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메타버스? 도대체 그게 뭔데! - (2)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 그 승자는? [문화 전반]

메타버스의 두번째 성립조건, 가상 '공간'이 주는 의미
글 입력 2021.05.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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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메타버스 시리즈 1편에서는, 메타버스의 성립조건 중 하나인 '아바타'를 위주로 메타버스를 살펴봤다. 이번 시리즈에서 다룰 내용은 메타버스의 성립조건 중 기본이 되는 '가상 공간'이다.

 

메타버스가 도래했다고 하면, 거대한 시대, 세계, 환경 등 다양한 의미를 떠올리게 되는데, 쉽사리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무궁무진한 형태로 변주될 수 있는 메타버스의 공간 때문이다. 설계자가 만드는대로 구현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목적과 기능, 그리고 때때로 첨가되는 세계관에 따라 추상적인 메타버스는 다양한 형태로 탄생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타당성의 여부를 두고 큰 우려와 기대가 교차해왔듯이,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현실과 대체 가능한 가상공간이 정착하게 될지, 나아가 메타버스의 가상 공간이 현실 공간을 압도하는 날이 올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미래를 볼 수 없기에 그렇다, 아니다로 말할 순 없으나 그런 상황이 도래하게 될 배경에 대해 가정해볼 수 있다. 1. 현실을 압도할만한 재미와 중독이 메타버스 공간에 존재한다는 조건, 2. 현실의 생활을 그대로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가 조성되었다는 가정(방대한 실시간 데이터 송신이 가능한 기술력, 상시 착용하며 가상세계와 연결을 돕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3.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디스토피아적 '현실' (질병,양극화의 심화 등)을 큰 배경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를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와 메타버스 공간이 갖는 의미를 탐색해보자. 어쩌면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의 구성 조건 (2) - '가상 공간', 기능과 목적에 따라 무한대의 가능성


 

메타버스의 공간이, 현실의 우리에게 필요했던 이유는 충분했다. 코로나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은 비대면의 새로운 국면을 초래했고, 지난 1년간 많은 활동을 비대면으로 대체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가상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즐겁게 활용하자는 의도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 비대면 만남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필요와 수요가 확실했던 협업 기반 메타버스 공간은 성황리에 활용되었다. 회의실이나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로 활용되는 협업툴 성격의 가상공간 게더타운(gather town)은 필자도 모임 운영 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프로그램이다. 게더가 IT 업계 사이에서 활용된 이유는 쉬운 사용방식과 공간 활용에 있었다. 거기에 싸이월드같이 추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인터페이스가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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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 UI

 

 

위의 사진처럼 모임이나 회의의 참여자들은 각자 부여된 투디 아바타로 움직이며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고, 다른 사용자와 가까워지면 실제 카메라와 마이크가 활성화되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가벼운 회의나 모임 시 오락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보다 색다른 비대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함께 한다는 소속감이 눈으로 보여서 즐겁게 활용했던 기억이 있다.

 

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기반 가상 부동산 게임이 출시됐다. 어스2(Earth2)는 '가상지구'로 표현되는 가상 부동산 투자 게임인데, 말 그대로 지구의 공간을 사고파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핵심은 게임 머니가 아닌 진짜 현금으로 거래를 한다는 점이며, 매물이 팔릴 경우, 내 페이팔 계좌로 현금이 들어온다. 그러므로 '가상 지구'라는 공간에서 현실의 부동산 개념이 그대로 적용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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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시된 지 7개월도 채 안 된 서비스는 전 세계인의 투자 욕구를 불태우고 있는데, 그 시스템은 이렇다. 가상 지구는 모든 땅과 바다가 '타일' 개념으로 규격화되어있고, 한 타일의 크기는 30평으로 정의된다. 이 타일들은 유료로 결제하여 소유할 수 있으며, 구매 시 해당 토지에 소유자의 국적 플래그가 꼽히게 된다. 신기한 광경은 미국 땅에 한국 국기가, 호주 땅에 인도 국기가 꼽힐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적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어찌 됐건, 핵심은 '타일의 등급'이다. 선착순으로 부여되는 타일의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 등급 이하의 타일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소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며, 해당 지역의 토지가 거래될 때마다 땅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하는 등 자체적 시스템으로 사용자를 확보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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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일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이 모든 타일 구매와 판매 행위는 실제 돈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왜 좋아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사용자는 자신의 일상 속 추억이 담긴 땅을 사들이며, 의미부여성 소비를 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어스2를 한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사용자는 LH가 불법 투기한 땅에 가서 타일을 죄다 사들였다고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 세계의 이용자들은 어스에서 구매한 땅에 꼽힌 국기를 가지고 여러 아트나 영역표시를 확실히 하는 중이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땅 소유의 욕구가 자유자재로 펼쳐지고 있다.

 

문득 이 어스 속 공간은 마치 구글 어스처럼 사실적인 세계 지도를 닮아있고, 일적선으로 죽죽 그어진 사각형의 지도 일부를 떠올리게 한다. 아직은 어스 2를 통해 막대한 생산성을 추구할 수는 없으나, 가상 화폐와 연동되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하니 '공간'을 '공간'으로 소비하는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될지도 모른다.

 

 

 

만드는 대로 가능한 가상 '공간' 디자인


 

앞서 말한대로, 가상 세계는 목적과 기능의 우위에 따라 인터페이스도 바뀌게 되는데, 현실을 차용해 매력적인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는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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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페이스북 호라이즌'은 VR 기반의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버전 레디플레이어원 이라고도 불려, 월드(World)라는 말이 딱 맞는 호라이즌은 그래픽의 섬세함보다 그 공간의 규모가 방대한 3D 기반 그래픽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하나의 세상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공간에서는 VR 가상 공간 감상 위주의 '탐험(Explorer)', 친구 및 지인과의 게임, 협업이 진행되는 '플레이(Play)', 콘텐츠와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창작(Create)' 등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는 AR Glass를 개발 중으로, 메타버스와 증강현실의 융합으로 업계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만으로 모든 메타버스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메타버스의 시작점이 된 닌텐도 사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섬세한 아날로그를 자극하는 감성적 그래픽 디자인으로 힐링을 선사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최근엔 스위치 전용 디바이스 이외에 모바일 버전 <동물의 숲>을 출시해 MZ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동물의 숲 흥행에 이어 타겟 연령을 고려해, MZ 세대라면 많이 봤을 짱구 버전 '나의 여름방학' 게임이 새로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동물의 숲에서 하는 소소한 활동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 속 공간 그래픽이 동물의 숲을 메타버스의 초석으로 만든 큰 요인이었다.

 

 

나의여름방학2.jpg

 

 

그래서 게임 산업군에서 메타버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게임 그래픽 디자인은 게임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세계관을 섬세한 작화로 잘 풀어낼 때 그 인기가 상승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업계에서는 가상세계 그래픽 디자인에 공을 들여왔다.

 

그렇기에 이런 흐름대로라면 기업체들은 잘 만들어놓은 메타버스 공간 하나가 열 개의 서비스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인테리어 감각이 있는 카페에서 대화, 공부, 작업, 미팅 등 많은 활동이 가능하기에, 잘 디자인된 가상 공간 역시 게임이나 한가지 활동 이외에 여러 가지로 확장할 수 있어 그 활용도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

 

 

 

메타버스 속 공간이 의미하는 바는?


 

이러한 메타버스 흐름에 대해 한국 건축가로 유명한 유현준 교수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흐름을 바라보는 본인의 견해를 밝혔다.

 

Q. 가상 말고 현실 공간에 기회가 있을까

 

 

A. (유현준 교수) 저는 항상 그래도 아무래도 건축가다 보니까 그런 온라인 공간상에서 현상들이 생겨나는데 온라인으로 끝날 거라고 저는 보지 않아요. 항상 인간은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몸과 연결되어 있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공공이 해야 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에요. 현재 이 추세로 가다 보면, 점점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되기가 쉽거든요. 이번에 체험해봐서 아시겠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공간이 전염병이 안 도는 유리한 공간이라는 거예요. 그러면 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을 많이 지불해서라도 점점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 누리려고 할 거예요.

 

그러면 위가 늘어나면 밑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이런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러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공간의 비용이 높아지는 거죠. 그럼 이 사람들은 단가가 떨어지는 곳으로 피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결국에는 가상공간이나 메타버스 같은 데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보면 새로운 가상공간이 생겼을 때 싸이월드도 그렇고, 메타버스도 그렇고 다들 초등학생들이 제일 먼저 갑니다. 초등학생들은 커피숍이라고 하는 공간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요. 중학생들은 편의점에 가거든요.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메타버스의 공간은 현실 공간에서 자유에 대해 한계를 느끼는 10대와 2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현실 속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하기 위해서는 카페든 음식점이든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에선, 더욱 자유롭고, 심지어 그 공간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메타버스 속 가상 공간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아 가상세계로 점점 더 몰릴 수밖에 없는 MZ 세대들의 메타버스 트렌드가 마냥 유쾌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가상세계 열풍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질병, 내 집마련, 투자 등 여러 복합적 이슈에서 비롯된 소유의 부재와 갈증을 메타버스의 가상 공간에서 마음껏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메타버스 속 공간에서는 이미 현실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의 공간을 압도할 만큼 매력적인 가상공간이 등장한다면, 여러 사회 이슈를 뒤로하고서라도 가상 세계가 일상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가상과 현실 공간이란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결론에 도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주시하며 가상 세계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균형을 맞추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리즈

[Opinion] 왜 메타버스? 도대체 그게 뭔데! - (1) 나 대신 아바타 [문화전반]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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