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 일렉 기타를 구매하였다 [음악]

글 입력 2021.04.1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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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나는 내 인생의 첫 일렉 기타를 구매하였다. 중학생 때부터 나만의 일렉 기타가 갖고 싶었는데, 햇수로 따지면 10년 만에 그 꿈을 이룬 것이다.

 

미리 얘기하자면, 절대 이 글을 자랑하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자랑할 이유도 없다. 내가 전문 기타리스트도 아닐뿐더러, 저가형 기타를, 그것도 중고 거래를 통해 구매한 것이다. 그저 지난 10년간 일렉 기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중학생 시절, 내가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이유 하나로 같은 반 급우의 제안을 받아 교내 밴드부에 건반 연주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록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장르는 클래식과 재즈밖에 없었고, 즐겨듣던 대중음악 장르도 댄스 음악과 R&B 음악이었다. 하지만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저마다의 악기 연주가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의 매력에 빠졌고, 자연스레 록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장 큰 내면의 변화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악기 연주를 취미로 해왔던 것이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멋있는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고,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고, 드럼을 연주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연습 시간 내내 어깨너머로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았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았고, 연습이 끝나도 홀로 연습실에 남아 다른 악기들을 따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기타의 매력에 빠졌는데, 휴대성이 피아노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결국 통기타를 하나 장만하였다. 일렉 기타를 구매하지 않은 것도 휴대성 때문이었다. 일렉 기타는 소리를 출력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만, 통기타는 어디서든 본연의 소리를 뽑아낼 수 있다. 그래서 등교 전 운동장, 쉬는 시간 교실 안, 하교 후 집 앞 공원 등 어디서든 나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나에게 취미생활로 배울 악기를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에게 피아노보다는 기타를, 일렉 기타보다는 통기타를 추천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일렉 기타를 갖고 싶지 않았던 것은 절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렉 기타에 쉽게 도전하지 못한 것도 있다. 록 음악의 일렉 기타는 화려한 기교가 무조건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어깨너머로만 기타 연주를 봐온,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라 느껴졌다. 이런 나에게 용기를 준 그룹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4인조 밴드 ‘트래비스(Travis)’이다.

 

 


Travis 'Writing To Reach You'

 

 

국내 브릿팝 팬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그룹이다. 나는 이 밴드의 음악 중에서도 앞서 동영상으로 소개한 ‘Writing To Reach You’라는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밴드 내 기타 연주자 두 명 모두 내가 두려워했던 화려하고 복잡한 주법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음악이 풍성하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 전, 해외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든 적금이 만료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했고,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위해 돈을 써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구매하는 데 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렇게 내 생의 첫 일렉 기타를 구매하기로 하였다.


일렉 기타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보통 첫 일렉 기타로 범용성이 좋은 ‘스트라토캐스터’를 많이 구매하는데, 나는 트래비스의 보컬이 사용하는 ‘텔레캐스터’를 구매하였다. 소리를 다루기 힘들어 범용성이 좁아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기타 종류이지만, 나는 그 자체가 매력 있다고 느껴져 텔레캐스터를 선택하게 되었다.

 

 

일렉 기타의 종류별 특징을 정리한 영상

(유튜브 '날라리기타')

 

 

구매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중고 거래 특성상 매물이 많지 않았다. 결국 성능과 디자인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내 기타 연주를 들을 누군가에게는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성능보다는 디자인을 택하였다. 저가형 기타에서 성능 차이가 크게 날 것 같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이쁜 기타에 더 애착이 갔다. 첫 기타만큼은 더 마음에 드는 것으로 장만하고 싶었다.


전문 기타리스트가 아닌 나에게도 기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타리스트에게는 나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며, 우리 모두 각자의 전문 분야 혹은 취미 활동에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호준컬쳐리스트.jpg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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