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을 '읽음'으로써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다 - 63일 침대맡 미술관

감상에서 해석으로 향하는 과정
글 입력 2021.03.07 11: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63일 침대맡 미술관_표1_수정.jpg

 

 

서양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 종교,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재 '루브르 미술관', 이를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63일 침대맡 미술관》

 

 

서양미술사가인 기무라 다이지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를 목표로 일반 대중에게 서양 미술에 다가서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가 집필한 책 중 하나인 ’63일 침대맡 미술관‘은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 6,000점 이상의 회화 중 꼭 알아야 할 63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총 다섯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이는 각각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플랑드르이다.

 

루브르 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기본적으로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이다. 이는 주로 종교적인 가르침, 신화의 에피소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 강조했으며, '63일 침대맡 미술관' 역시 유럽 회화 가운데 각 국가와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읽고 이해하는 법'을 소개한다.

 

평소 미술과는 거리가 먼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저자가 말한 '세상을 넓히는 기초 교양'을 쌓고 싶어서였다. 아무리 예술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미술과 관련해서는 발만 담그고 있을 정도로 지식이 얕은 편이다. 물론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감상하는 걸 즐기긴 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몰랐던 지식을 하나둘 쌓고, 같이 간 친구와 그에 대한 해석을 나누는 건 꽤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131.jpg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으로 큰 관심이나 애정은 생기지 않았다. 내겐 여전히 어렵고 알 수 없는 작품이 한가득했으며 그 가치마저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는 모두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얕았기 때문이다. 각 그림의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단순 '감상'에만 그쳤던 거다. 이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 역시 짧았다. 발걸음을 계속 옮기다 보니 어느새 전시장 밖이었고, 그러다 보니 결국 내 눈에 띄었던, 겉보기 좋은 작품만 기억에 남았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그렇다. 누군가 내가 알지 못하는, 관심조차 없는 분야의 이야기를 1시간 동안 떠들어댄다면 과연 흥미로울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애쓸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만 한다.

 

나에게 미술이 그러하다. 아직 내 시야에는 숲이 아니라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만 보인다. 나는 이를 넓힘으로써 울창한 숲 전체를 바라보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도움이 될 선택지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책을 내 침대 머리맡에 두었고, 며칠간 루브르 미술관에 들러 63개의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래는 특별히 기억에 담아둔 작품들이다. 저자의 설명을 함께 곁들이니 참고하며 보길 바란다.

 

 

 

이탈리아, 카라바조 <성모의 죽음>


 

93-002191-02.jpg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천주교의 모태신앙을 가진 내게 종교미술은 굉장히 익숙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접한 탓에 종교화에서 특이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강렬한 사실주의와 명암법이 돋보인 카라바조의 <성모의 죽음>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본래 종교화는 성인을 고상하게 표현한다고 한다. 내 기억 속 종교화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는 성모의 사체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드러냈다.

 

팽창한 몸, 힘없이 늘어진 손과 발, 어둡고 협소한 공간에 자리한 성모. 사람들에게 경이감 대신 혐오감을 안겨줄 만도 했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종교적인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종교미술'이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종교인들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겠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림에 훨씬 매력을 느꼈다. 지나친 숭상과 경배는 외려 독을 낳을 수도 있지 않은가? 기존에 굳어진 인식을 탈피함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바로크 회화 양식을 완성했다고 본다.

 

 

 

프랑스, 장 앙투안 바토 <키테라섬의 순례>


 

91-002139.jpg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여성적인 기호를 가진 귀족들을 위해 등장한 '로코코 회화'. 아름다운 색채와 연애 지상주의적인 동향을 가진 로코코 회화의 개막 작품이라 불리는 장 앙투안 바토의 <키테라섬의 순례>. 페트 갈랑트라 불린 이 그림은 우아하고도 서정적인 표현이 매력적이다.

    

 

*페트 갈랑트(fête galante): 전원이나 야외를 배경으로 우아한 복장의 남녀가 한가로이 노니는 낭만적인 장면을 묘사한 그림.

 

-p.86

 

 

사랑을 이루고 싶은 연인들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관련 있는 키테라 섬을 순례하러 찾아왔고, 사랑의 신 아모르는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기 위해 날아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인물과 자연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감성적인 분위기가 깃드는 풍경 속, 사랑을 꿈꾸는 낭만 가득한 이들이 놓여있으니 금상첨화다. 특히 초록빛의 색채가 여러 농도와 질감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한눈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순례에 동참하고 싶을 정도로 즐거움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플랑드르, 루벤스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 리옹에서의 왕과 마리 드 메디치의 만남>


 

04-001286.jpg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바로크 회화의 왕'이라 불리는 루벤스가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를 그린 24장의 연작 가운데 한 작품,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 리옹에서의 왕과 마리 드 메디치의 만남>. 왕태후 마리 드 메디치는 자신이 지은 파리 뤽상부르 궁전의 갤러리를 장식하기 위해 루벤스에게 대형 화면의 작품을 제작 주문했다. 당시 대형 화면은 역사화에만 허용되었기에 그녀의 인물화를 394x295cm의 크기로 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루벤스는 영웅적이지 않았던 마리의 반평생을 화려한 역사화로 표현해냈다. 그림에서 앙리 4세와 마리는 최고신 유피테르와 그의 아내 유노로 표현되었다. (옮긴 이의 말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헤라라고 한다. ) 어린 시절부터 받은 교육과 이탈리아 체류 경험으로 수준 높은 교양을 갖춘 루벤스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지식을 가지고 이를 아름답고 풍성한 색채로 그려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림마다 가진 분위기는 누가 그렸느냐 혹은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는 보자마자 압도당한 강렬한 그림이었다. 책으로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큰 울림을 받았다. 어찌 보면 한 인물을 미화한, 거짓을 표현한 그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미화가 이토록 강한 떨림을 준다면 그 또한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북유럽 최고봉이라 칭송할 만한 루벤스의 그림은 죽기 전에 꼭 한번 실물로 보고 싶다. 언젠가 루브르 미술관에 들를 기회가 생긴다면, 고민 없이 그의 작품을 찾으러 갈 것이다.

 

*

 

각 회화를 소개함에 앞서 서양미술사를 전개하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 인물, 특징 등을 알려주어 한층 이해하기 수월했다. 나처럼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설명글에 작품이나 인물이 등장할 때는 몇 쪽으로 이동하라는 참고가 덧붙여져 있다. 나는 참고를 모두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헷갈리기 시작했다. 책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읽으니 기억에 혼선이 온 듯하다. 각자의 선호에 따라서 책을 읽어나가길 추천한다.

 

'63일 침대맡 미술관'을 다 읽고 나니 '그림은 읽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완전히 공감했다. 나는 그림을 읽지 못해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경우였으니 말이다. 이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이해하니 전보다 훨씬 보기 즐겁다는 걸 깨달았다. 63점의 그림을 '읽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는 '나만의 시각과 언어로 해석하기'를 익혀야겠다. 이를 통해 얻은 미술 기초 교양은 덤이다. 서양의 미술사, 더 나아가 서양의 역사까지 배웠으니 내 세상이 조금은 넓어졌으리라 생각한다.

 

 


 

 

63일 침대맡 미술관
 루브르 눕눕 미술관


지은이 : 기무라 다이지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40*200 / 양장

쪽 수 : 204쪽

발행일
2021년 01월 28일

정가 : 16,000원

ISBN
978-89-475-4686-7 (03600)

 

 

 

컬쳐리스트.jpg

 

    

[최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4863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4.11,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