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이 어떻게 단단하기만 하겠어 [사람]

우리는 무쇠가 아니니까
글 입력 2021.03.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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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아주 단단한 사람일 거야."

 


한 강연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다.

 

강연자분은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셨고 그의 태도는 멋있었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주변 환경이나 영향에 의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잘 지키는 사람들을 보고 '단단하다'라고 말한다.

 

단단한 사람, 어쩌면 많은 이들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의문이 들었다. 강연자분은 처음부터 심지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을까. 아니 혹은, 사람들이 단언하는 대로 그렇게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맞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표면적인 모습만 보면서 살아간다. 강연이나 인터뷰, 직접 쓴 글을 보고 어떠한 사람이라고 유추할 수는 있지만 결국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볼 뿐이다. 깊은 내면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든 과정이 다 지나고 얻은 깨달음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낱낱이 알 수 없다.

 

유튜브에서 본 또 다른 영상, 아이돌 그룹 있지가 팬들에게 전하는 "Letters to Midzy"는 남들에게 보이는 면과 그들의 진짜 내면이 어떠한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있지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라고 평가받는 그룹이다. 매년 수없이 많은 가수들이 데뷔 후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있지는 대형 소속사에서 데뷔하여 처음부터 주목을 받고 또 인기를 얻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당당함, 자존감을 주제로 하는 노래를 발표하며 뚜렷한 그룹의 색깔을 보여줬다.

 

 

내 안에 있는 Dream 난 자신 있어

날 봐 I'm not a liar

너의 틀에 날 맞출 맘은 없어 (Dance)

다들 Blah blah

참 말 많아 난 괜찮아

계속 Blah blah

 

ITZY -ICY


 

눈치 보느라 착한 척 상처받는 것보다 백번 나아

I'm just on my way 간섭은 No No 해

말해버릴지도 몰라 너나 잘하라고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I wanna be me, me, me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어 난 그냥 나일 때 완벽하니까

 

ITZY - WANNABE

 

 

있지는 이 영상에서 지금껏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 당당함을 노래하며 에너지를 주었던 멤버들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들이 이야기를 꺼낸다.

 

멤버들은 데뷔를 준비하며 그리고 또 활동을 하며 저마다의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특정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우리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책임감과 부담감에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화려하고 밝은 모습 뒤에 감춰뒀던 그들의 내면에는 우리가 늘상 하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들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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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약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있지를 보면서 공감을 하기도 또 위로를 받기도 했다. 마냥 밝고 당당하게만 보였던 그들에게도 어김없이 힘든 순간들, 그리고 버티고 버틴 시간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억지로 이겨내면서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주변에 휘둘리는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이러면 안 되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우뚝 서야지.'라고 다짐을 해왔다. 있지의 멤버들을 보면서도 내 모습이 보여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안쓰러울 정도로 애쓰는 순간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혹자가 이렇게 말했다.


"너무 단단하면 오히려 부러져."

 

太剛則折 (태강즉절):

너무 세거나 빳빳하면 꺾어지기가 쉬움

 

단단해져야겠다고만 생각한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면서도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그렇다. 사람이 어떻게 단단하기만 하겠는가. 때로는 무르고, 어설프고, 휘청거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에게 맞는 강도를 찾아가면 된다.

 

앞서 말한 강연자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가 썼던 다른 글을 보고 얼마나 힘들고 우울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그렇게 성장해왔는지, 또 지금도 여전히 다시 힘들어질 때가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그 역시도 태생부터 단단한 사람인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깨지면서 자신만의 강도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무쇠도 아니고 강철도 아닌 우리는 단단하기만 할 수 없다. 혼자서 강해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필요할 때에는 남에게 도움도 청하고 아픈 시기도 거쳐가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지기도 하고, 다시 또 약해질 수 있지만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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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만 말했던 나는 이제는 생각을 다르게 해본다. 거침 없이 나아갈 때도 있지만 적당히 무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때론 아파하고, 힘든 감정도 돌아보면서 이내 다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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