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래와 이야기가 아름다운 - 뮤지컬 '문스토리'

글 입력 2021.05.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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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토리_포스터.jpg

 

 

뮤지컬 '문스토리'가 공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소식을 읽었을 때, 나는 단 두 줄만 보고 '이 뮤지컬을 보러 가야겠다.'라는 결심이 섰다. 그 두 가지가 무엇이었는지를 중심으로 내가 왜 뮤지컬 '문스토리'를 보러 가게 되었는지, 또 '문스토리'에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소개해보려 한다.

 

 

 

1. 노래와 무대연출


 

 

뮤지컬 <문스토리>는 채기웅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뮤지컬 <사의 찬미>로 호흡을 맞췄던 작가 겸 연출 성종완과 작곡가 김은영의 합작이다.

 


뮤지컬 '문스토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힐링극에 가깝다. 그리고 사실 힐링극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을 보러 간 이유는 위의 문구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최애'극은 뮤지컬 '사의 찬미'이다. 그리고 '사의 찬미'의 많은 넘버들을 아직까지 사랑한다. 같은 작곡가님이 참여하셨다고 해서 그만큼 넘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우선 가장 좋았던 넘버는 극의 시작을 장식한 '서울'이었다. 이번 극의 넘버에 대한 기대가 커서 선공개된 '서울'이라는 넘버는 미리 찾아서 들어보고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시작에서 '서울'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아름답고 벅차올라서 초반부터 약간 눈물이 날 뻔했다. 노래만 듣고 어떻게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지만, 그만큼 문스토리의 넘버들은 대체적으로 '아름답다'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솔로곡도 많지만 여러 명이 함께 부르는 넘버가 많았다. '서울'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또한 극의 분위기에 맞게 노래의 선율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라는 넘버는 선공개가 되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첨부를 할 수 있었지만, 이 넘버와 다른 넘버들을 현장에서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현장에 가서 듣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게 우리가 직접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보는 이유가 아닐까.

 


문스토리_공연사진_4.jpg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은 생각보다 작은 극장이었다. 그리고 소극장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스토리'의 무대는 알차고 효율적이었다.

 

우선 소품들을 잘 배치해서 썼다. 중앙에 있는 소파와 의자는 이헌의 집이자 택시이자 달의 세계로도 쓰였고, 무대 양쪽과 가운데에 설치된 포스트박스도 극에서 의미 있는 소품으로 쓰였다.

 

무엇보다 감명 깊었던 부분은 조명이다. 조명을 정말 잘 쓰는 극이라고 생각했다. 바닥에 비추는 조명은 말할 것도 없고 반원 형태의 무대를 메워주는 무지갯빛 원형 천장조명, 빛나는 별을 나타내는 조명, 서울 도심의 건물들을 나타내는 조명... 심지어 뒤에 있는 액자까지 조명으로 쓰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단순히 협소한 공간에서 조명을 잘 쓰는 것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쓴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명의 활용을 보는 것 또한 극의 관람에 큰 재미를 주었다.

 

 

 

2. 극의 메시지


 

 

소외된 자들을 토닥여주는 극


 

두 번째로는 '소외된 자들을 토닥여주는 극',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극'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앞서 힐링극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왜인지 이번에는 한 번쯤 위로받는 극을 보고 싶었다.

 

극의 정확한 내용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내용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렇지만 결국 극이 주는 메시지는 참 좋았다.

 

사람에 따라서 내용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극이 상상을 벗어난 참신한 소재와 신기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선 시놉시스를 잠깐 살펴보자.

 

 

서울의 도심, 유령과도 같은 몰골의 전직 만화가이자 택시 기사인 '이헌', 택시를 몰고 도시를 질주한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치게 되고,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의 단칸방으로 데리고 온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남자는 깨어나 자신의 이름을 '용'이라 소개하며, 자신은 달에서 왔다고 말한다. '이헌'은 그가 머리를 다쳤다고 생각하고 망연자실한다. 그 순간 '이헌'의 어릴 적 단짝 친구 '찬영'이 '린'이라는 이름의 여자(트랜스젠더)가 되어 나타나, 다짜고짜 '이헌'의 집에 함께 머물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그렇게 세 사람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다.


며칠 후 '오수연'이라는 만화잡지사의 여기자가 '이헌'을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한다. '이헌'은 '린'이 꾸민 일이라 여기고, 인터뷰를 냉정하게 거절한다. '수연'은 못내 아쉬운 듯 뒤돌아서며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그것은 7년 전 중단되었던 '이헌'의 만화 <문스토리>가 인터넷을 통해 웹툰으로 다시 연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놉시스만 봐도 살짝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선 달에 살고 있는 '달의 아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갑자기 어릴 적 단짝 친구가 트랜스젠더가 되어 찾아오기도 한다. 갑자기 '달의 아이'가 등장해서 이것이 판타지 장르냐고 물으면, 그것은 맞을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극은 '이헌'이라는 삶에 무기력한 존재가 다시금 삶의 의지를 찾아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쉽지 않은 세상에서 결국 우리를 구원해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든 자신을 잘 다독이며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극이었다.

 

이런 '이헌'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우리의 달을 찾을 수 있기를.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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