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INARI [영화]

결코 잔잔하지 않은 영화
글 입력 2021.05.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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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미나리가 한참 호평을 받을 시기에 '미나리'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잔잔한 영화보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주는 동적인 영화를 선호했기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첫 번째 이유,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


 

첫 번째,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수상 소감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사실 윤여정 배우님의 다른 작품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본 기억은 없다. 그러나 윤스테이에서 볼 수 있는 배우님의 매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만 7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 그녀의 매력이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다시 한번 더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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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rad Pitt, finally nice to meet you! Where were you while you were filming in Tulsa?


브래드 피트씨 드디어 만났군요. 털사에서 미나리 촬영하는 동안 어디에 계셨나요?

 


그녀의 수상 소감 중 첫 마디는 그야말로 재치만점이었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영화 '미나리' 제작사의 대표인데 촬영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농담으로 녹여냈다. 국제적인 오스카 수상식의 소감으로 탁월한 시작이다. 대중적 인물인 브래드 피트가 영화 '미나리'와 관련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굉장히 재미있다.


 

And I'd like to thank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 out

그리고 제가 밖에 나가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준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Beloved sons

사랑하는 아들들아


This is the result because mommy worked so hard.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도입부 만큼 재미있었던 부분은 그녀의 아들들을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엄마'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일을 해야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명의 예술가로서 '배우'라는 직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그녀에게 '배우'란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의무적인 직업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다양한 역할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 결코 잔잔하지 않은 갈등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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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영화 미나리가 결코 잔잔한 영화가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인물 간의 여러 갈등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남편 제이콥과 부유한 가정보다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아내 모니카의 갈등이 먼저 등장한다.

 

그 후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등장한 전형적인 한국계 할머니와 자신들에게 쿠키를 구워주고 성숙한 어른으로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미국식 할머니를 원하는 두 손자의 갈등이 그려진다.

 

이런 두 축의 갈등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결코 잔잔하지 않았다. 갈등이 과연 해소될지,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할지, 순자는 아이들이 원하는 할머니가 되어줄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면서 결말을 이끌었다.

 

나 역시 미국에서 2년 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었기에 할머니 같지 않은 '순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과 '바보 같은 미국 사람들'을 비판하는 순자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적응하던 시기에 이해할 수 없던 미국의 문화와 한국에 돌아와서 낯설게 느껴졌던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영화 속에 담았을지 궁금했다.

 

또한, 영미문학을 배우면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깊이 배운 적이 있었기에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이 과연 성공할지 궁금했다. 6.25를 거친 후 한국인들은 무척이나 가난했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미국으로 와서 열심히 일하는 것" 이었고 제이콥은 굳은 신념으로 십 년 이상의 세월을 바친다. 그의 노력이 과연 걸맞은 결실을 맺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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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억도 되살려볼 겸 가족과 함께 '미나리'를 보았다. 115분 동안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데이빗과 넉살스러운 할머니 순자의 케미에 여러 번 웃었고,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린 제이콥이 안타까웠으며, 뇌졸증에 걸려버린 순자와 심장이 좋지 않은 데이빗을 모두 돌봐야 하는 모니카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갈등의 축을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갈등, '아버지' Vs.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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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미국인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용어는 James Truslow Adams의 1931, "Epic of America."(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어다. 20세기 초 미국의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열심히만 일하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출발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이민의 꿈을 키우게 된다.

 

1950년대에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은 1980년대 역시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어려웠다. 이런 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 알려졌고 제이콥, 모니카와 같이 미국으로 떠나온 이민 가족이 늘어나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근거로 추측해보자면 제이콥과 모니카는 10년 이전에 미국으로 왔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제이콥의 사업 실패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삶을 정리하고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아칸소로 이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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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아칸소의 새 집이 트레일러로 소개되는 장면이다. 제이콥은 농장을 위한 땅을 구입하기 위해 거주할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다. 반면 모니카는 정원을 꾸밀 정도의 작은 땅과 안전한 집에서 거주하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한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아버지인 제이콥과 어머니인 모니카가 원하는 것이 상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모니카는 약속과 다르다며 제이콥에게 항의했지만 제이콥은 꼭 성공하겠노라 다짐하며 그녀를 달랜다. 영화 속 제이콥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다. 정말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적인 이론이었다면 제이콥은 그 누구보다 빨리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안이자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속적인 실패와 끊임없는 대출을 경험한 모니카는 불확실한 미래와 막연한 희망 사이를 수백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심적으로 지쳐버린다.

 

수도를 지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빈곤 상황에 처하자 모니카는 농장을 포기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제이콥은 아이들이 아버지가 성공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봐야 한다며 농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고 제이콥의 이기심에 화가 났다.

 

제이콥은 '아버지'의 성공이라는 믿음 안에 '개인'의 성공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모니카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라고 한다. 이런 무책임한 제이콥의 말은 슬프기보다는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진정한 아버지라면, 남편이라면 개인적 성공보다는 가정의 안위를 우선해야 하지 않았을까?

 

모니카 역시 가족이 아닌 개인을 선택한 제이콥에게 크게 실망하고 그의 농장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갈라서자는 제안을 한다. 이런 그녀의 선택에서 그녀가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또 믿음과 실망을 반복했을지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의 성공을 통해 궁극적으로 '안정된 가족'을 이루고 싶었다. 반대로 제이콥은 '자신의 성공'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둘의 목표는 유사한 듯 보이나 초점이 다른 곳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결국 갈라서자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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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제이콥이 이뤄놓은 농장은 순자의 실수로 인하여 화재에 휩싸여 있었다. 이때 제이콥보다 더욱 절망적으로 울부짖는 모니카의 행동에서 남편의 꿈을 진정으로 응원했던 아내의 간절함을 볼 수 있었다. 모니카는 믿음과 실망의 반복을 10년 이상 경험하면서 그 누구보다 남편의 성공을 바랐다. 물론 안정된 가족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제이콥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본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로 같은 날,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물론 개인의 성공을 우선시하는 남편이기에 갈라서자는 판단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거대해진 불길 속에서 단 하나의 농작물을 꺼내올 수 없었고 그야말로 재로 돌아갔다. 제이콥과 모니카가 느꼈을 허망함과 절망감을 함께 느끼면서 당시의 이민 가족이 겪었을 상황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갈등, 한국 할머니 Vs. 미국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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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한국계 할머니, 순자라는 역할을 통해서 영화 '미나리'는 문화 갈등을 보여준다. 요리도 못하고, 위험한 곳에서 미나리를 심고, 이상한 카드게임을 강요하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할머니 같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할머니란 맛있는 쿠키도 구워주고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며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다. 그러나 다소 무책임한 순자의 행동에 크게 실망을 한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첫째 딸 앤과 달리 아직 어린 데이빗은 할머니의 장난에 매번 발끈한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데이빗을 "브로큰 딩동, 딩동 브로큰"이라고 놀리는 순자에게 화가 나서 마운틴 듀 대신 음료수 색깔과 비슷한 자신의 소변을 마시게 한다. 손자가 귀여워서 놀리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데이빗에게는 큰 부끄러움으로 느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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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자는 심장이 약한 데이빗에게 "넌 충분히 강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며 데이빗의 마음을 연다. 이전까지 데이빗은 자신의 심장이 약하기에 뛰어놀 수도 없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예를 들어, 한 장면에서 엄마인 모니카가 남편에게 "쟤 잘못되면 어쩔 거야"라는 말을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데 데이빗은 이런 대화 내용을 모두 듣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데이빗에게 순자는 그도 뛰어놀 수 있다고 말해주며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어떻게 본다면 단지 근거 없는 할머니의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데이빗의 심장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뛰어노는 것이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빗에게 필요한 건 괜찮다는 믿음과 불안감을 떨쳐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역할을 제이콥이나 모니카가 소화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데이빗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그런 데이빗을 변화시켜 준 것은 바로 순자이다.

 

데이빗의 변화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영화의 후반부에 농장에 불이 난 시점이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농장 화재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죄책감을 느끼는 순자는 딸 내외를 다시 볼 용기가 없었는지 집의 반대 방향으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하지만 이때 손녀 앤과 손자 데이빗이 그녀를 잡아준다. 심장이 아플까 봐 뛰지 못하던 데이빗은 달려나가 할머니를 붙잡고 앤은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할머니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그가 순자를 진심으로 받아들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인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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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는 그야말로 가족 간의 '사랑'을 그려낸 영화이다. 결국 화재로 인하여 모니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칸소에 남아 남편의 꿈을 한 번 더 지지해 준다. 또 할머니와 손녀, 손자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미나리'가 이주민 가족을 그려냄으로써 일반적인 가족의 사랑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색깔을 보여주었다. 그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라고 느껴졌고 많은 사람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의 결론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모니카가 제이콥을 떠나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갔거나 순자의 죄책감을 좀 더 덜어줄 수 있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농장에서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더 불안한 미래에 희망을 거는 모니카의 선택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그녀는 다시 불안감과 희망을 몇 번이고 왕복하면서 심적인 고통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아내로서, 엄마로서 최선의 선택을 내렸을 모니카를 응원한다.

 

또한, 순자의 마지막 장면은 화재가 난 다음날 새벽 잠든 딸 내외와 손녀, 손자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난다. 그녀의 표정은 미안함, 허탈감,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그녀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 아이들이 순자의 죄책감을 덜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 연출되지 않았기에 깔끔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여부가 열린 결말으로 끝나더라도 순자의 죄책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미나리'는 따뜻하고 재미있다. 또한, 결코 잔잔하지 않다. 인물들의 여러 갈등의 발단 및 해소로 이루어진 서사적 구조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다. 만약 이전의 나처럼 볼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라고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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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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