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트코인 - 그게 돈이 돼?

글 입력 2021.05.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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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인 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약 17조원을 기록하면서 코스피 거래 대금을 초월했다.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에 들어가는 돈보다 암호화폐로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았다. 실체도 없는 암호화폐 시장이 대한민국 경제를 넘어섰다는 소리다. 동학개미운동이 코스피 총액을 3,000까지 끌어 올렸다며 언론이 떠들썩하던 게 무색해졌다. 암호화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졌다. 동학코인운동으로 불러야 할 지경이다.

 

 


그놈의 코인이 뭐길래



돈 싫어하는 사람 찾기는 서울에서 별 보는 것보다 힘들다. 돈이 싫다는 사람도 돈이 필요하다는 건 부정 못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이다. 돈이 자본주의 핵심이자 원동력이다. 이토록 중요하지만, 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땅, 지갑 안에 있는 지폐나 동전, 내가 쓰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통장에 찍힌 잔액이 모두 돈이다. 그 돈을 만들어 내는 건 화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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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돈에는 크게 화폐, 법화, 통화의 세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불 수단을 화폐라 부르고 여기에 어떤 국가의 법률에 따른 강제성이 부여되면 우리는 그걸 법화라 부른다. 통화는 교환의 매개물이라는 큰 틀로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면 그 돈이 화폐, 법화, 통화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사람들은 이 시스템 위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게 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는 통화나 법화가 아닌 화폐다. 중앙은행에서 발급하는 게 아니라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법적인 효력이 없다. 법률에 따른 정의를 못 내려서 효력을 부여할 수가 없다. 실제로 각 국가의 정부도 암호화폐의 법적인 지위와 취급에 대해 고민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런저런 특성이 뒤섞여 있다 보니 그 정리가 만만찮다. 특정 공간에서는 화폐의 기능을 하고 있으나 수요와 공급으로 그 가치가 정해지는 ‘자산’의 성격도 띤다.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다루지 않겠다.

 

 


암호화폐보다 암호자산



암호화폐를 다루는 논문을 읽다 보면 ‘암호자산’이 더 정확한 용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꽤 있다. 내 의견도 이쪽에 가깝다. 화폐라고 부르기에는 그 지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도 많고, 화폐의 기능도 수행 못 하고 있다. 돈이 되는 게 생각보다 그리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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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흔히 화폐라고 부르는 지폐나 수표, 동전 따위는 만드는 건 간단해도 화폐로서의 자격을 얻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그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며 가치에 대한 손상이 없어야 한다. 어제는 1,000원권의 가치가 1,000원이었는데 오늘은 900원이고 내일은 1,100원이 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1,000원권 화폐는 어제, 오늘, 내일, 그리고 먼 미래에도 그대로 1,000원이고 이 1,000원이라는 가치는 국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다. 암호화폐는 이 둘 중의 하나도 만족하지 못한다. 가치 고정을 위한 기준이 없다. 오직 수요와 공급으로 ‘시가’가 매겨진다. 어제, 오늘, 심지어 1분 단위로도 가치 격상과 절상이 일어나니 손상이 없을 리가 없다.


화폐는 3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가치를 저장해서 미래로 구매력을 이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계산의 단위로써 가격을 매기고 부채를 기록할 수 있게 한다.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서 우리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 중에서 암호화폐가 수행하는 기능은 내가 보기에 단 한 가지도 없다.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구매력을 이전 한 미래 시점에 그 힘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불확실하다. 부채를 기록해야 하는 데 오늘 1,000만 원이던 부채가 내일은 3,000만 원, 모래는 500만 원이 되면 금융 체제가 무너지니 부채를 기록할 수도 없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아직 암호화폐를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다. 암호화폐를 팔아 자국 통화로 바꾼 뒤에 사용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은 암호자산이라는 이름이 더 적합하다. 화폐로서의 가치는 매우 미약하지만, 미래의 효익 유입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으로써의 가치는 있다. 현재의 화폐로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을 구매해서 장기간 보유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비트코인의 단기매매를 반복하는 사람은 이미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보다 많다. 그들의 목적은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다. 우리가 주식을 거래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주식도 거래소가 있고 비트코인도 거래소가 있다. 금융자산 중 하나인 주식과 닮은 모습이 많다.

 

 

 

자~들어가지 말자



실물 형태가 없는 화폐 발행을 고려하는 국가들이 생기면서 비트코인도 화폐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위안화를 디지털 형태로 발급하는 것을 논의 중이고 미국에서도 디지털 달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다. 이런 형태의 돈은 디지털 화폐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이 발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돈이 형태만 실물에서 디지털로 옮겨갔을 뿐이다. 가상화폐의 한 종류지만 암호화폐랑은 근본 성격이 다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 원장에 참여하는 모두가 신용을 보장한다.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발급하기에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치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시세차익 목적으로 투자나 거래도 못 한다. 전 세계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환율 잡겠다고 난리 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디지털 화폐는 가상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외에 비트코인의 모든 특성을 거부한다.


주식 열풍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았다. 비트코인으로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 다만,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그 목적성을 명확히 하기를 바란다. 미래의 법적 지위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이 부분만은 명확하다고 본다. 고위험 고수익이라지만 이건 가망 없는 미래에 돈을 뿌리는 일이다.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좋은 현상이다. 부디 현명하게 부자가 될 길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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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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