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잉, 나의 행복! -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도서]

환잉 欢迎; 즐겁게 받아들이다
글 입력 2021.04.25 14: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행복은 거창한 조건이 붙어야만 충족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 행복을 채우기에는 내가 너무 작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나의 행복에 꽤나 인색했던 사람이었다.


자기 연민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작은 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나? 행복은 더 크고, 더 멋있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자꾸만 볼품없어지고 초라해져 갔다. 내 스스로 내 행복들을 짓밟았다.


그런데 행복은 그런 게 아니었다. 크기가 작으면 어때. 소소하면 어때. 그 자체로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내가 소중한 행복이 되는 것을 난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행복은 단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전부 다른 것이 행복이었다.


전 세계에는 200여 개의 나라와 수천 가지 언어가 있다. 당연하게도 언어마다 행복을 말하는 단어가 다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50가지 행복의 단어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차례대로 집과 환경, 공동체와 인간관계, 성품과 영혼, 기쁨과 영적 깨달음, 균형과 평온에 대한 단어들이 열 가지씩 소개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행복을 만날 수 있다.

 

 

지구 언어_표지.JPEG


 

 

프라스토르 просто́р ; 지평선을 보며 영혼을 채우다



지구 언어_프라스토르.JPG

강릉에서 만났던 지평선

 

 

프라스토르탁 트인 광활한 곳과 자유를 뜻하는 러시아어이다. 프라스토르는 지평선을 마주한 순간의 영혼을 뒤흔드는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프라스토르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영혼인 두샤를 만날 수 있다. 프라스토르는 꼭 문자 그대로의 드넓은 평야가 아니더라도 내적 영역과 외부 환경의 일치가 이루어진다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람은 어느 조건에서도 주변 환경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일치감은 전 세계인 모두가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두샤의 내적 광활함은 인간 내면의 지평선을 넓힌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프라스토르를 찾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의 프라스트로는 주로 책에 있다. 재미있는 책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서 읽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나는 내면의 지평선을 만난다. 완연한 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너머 무언가 더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는 느낌. 지평선을 볼 때 나는 뭔가를 더 기대하고 갈망하는 내면의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은 또 다른 책 한 권을 손에 들게 하고, 그 재미는 나에게 행복으로 돌아온다.


프라스토르를 불러일으키는 당신만의 장소는 어디인가?

 

 


기길 GIGIL ; 숨이 막힐 듯 꽉 껴안기


 

지구 언어_기길.jpg

잠에 취한 우리 집 강아지, 모모

 

 

기길억누를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타갈로그어의 형용사이다. 긍정적인 상태이든, 부정적인 상태이듯 우리는 삶 속에서 종종 ‘기길’되곤 한다.


긍정적인 의미의 기길은 행복을 느끼게 한다. 정확히 말하면 기길의 원인이 행복을 유발한다고 하겠다. 아기의 통통한 볼을 보면 저도 모르게 꼬집어 보고 싶은 마음, 작고 귀여운 무언가를 보았을 때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 전부 기길에 해당한다.


나는 나의 강아지를 볼 때 자주 기길된다. 우리 집 강아지는 종종 내 침대 위에서 나와 함께 자곤 하는데, 가끔 새벽에 눈을 뜨면 강아지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내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 젖은 눈을 뜨는 강아지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 잠에서 막 깨어난 강아지는 유난히 힘이 없고 말랑하며 좋은 냄새가 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기길을 느낀다.


기길은 감정의 표현이다. 행복이 터져 나와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요소들은 기길이다. 우리가 행복의 기길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

 

 

 

세니 SENY ; 번거롭지만 뿌듯한 무언가


 

지구 언어_세니.jpg

직접 만들었던 스팸 덮밥

 

 

세니분별과 상식 그리고 성실을 의미하는 카탈루냐어이다. 우리는 살면서 셀 수 없는 무절제의 순간과 마주한다. 무절제함에 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욕망을 절제하고 노력의 과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우리는 세니를 느낀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세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보존하고자 한다. 그들은 지혜와 절제를 높이 사며 욕심과 과도함을 삼가라고 말하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다.


나는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 때 세니를 느낀다. 가끔 고된 하루 끝에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충동을 절제하고, 냉장고 속 재료로 나를 위한 한 상을 차리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훌륭한 맛이나 모양을 가지진 않았어도 스스로를 위한 과정을 곱씹으며 먹는 한 끼는 내게 커다란 행복이 되어준다.

 

 

 

주아 드 비브르 JOIE DE VIVRE ; 브리오슈로 우아한 아침을


 

지구 언어_주아 드 비브르.JPG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탔던 플라잉 다이너소어

 

 

주아 드 비브르삶을 풍부하게 즐긴다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존재하는 것을 느끼기 위한 인간의 열정과 열의는 곧 삶의 즐거움으로 이어지고, 이는 프랑스 삶의 철학의 하나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삶의 목적이 항상 현실적이지는 않으며, 열정을 따라갈 수 있다는 인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주아 드 비브르는 현실적인 삶의 목적이 아닌, 짜릿한 재미를 추구하는 태도이다.


나의 주아 드 비브르는 다양한 곳에 있다. 여행지에서 찾은 맛집이 될 수도 있고, 콘서트나 페스티벌 같은 문화 활동이 될 수도 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주아 드 비브르는 바로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이다. 신나고 짜릿한 놀이기구를 타면서 소리 지르는 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짜릿한 즐거움은 덤이다.


예술적인 취미나 여행, 짜릿한 활동들을 통해 주아 드 비브르를 느낀다면, 그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인생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건 우리 존재의 방식이 된다. 언제든 주 아 드 비브르를 시작할 수 있다. 드문 상황 속에서뿐 아니라, 사소한 일을 즐기는 것도 주아 드 비브르가 된다.


아, 살맛 난다. 살맛 나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주아 드 비브르 아니겠는가.

 

 


세이자쿠 ; 도심 한가운데서 즐기는 평온


 

지구 언어_세이자쿠.jpg

점심 시간, 짬을 내어 산책했던 볕 좋은 날의 공원

 

 

세이자쿠는 고요함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더 나아가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평온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세이자쿠는 덧없음을 받아들이고 불완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불교 철학 와비사비의 원칙 중 하나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고요한 분위기에 잠긴 채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평온함, 세이자쿠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건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행복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으며 도심을 거닐 때, 나는 세이자쿠를 느낀다. 좋아하는 노래들로 가득한 재생 목록을 랜덤으로 재생하며 걷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주로 어떤 일정을 소화하러 가기 위한 길이기 때문에 여유로움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바쁜 삶 덕분에 이 작은 세이자쿠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정신없이 바빴을 당신의 오늘에 세이자쿠 하나가 녹아 있길.

 

 

 

우니카까티기니크 ;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지구 언어_마지막.jpg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 한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건 인간의, 아니, 생명의 오랜 욕구이다. 나 역시 그러하듯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럼 이제 다시 같은 질문을 던져보겠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나는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나 반쯤 감겨 있는 나의 강아지의 눈동자를 볼 때 행복하다.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소리 지를 때 행복하다. 취향에 쏙 맞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행복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걸을 때 행복하다. 나를 위해 만든 음식을 먹을 때도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여러분의 행복을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귀엽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어 그것 또한 하나의 행복으로 다가왔다. 한국어 단어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한국어 행복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찾아 나가면 되니까 괜찮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하나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만 해도 지구의 50가지 행복들을 다뤘지만, 세상에는 이 책에 미처 담기지 못한 수많은 행복이 존재한다. 개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행복으로 가득하고, 그걸 찾아내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여러분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황시연.jpg

 

 

[황시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