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음악]

콘텐츠 트렌드 변화 속 K-POP
글 입력 2024.04.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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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대의 노래는 손에 꼽지만 3분도 채 되지 않는 노래들이 거리에 울려 퍼진다. 처음부터 콘텐츠를 정주행하기보다는 클립 영상을 찾아본다. 긴 글은 꺼리면서도 짤막한 문장에는 쉽게 감동한다. 그렇다. 우리는 쉬운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긴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짧은 음악과 영상, 글을 즐긴다. ‘쉽게’ 향유한다. 한껏 복잡해지고도 더 어지러워지는 세상 탓일까, 아니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콘텐츠 때문일까? 우리는 어느샌가 쉬운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POP 산업도 빠르게 변화했다. 이제 세거나 독특한 컨셉을 내세우거나 방대한 세계관을 활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뚜렷한 그룹 컨셉만이 존재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제하고,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그렇게 변화한 K-POP 시장에 또렷한 성공 방정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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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노래, 혹은 ‘들려오는’ 노래 중 4분에 가까운 노래가 얼마나 있을까? 최근 열풍을 일으킨 비비의 ‘밤양갱’은 2분 26초, 타이틀곡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 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는 2분 41초,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ILLIT의 ‘Magnetic’도 2분 40초, 청량 신인 보이그룹의 계보를 잇는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2분 32초다.


이처럼 첫 번째 공식은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에서 알 수 있다. 바로 노래 길이를 짧게 발매하는 것. 많은 노래가 3분 내의 스트리밍이 가능해졌다. 짧은 시간 내에 하나의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 단축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노래가 짧아지며 그만큼 구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보통의 노래가 verse와 chorus(이하 코러스)로 이루어진 1절과 2절, 이후 bridge(이하 브릿지)와 또다시 코러스가 등장하는 식의 구성이었다면, 짧아진 노래들은 브릿지를 없애고 코러스만 반복하거나 브릿지 이후의 파트를 완전히 삭제하는 구성이다. 콘텐츠 하나를 온전히 즐기는 데에 큰 품을 들이지 않을 수 있고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않는 근래의 흐름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으로 변화한다면 브릿지 파트에서 가능한 템포 조절이나 마지막 코러스에서의 변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성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아쉬운 부분도 확실히 존재한다.


근 몇 년간 데뷔한 아이돌 그룹 중 강렬한 컨셉은 찾기 힘들다. 민희진 대표가 프로듀싱한 그룹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K-POP 대표 걸그룹 대열에 합류한 ‘뉴진스’는 데뷔 앨범 ‘New Jeans’를 통해서 맑고 순수하면서도 특유의 에너지를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NCT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는 ‘이모셔널 팝’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내세운 가운데, 프롤로그 싱글 ‘Memories’에서는 청량함을, 데뷔 싱글 ’Get A Guitar’에서는 펑키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을 전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세븐틴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투어스’는 ‘보이후드 팝’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며 신인의 풋풋함과 더불어 맑고 청량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데뷔 컨셉으로 강렬한 장르를 선택하거나 다이나믹한 구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무난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담아낸다. 두 번째 공식은 듣기 편안한 음악 장르인 ‘이지리스닝’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지리스닝 음악은 듣기 편한 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튀는 사운드 없이 진행되는 음악 속에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삽입되어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된다. 이러한 트렌드 틈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세계관에 부합하는 요소를 찾아야 하는 컨셉은 과제가 될 뿐이다. 팬덤에게 일종의 ‘놀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쉬운’ 콘텐츠를 찾는 이들에게는 피로해지는 요소가 된다. 깊이 파헤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반과 음원이 사랑받는 이유다.


따라서 기획사는 방대한 세계관을 기획하기보다는 그룹의 컨셉과 방향성을 확고하게 제시한다. 뉴진스(NewJeans)의 팀명은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와 New Genes,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동시에 담아냈다. ‘리얼타임 오디세이’를 기반으로,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의 라이즈(RIIZE)는 다양한 감정을 곡에 담아 표현하는 독자적 장르 ‘이모셔널 팝’을 내세웠다. 이처럼 특정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거나 긴 서사를 녹여내지 않고 그룹의 정체성만을 확립한다.


이러한 변화는 진입의 장벽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지리스닝에 대한 아쉬운 평가를 가져오기도 했다. 사운드가 단조롭거나 짧은 노래 속 반복되는 구간이 거듭 등장하는 것 등 여러 부분에서 ‘심심하다’, ‘쉽게 질린다’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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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있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K-POP 시장의 변화도 무조건 좋거나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피로도가 낮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는 전략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아쉬움이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 4분이 넘는 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그러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함이 아닐까. 때로는 쉽지 않은 콘텐츠가 대번에 좋아질 때가 있으니 말이다. 특별히 유행하는 것들이 있을지라도 모든 유형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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