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의 발걸음이 무거웠다면 당신은 달의 아이입니다. - 문스토리

창작 뮤지컬 <문스토리>, 2021.04.08.(목)~2021.06.20.(일)
글 입력 2021.05.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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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것에 대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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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달에 사는 토끼’와 같은 환상적 이야기는 어른이 될수록 하지 않게 된다. 아니, 할 필요가 없어서 애초에 잊어버린다. 그 이유는 대부분 ‘유치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유치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매우 아낀다.
 
김이나 작사가는 한 강연에서 ‘진지함’에 대해 다시 논의했다. 현대 사회는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진지하게만 생각하는 사람을 놀림의 대상으로 삼을 때가 많다고. 흔히 ‘진지충’이란 좋지 못한 단어가 그럴 것이다. 왜 이렇게 ‘Cool’하지 못하냐는 물음들도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지함과 유치함은 과소평가를 받는다.
 
 
 
감정과 향수를 자극하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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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아트센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뮤지컬 ‘문스토리’ 역시 언뜻 보면 유치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달에서 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유치하고, 감성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어떤 상황에는 말이다. 그러므로 ‘문스토리’는 관객의 마음을 정말 따뜻하게 토닥이는 뮤지컬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달’에는 토끼가 사는 것이 아닌, 그리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지구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나 보호자가 없이 남겨진 아이가 달이 품은 아이들이다. 달에는 성별이나, 나이가 존재하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만 남아있는 공간이다.

또 지구와 연결될 수 있지만, 이상하게 한번 지구로 떠나온 달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달에는 황과 린, 용, 이름의 세 명의 아이만 남게 된다. 그러던 중 린의 쌍둥이인 황이 지구로 떠나게 되고, 린은 황을 기다리다 용을 남기고 지구로 떠난다.

지구로 간 린은 어린 남자아이로 다시 태어나, 고아원에서 황을 만나게 된다. 황은 린을 알아보지 못하고, 달에서의 기억도 잊게 된다. 하지만 린은 계속해서 달 이야기를 했고, 용과 함께 있었던 달에서의 추억을 황에게 전달한다. 시간이 흘러 린은 가수가 되었고 황은 문스토리를 웹툰으로 만들어 성공한 작가가 된다.

그 둘은 달에서 사랑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지구에서도 서로 이성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외면적으로 린은 남자였기 때문에 그 둘의 사랑은 비난받게 되었다. 황이 쓴 글과 만화엔 린이 등장하고, 린에 대한 온갖 루머가 생기면서 둘의 사이는 간극이 생긴다. 그러다 갑자기 린이 죽게 되고, 이 사건으로 황은 작가 생활을 그만둔다.
 
 
 
‘달’에서의 기억을 잊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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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떠난 그들이 기억을 잃은 것처럼, 현재도 어릴 적 꿈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을 꿈꾸며 국가의 평화를 바라는 원대한 꿈을 꾸었던 아이들도 그 꿈이 쉽게 접히기 마련이다. 언제부터 꿈을 이루어나가는 성장 스토리, 순수한 꿈이 허황된 것이 되었을까?
 
이젠 철들 나이라고 다그치는 비관적인 이야기, 콧방귀 같은 조언만이 잔뜩 남아있다. 하지만 뮤지컬 <문스토리>는 달의 기억을 찾으라고 말한다. 저마다의 달을 품을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옛적부터 달은 동경, 탐구의 대상이었다. 지구와 달처럼, 자아와 꿈이 서로를 잡아당길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늘의 발걸음이 무거웠다면 당신은 달의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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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달에 혼자 남은 용이 지구에 돌아오면서 황과 린을 찾게 된다. 하지만 황은 용을 밀어내고,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이 사이, 황을 응원하는 오수연 기자가 등장하면서, 황이 다시 웹툰을 시작하기를 돕는다. 그러던 중 용은 오수연 기자를 만나게 되는데, 라이브 방송을 통해 황을 찾으려 한다. 용은 황이 자신을 기억해내길 바라며, 황을 비롯해 달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위로를 전달한다.

당신의 삶이 버겁고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당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지구의 자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이 너무 커서, 발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니. 오히려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달이 낳은 특별한 아이라고 말이다.

필자 역시 눈물을 자주 내보이는 사람은 아니다. 지나친 감성적인 면모는 자기 연민에 빠지게 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연민과 자기 응원은 다른 것이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 토닥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내일의 응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문스토리>의 아날로그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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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뮤지컬은 오래된 라디오 같은 음성의 내래이션이 삽입된다. 깔끔하지 못하고 지지직거리는 소리 때문에, 오히려 옛 감성의 아날로그적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다음 막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이해에 도움을 주고 연결성을 돕는다. 또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별빛 밤하늘이나, 다채로운 조형물을 사용해서 환상적인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또 시공간이 복합되어있는 장면이 많다. 주인공이 회상하는 장면이나, 용이 바라보는 린과 황의 모습 등 함께일 수 없는 위치가 복합된다. 하지만 극을 이해하는 데 있어 헷갈리지는 않고,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며 한 사건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리프라이즈 요소로, 달에서의 기도가 반복된다. 춤과 노래가 반복되어 극 전체에 통일성을 더한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클로징 단계이다. 모든 실마리가 해결되었을 때, 책상에서 일어난 황이 다시 기운을 찾고 인물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주관적으로 이 지점의 노래를 끝으로 한다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다음은 존재하지 않는 린과의 망상적 관계를 정리하고, 회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감동 클리셰적인 부분이 많았다. 극 중 일부 대사가 예상될 만큼 조금 진부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황의 내면적 성장을 마무리해서 보여줌으로써 서본결이 알차게 구성된 뮤지컬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많은 이들이 뮤지컬 관람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따뜻한 감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정체기를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요즘엔 더 필요한 뮤지컬일 것이다. 환상과 현실 사이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뮤지컬, <문스토리>의 관람을 권해본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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