편협한 사고와 절박한 현실로 인해 사고의 폭이 좁아진 것처럼 벽을 깨지 못한 우리들의 관점과도 같다. 영화는 시작부터 새로운 규칙을 알린다.

 

2015년 가상의 캐나다에서는 S18 법안 도입을 통해 캐나다 보건 정책에 수정을 가하고자 한다, 큰 논란이 된 S14 법안에는, 행동 문제가 있는 자녀의 부모가 경제, 신체, 심리적인 위험에 처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디안 데프리, 데프리 부인도 스티브와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가진 걸로 보인다. 감정을 조절 못 하는 ADHD 문제만 제외하면 스티브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는 철부지 아들과 다름없다. 너무나 사랑해서 애착 관계가 상당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몰라 일방적인 애정을 엄마에게 퍼붓는 스티브는 통제할 수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지만. 정말 한없이 가볍고 유쾌하다. 이런 캐릭터의 성격과 자비에 돌란의 연출력이 합쳐져 정말 완벽한 앙상블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내 취향의 사람은 아니지만, 매력적이다. 그 둘의 티키타카는 정말 저세상 텐션이다.

 

 

사랑과 구원은 별개예요, 사랑과는 무관해요. 안타깝게도.

 

영화 <마미> 보호 시설 내 행정담당

 


오랜만에 본 <마미>는 최근 개봉한 감독 이환의 <어른들은 몰라요> 를 연상하게 한다. 보드를 이용한 스티브의 일상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날것을 그대로 드러내며 동시에 미장센을 살린 구도와 색감이 그러하다. 시기를 따지면 <어른들은 몰라요>가 <마미>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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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비율 외에도 다른 특징을 꼽자면, 기가 막힌 OST 선정과 타이밍 좋은 연출 구간. 동물적인 감각처럼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그대로 넣어 정제된 영상미를 연출한다. OST인 Counting Crows - Colorblind의 알맞은 가사와 스티브의 위태로운 사고관이 얽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맑고 청량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이 쬐어주는 평화로운 배경은 알게 모르는 게 안정감을 준다. 스티브가 일상생활 범주에 녹아내리지 못하는 결핍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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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영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폭력과 지나친 언어는 모두의 상처를 들쑤신다. 스티트의 폭력 사태와 다이(디안의 애칭)의 정당방위로 옆집의 카일라가 등장한다. 어느 문제로 실어증을 겪고 있는 여자로, 남편과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다친 스티브를 치료해주며 이웃 간의 인사 이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녀는 교사였지만 실어증을 겪게 된 큰 사건으로 인해 쉬고 있었고, 일과 스티브를 둘 다 잡을 힘이 없는 디안에게 크나큰 카일라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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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전히 서로 사랑하지?

 

영화 <마미> 중 스티브


 

카일라의 말더듬증도 고쳐지고 스티브와 디안과 특별한 교감을 나눈다. Oasis - Wonderwall 함께 확장되는 스티브의 세상은 <마미>의 최고의 순간으로 뽑는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영화인 것처럼 OST의 가사와 함께 보여주는 미장센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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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는 누구보다 엄마 디안을 사랑한다. 특수한 자신의 특성으로 인해 누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로 인해 버림받을까 항상 겁을 먹고 있다. 이를 티내진 않지만 십대 후반을 달려가는 스티브는 아직도 엄마에게 애정을 확인한다. 어릴 적엔 지나치게 활달한 정도로 치부했던 스티브의 증세는 디안에게 다루기 힘든 존재다. S14로 인해 다시 병원에 간 스티브 또한 그점을 그답게 디안에게 전화로 메세지를 남긴다.

 

LanaDelRey - Born To Die를 마지막으로 스티브는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러 뛰쳐 나간다.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못한 현실과 제일 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상충되는 문장을 느끼고 싶다면 자비에 돌란의 <마미>를 꼭 추천해본다. 이어서 <아이킬드마이마더> 또한 마찬자기로 권유해본다.

 

 

 

러스트 앤 본 (De rouille et d'os)

감독 자크 오디아르 | 출연 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마리옹 코티야르 등 | 개봉 2013.05.02 | 상영 시간 120분 | 프랑스, 벨기에



 

늘 본능에 충실한 거친 삶을 살아온 삼류 복서 알리. 그는 5살 아들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누나 집을 찾게 되고 클럽 경호원 일도 시작하게 된다.

 

출근 첫 날, 알리는 싸움에 휘말린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를 돕게 되고 당당하고 매력적인 그녀에게 끌려 연락처를 남긴다. 이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스테파니는 깊은 절망의 끝에서 문득 알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러스트 앤 본>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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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얼굴은 모두가 익숙할 거다. 한국이 미쳐 사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3>에 나온 탈리아 역을 맡은 마리옹 코티야르가 주연으로 연기한다. 캐리 멀리건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를 보고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란 배우에게 생긴 호기심과 평소 좋아하는 배우인 레이첼 와이즈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리옹 코티야르 배우의 출연으로 감상을 결심하게 됐다. 비록 놀란의 영화에선 딱히 매력있게 나오지 않아 그대로 할리우드에서 사라졌지만 <러스트 앤 본(Rusn and Bone)>을 시작으로 다시 일어났다. 이 작품 이후 그녀는 칸에 매년 초청받았다. 비단 이 영화의 주역은 그녀 뿐만이 아닌지, 유럽권에서 활동하던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도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로 진출할 수 있었다.

 

원어민에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불어가 주는 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프랑스 영화라는 선입견을 품고 보아도 역시가 역시 나다. 배우의 연기와 여백이 주는 무난함. 그리고 자연스러운 공간감.한마디로 딱 떨어지게 설명할 엄두가 안 날 만큼 자연스럽다. 정제되지 않은 카메라 무빙과 대사에 따라 우리의 시선도 따라간다. 스테파니가 불행을 마주할 때도, 알리가 당연히 그녀를 바다로 데려가 그녀가 수영하도록 만들어준다. 범고래를 조련할 때처럼 태연히 휘파람을 불어 알리를 부르는 스테파니는 두 다리를 잃고 처음으로 알리를 통해 바다에서 수영한다. 그때부터였나, 그녀는 다시 살아갈 의지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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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만난 인연은 알리(마티아스)와 스테파니(마리옹)를 친구로 만든다. 연결고리가 전혀 없을 법한 둘은 왠지 편하다. 낯선 이가 주는 편안함이 그녀의 두 다리가 되어주고, 항상 흔들리는 그에게 돌아갈 곳을 마련해준다. 해변이 주는 평화로움과 나른함도 한몫한다. 물이 흘러내리듯 알리와 스테파니의 관계도 그렇게 흘러간다.

 

이상할법한 그런 관계도 그냥 그저 그렇다.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그러리라 생각이 든다. 감독의 연출이 주는 침착함은 그저 모든 것을 흘러가게 한다. 유독 자연이 주는 파란색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더 실제같다. 집중할 수 있다. 보통 집중하면 감정이 치우쳐 같이 기복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다. 오히려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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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스트 앤 본>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알리와 스테파니의 관계다. 왠지 알리는 사연이 있어 보인다. 멍하니 움직이는 알리는 사실, 별로 생각이 없다. 본능대로 움직이고 손이 간다. 또 단순해서 이 여자, 저 여자가 다 좋다. 아들을 낳은 여자도 그렇게 만났고 그렇게 헤어졌다. 단순한 성미인지 알리는 내기 판에서 판돈을 걸고 격투를 할 때면 생기를 띈다.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클럽에서 만나 꽤 예쁜 스테파니한테 작업을 걸었다.

 

클럽에서 사건에 휘말려 코피를 흘리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었더니, 글쎄 '시몽'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녀의 직업이 범고래 조련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호기심을 느낀 것인지 전화번호를 남기고 나온다. 어찌 보면 대책 없는 철부지인 그는 다리를 잃은 스테파니를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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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는 예쁘고, 자신이 예쁜 것을 알아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범고래와 함께 바다를 수영할 때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평소와 같이 범고래를 데리고 공연을 할 때였다, 잘못 뛰어든 범고래와 무너진 마린랜드의 세트 때문에, 스테파니는 무릎 아래 다리를 잃는다. 그렇게 그녀는 집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다. 그러다 떠올랐나 보다. 시몽은 어딜 갔는지 사라졌고 스테파니는 알리에게 전화를 한다. 단순하고 착한 알리는 정말 그다운 단순함과 여유로 스테파니를 밖으로 꺼냈고 그녀를 단숨에 들어 올려 차갑고 따뜻한 바다에 서서히 적신다.

 

 

끊지마.

 

영화 <러스트 앤 본> 중 알리

 

 

언뜻 보면 다리를 잃고 의족에 의지하는 스테파니가 알리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냥 그러지 않는다. 위기를 겪긴 하지만 그녀는 단단하다. 저 멀리까지 알리가 선베드에 누워 깜빡 잠들만큼 혼자 힘으로 수영하고 돌아온다. 그녀의 부름에 화들짝 깬 알리는 스테파니를 들어 휠체어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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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영화 <러스트 앤 본> 중 스테파니

 

 

친구 이상으로 발전한 둘은 몸을 섞는다. 그럼에도 연인이 아니다. 친구는 맞다. 또 어떻게 보면 연인 이상의 관계다. 서로 의지한다. 어떻게 대충 나가 알아서 살다가도 뒤돌아 뛰어온다. 아 뛰어오는 건 보통 알리다. 알리는 정신적으로 크게 스테파니를 의지하고, 스테파니는 결투 판에서 생기를 느끼는 알리를 보며 자신 또한 살아있음을 되새긴다.

 

내내 우울한 나른함을 선사했던 탓일까, 어떻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결말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아쉽기에 더 궁금하다. 전작 <예언자>를 통해 그만한 역량을 알렸는데도 이러한 결말을 노린 거라면, 조금은 급한 결말이 주는 공백을 주고 싶던 게 아닐까 싶다. 공백이 주는 미장셴도 소중하다. 햇볕에 반사된 빛이 바다와 부딪쳐 반짝반짝하다. 조각난 빛이 금방이라도 잘게 부셔질 것 같은 순간을 남긴다. 장면마다 소장하고 싶은 곳이 유독 많다.

 

 

사람 손 하나엔 27개의 뼈가 있다. 뼈가 더 많은 영장류도 이쓴데 고릴라는 32개다. 인간은 27개다. 팔이나 다리 뼈가 부러지면 석회화가 되면서 뼈가 자라난다. 팔 다리는 골절 후 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손이 골절되면 제대로 붙지 않는다. 주먹이나 손을 쓸 때마다 의식이 될 것이고 조심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통증이 찾아올 것이다. 마치 바늘처럼, 마치 유리 조각 처럼.

 

영화 <러스트 앤 본> 중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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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자신의 실수를 마주했고 다친 손을 보며 항상 경계할 것을 말한다. 아마 이래서 'RUST AND BONE'이란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그의 도움으로 먼지를 털어낸 그녀는 그의 재를 받아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 관계가 주는 안정감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 말하고 싶다. 동물적인 감각이 은은히 조여오는 자크 오디아르의 연출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마리옹 코티야르의 연기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러스트 앤 본> , 취향이 갈릴 수도 있으나 사람을 통한 치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감상해보길 바란다. 그들의 관계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더 랍스터 (The Lobster)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콜린 패럴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두 등 | 개봉 2015.05.15 | 상영 시간 118분 |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그리스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영화 <더 랍스터>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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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레이첼 와이즈라는 이름을 듣고 시작한 영화, 국내에도 꽤 유명한 거로 알고 있다. <미이라> 시리즈로 익히 유명하기도 하며 레이첼 와이즈가 아니라 발음상의 문제로 바이스로 표기되기도 한다. 우아하고 어딘지 시선을 끌게 하는 분위기에 취해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레이첼 '아담맥스'보단 '와이즈'에 눈길이 간다. 처연하지만 어딘가 단단한 내면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위에 언급한 <러스트 앤 본>의 마리옹 코티야르와 비슷한 결이 보인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더 랍스터> 또한 적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2015년 칸 영화제 수상작으로 14년도는 위에 언급한 영화 <마미>가 수상했다.

 

어딘지 완벽한 미장센과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만 어딘지 우울하고 핀트가 이상하다. 시작부터 극단적인 양자택일로 데이비드(콜린 패럴)를 몰고 간다. 설정부터 기괴하기 짝이 없다. 짝이 없으면 호텔로 위장한 커플 메이킹 호텔로 보내지고 45일 내로 새로운 짝을 만나지 못하면 동물로 재탄생(?)된다. 짝을 만들 때도 규칙이 있다. 공통점 1개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없다면 사랑할 수도 없다. 도망친 솔로들은 사냥당한다. 사냥해올 때마다 기한이 하루씩 연장된다. 사람으로 살아갈 하루를 더 버는 셈이다.

 

 

성적 취향은요?

여자예요, 대학 때 딱 한 번 남자와 잔 적은 있어요.

양성애자라고 써도 되나요?

안 돼요, 지난 여름부터 금지됐어요. 운영 상 문제 때문에요.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지금 결정하셔야 해요.

그럼 이성애자로 하는 게 좋겠어요.

 

영화 <더랍스터> 중 데이비드의 입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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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한 악센트를 구사하는 내레이션과 섬뜩한 커플양산 공장의 직원들은 영화의 대중적인 기괴함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짝이 되지 못하면 랍스터가 되고 싶은 데이비드의 이유도 뭔가 보편적이지 않다.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지녔고 100년을 넘게 사는 바닷가재는 평생 번식을 한다.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하나 일 때보다 둘일 때가 낫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호텔 매니저에 의해 한쪽 손이 뒤로 묶인다.

 

 

신발 크기는요?

44 반

44 반은 없어요, 44나 45?

45

 

영화 <더랍스터> 중 데이비드의 입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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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물이라고 멋대로 해선 안 돼요. 공통점이 있는 동물을 선택해야 하죠. 늑대와 펭귄은 절대 함께 못 살죠. 낙타와 하마도 그렇고요.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말도 안 될 일인지.

 

영화 <더랍스터> 중 데이비드의 입소 다음날, 호텔 지배인

 

 

상상도 못할 규칙들이 호텔에는 존재한다. 사람을 동물로 만드는 수술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사실상 짝이 없으면 사살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차별적이고 이분법적인 잣대로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통제하며 그들의 자유는 없다.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며 위반 시 바로 처단한다. 이것은 주류층인 사람뿐만 아니다. 현 사회 풍토에 반항하며 숲속에 모인 솔로 부대들은 절대 사랑을 해서도, 섹스해서도 안된다. 연애 비스름한 것 따위도 안된다. 음악도 일레트로닉만 듣는다. 규칙 위반 시 끔찍한 형벌에 처한다.

 

여기 사람들은 뭐 이리 극단적이야? 절충, 조화, 조율 등의 대화가 도무지 이뤄지질 않는다. 그 속에 주인공 데이비드는 우물쭈물 마지못해 선택한다. 호텔에서도 제대로 된 짝을 찾지 못해 도망친 그가 하필 솔로 부대 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자신과 근시라는 공통점을 가진 여자(레이첼 와이즈). 하필 솔로 부대 대장(레아 셰두)의 총애를 받는다.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영화가 아니지, 둘은 사랑에 빠지고 도시로 도망칠 계획도 세운다.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선택지가 만들어내는 결말은 찝찝하기만 하다.

 

 

그의 눈을 멀게 할수도 있었잖아요!

You could have made HIM blind!

 

영화 <더랍스터> 중 근시 여자와 외톨이 대장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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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부대 대장(레아 셰두)에 의해 장님이 된 근시 여자는 '자신'이 장님이 된 것을 탓한다. 내가 아닌 사랑하는 그가 장님이 안된 거죠? 그녀는 대장을 원망한다. 아마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 그보단 그녀를 아꼈던 대장이었기에, 근시 여자가 영원히 자기 곁에 남아있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더 랍스터>는 연속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혹은 양면성을 가리킨다.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서로 '근시'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그들은 솔로 부대 대장으로 인해 장님이 된 근시 여자의 말 한마디에 위대한 사랑은 깨진다. 사랑을 이용한 모순은 의심만 남긴다. 깨진 신뢰는 복구되기 힘들다. 장님이 된 여자와 더 공통점이 없는 그는 그녀와 같이 간 식당에서 나이프를 들고 일어난다. 100년을 넘게 살고 평생을 번식하는 랍스터를 선택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과연 그녀에게 돌아갈까? 남겨진 근시 여자(레이첼 와이즈)는 가게 점원이 자신의 컵에 물을 따라주는 소리를 듣고 'Thank you very much'라고 답한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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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열린 결말을 암시한다. 과연 데이비드는 자신의 눈을 찔러 그녀와 같은 장님이 되었을까? 바들거리는 손으로 나이프를 쥔 그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데이비드다. 영화는 인물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종용하고 다른 것들을 배척한다. 과장된 사회 모습이 기괴함과 찝찝함을 만들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닮았다.

 

데이비드는 그녀를 따라 장님이 되었거나 혹은 도망칠 테고, 아마 붙잡혀 랍스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는 호텔에서도, 숲에서도 도망쳤다. 웃긴 건 랍스터도 거의 시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청각도 없다고 하는데, 대신 늙지 않는다. 온몸에 난 작은 털 때문에 온갖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 의하면 원래 결말은 데이비드의 전 부인이 현 남편과 레스토랑에서 랍스터를 식사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엔 데이비드가 랍스터가 됐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드는 사랑을 버리고 도망치지 않았을까 싶다. 물 한 컵을 비우고 새로 채워주는 시간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그는, 과연 사랑을 위해 그녀의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인 유어 베인스 (In Your Veins)

감독 베타 가르델러 | 출연 말린 크레핀 조엘 킨나만 등 | 개봉 2009.00.00 | 상영 시간 92분 | 스웨덴,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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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으로 너의 정맥 안에, 라는 투박한 해석이 된다. 단순히 마약 수색을 하는 에바(말린 크레핀)가 빠진 약물 중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에릭(조엘 킨나만)의 관계도 포함된다. 아마도 '정맥'이 가진 의미가 생명을 내포하는 듯이 더욱 나아가 에바의 유년 시절, 그리고 가족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에바는 금단 현상에 시달리며 누구보다 공허하다. 그런 에바에게 다가온 에릭은 생각지도 못한 의지가 되고,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가 된다. 헤로인 중독자인 에바에게 반듯한 경찰인 에릭은 부담스럽다. 너무나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이 약물중독 자인 것을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작가 로타 테엘의 베스트셀러에서 각색한 것처럼, 이 진부한 스웨덴어 드라마는 매에 중독된 보안요원이 반듯한 경찰과의 사랑의 고통에 깊이 빠졌을 때,폭발하는 끔찍한 소동을 탐구한다.

 

따분한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20대의 야간 시계인 에바에게, 규칙적인 헤로인 수정은 삶의 유일한 정서적 쾌감을 제공한다. 약물이 행사할 수 있는 통제에 대해 다소 순진한 그녀는 근무 중에 총을 쏘고 수면을 취하여 효과를 피한다.

 

그녀는 자신의 길이 경찰관 에릭(Joel Kinnaman)과 교차하고,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기 시작할 때 이 일과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며, 에바의 스케줄은 즉시 균형을 잃고 흐트러지게 된다. 곧, 해독의 본능적인 기간이 유일한 탈출구를 나타낸다.

 

영화 <인 유어 베인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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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 토요일에 직장 친구들 만나기로 한 거 잊지 않았겠지?

응, 그래.

그리고... 나랑 같이 있고 싶어? 진심으로? 왜냐면 난 가끔 모르겠거든, 넌 항상 떠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

......

사랑해.

 

영화 <인유어베인스> 에릭과 에바의 대화

 

 

에바는 아주 어릴 적 가정의 불화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성장한 에바는 어딘지 삐걱거린다. 어쩌다가 다시 약을 시작했냐는 상담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본인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공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에릭의 진실한 마음에 어떤지 답변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는 그녀는 요양센터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하며 울음을 참는다. 그녀는 에릭을 위해 14살 때부터 달고 살아온 마약을 끊기로 한다. 함께 약을 하던 친구들도 내치지만, 쉽지만 않다. 결국 에릭에게 들키고 만다. 부친도 경찰이었던 만큼 에릭에게 들키고 싶지 않던 에바는 에릭에게서 도망친다. 안정된 사랑을 배우지 못했던 만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를 택한다. 에릭은 에바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는다. 감당할 수 없는 금단현상을 겪는 에바를 돌보며 에릭은 온갖 비난을 인내한다.

 

 

나와 같이 있어주겠어?

 

영화 <인 유어 베인스> 중 에릭이 에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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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하겠어,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가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난 너를 위해서 모든 걸 다 했어!

그런데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니 빌어먹을!

 

영화 <인 유어 베인스> 중 에릭과 에바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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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마워.

 

영화 <인 유어 베인스> 중 에바가 에릭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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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64 13, 1988년 12월 18일

에바 마틸다 슈테르네, 6세

 

예쁜 그림을 그렸구나. 여기 그린 게 무엇이니?

피예요.

왜 피를 그린 거니?

바닥 에 깨진 유리가 있으면 바렝서 피가 날거예요. 제가 깨끗하게 닦으면 피자를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어쨋거나 못먹었어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무얼 하셨니?

가끔식 엄마가 매우 상냥해요. 하지만 엄마가 취하면,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하니?

화장실에 가서 숨어요, 제가 부모님을 부르기 전에는 안 싸우시거든요.

그걸 어떻게 알았니?

부모님 말씀으로는 제가 까탈스럽고 불평이 많대요. 그리고 성가시대요. 아빠 말로 는 제가 멍청한 년이래요

그래서 괴로웠니?

말 안할래요.

그래서 힘들었니?

또 무엇을 그렸지?

별이요, 동그랗게 부풀어 올랐어요.

그게 무슨 뜻이지? 무엇을 의미하는 거니?

꿈꿔도 되는 거요. 이루어질 수 있는

그게 어떤거니? 어떤 소망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니?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영화 <인 유어 베인스> 중 에릭이 들은 에바의 테이프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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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몰라, 너는 아무것도 몰라,를 반복하는 에바에게 상처를 입었던 에릭은 에바가 가지고 있던 과거를 알게 된다. 끝까지 자기를 생각하고 옆에 남아준 그가 삶의 전부인 에바는 다시 용기를 내어 에릭을 찾아간다. 에릭이 자신에게 올곧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신뢰를 주었던 것처럼 용기를 가져본다. 에바는 처음으로 에릭을 찾아간다. 항상 에바를 찾아갔던 에릭은 놀라 그녀를 맞이한다. 영화 중 가장 하이라이트 순간이라 생각한다.

 

그가 있는 수영장의 투명한 유리 벽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마주한 에바와 에릭의 시선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그렇게 기쁘게 묘사되지 않아도 완전한 시선을 교류함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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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맞이한 올바른 사랑을 마주하고 받아보는 경험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관심에 밀어내기도 하고 도망쳐도 본다. 그런데도 있어 준 그가 있어 고맙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아직 성장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에바가 내면적으로 건강해지는 시작을 볼 수 있다.

 

드넓고 청량한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며, 차가운 겨울 시점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도 쉽게 구하기 어렵다.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요즘 트렌드도 맞지 않지만, 성장이 끝났지만, 아직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우리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영화다.

 

굳이 타인이 들여다보고, 기다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보통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스스로 성장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주는 사랑을 통해 안정된 경험을 한 그녀가 어떻게 더 성장할지는 알 수 없다. 더 고된 시간이 기다릴지도 모르고, 에릭이 지쳐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그녀가 상처받을지도 모르며, 더 밑바닥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에바는 용기를 내고 그를 찾아갔다. 마냥 희망 있게 응원해줄 수도 있지만, 그조차 그녀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는 점을 알기에, 그저 기다려본다. 한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것 자체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며, 가장 값지다는 것을 불투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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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톤(tone), 사랑한 순간(moment)

tone 1.[명사] 어조, 말투 2. [명사] (글 등의) 분위기[논조]

moment 1.[명사]잠깐, 잠시 (→seniormoment)2.[명사](정확한 시점을 나타내는) 순간3.[명사](특정한) 때[시기]



행복하지 않다. 행복한 결말인 것 같은데도 마냥 행복하지 않거나, 분명 불행한 결말인데도 연출은 산뜻하니 강렬한 이미지를 안겨준다. 어딘지 깔끔하지 않고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곱씹을수록 찝찝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현시대의 관점으로 볼 때면, 꼭 저렇게 표현했어야 했나? 하는 궁금증과 불쾌감도 동반한다.

 

아니면 영화를 보는 시간과 주는 무게가 온몸을 짓눌려 감상을 방해해 더는 이어가기 힘들다. 어떤 연출은 관객에게 불친절하다. 자기 멋대로 멋에 취한다. 관객과의 소통이 단절되면, 그들의 눈길은 괜히 다른 곳으로 향한다. 핸드폰을 집거나 혹은 자세를 자꾸 바꾼다. 누워도 본다. 끝나지 않는 불우함에 눈살이 찌푸려져 감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런 작품이 주는 행복은 아주 잠시다. 혹은 은은하게 행복을 풍기기만 한다. 그게 값진 건가? 톤에서 주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 나는 그런 영화를 감상하길 선호한다. 나에게 주는 가치 있는 순간을 선물하는 영화는 이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 그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카타르시스를 위해 온갖 고난을 인내한다. 누구와 함께하자고 감히 권유하기 힘들다. 굳이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없는데 같이 고통을 공유할 용기는 없다.

 

대체로 내가 사랑한 톤은 잔잔한 북극해와도 같다. 깊은 심해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겉면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흘러간다. 실제 불안하고 절체절명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혹은 태풍의 눈 속에서 잠시 자기도 모를 위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저 그런 일처럼 흘러가거나 자연스럽게 모든 위기를 노출한다. 자연스럽고 솔직하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논조고 분위기다. 진실성을 담은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것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나와 같은 소수에게 이런 취향을 말하고 어디선가 나와 같은 감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또한 즐기고 있다. 당신이 어느 날 혼자 그러한 감상을 할 때, 당신과 같은 순간을 공유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당신과 다를 것 없는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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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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