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음악과 평화 그리고 삶: 임미정 피아노 독주회

글 입력 2021.03.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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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화. 자연. 세 단어를 놓고 보면, 각각의 단어가 주는 충만함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조금 의아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음악, 평화 그리고 자연이 내포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 단어가 연달아 나열될 만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단어를 하나로 관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음악회가 3월 말에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바로 임미정 피아노 독주회다.


피아니스트 임미정은 평화와 생명을 테마로 하는 PLZ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2년 전부터 활동해오고 있다. 이는 DMZ 지역을 평화와 생태의 지대로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한 문화운동의 일환이다. 여기서 피아니스트 임미정은 PLZ 페스티벌을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하는 협연 대상이라는 것과 이를 통해 DMZ 지역이 평화의 지역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독주회의 프로그램까지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서 선곡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음악과 평화 그리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리사이틀이 될 듯하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리스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PROGRAM


Franz Schubert (1797-1828)

Four Impromptus, Op. 90, D. 899

- No. 1 in C minor

- No. 2 in E flat Major

- No. 3 in G flat Major

- No. 4 in A flat Major


Franz Liszt (1811-1886)

Sonata in b minor



 

 

먼저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처음 선곡한 작품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번호 90이다. 슈베르트는 즉흥곡을 4곡씩으로 묶어 작품번호 90, 작품번호 142 이렇게 두 개의 묶음으로 남겼다. 슈베르트만의 아름다운 선율이 녹아있는 이 작품들 중, 피아니스트 임미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번호 90을 선곡했다. 1번만 단조고 나머지 2~4번은 모두 장조로 구성된 작품번호 90은 낭만 시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먼저 1번 가단조는 행진곡 같은 리듬이 제시되면서 점차 극적으로 퍼져나가는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적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듯하나, 곡의 중반부에 이르러 셋잇단음표의 행진곡 리듬 반주가 강렬하게 나올 때에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파문이 이는 호수와도 같았던 즉흥곡 1번은 점차 고요한 수면과도 같이 잦아든다. 그 뒤에 이어지는 2번 내림 마장조는 끝없는 반음계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아르페지오로 도입부의 선율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내림 마장조의 반음계 멜로디를 지나면 내림 마단조의 어둡고 서정적인 멜로디 구간이 나온다. 그 끝에서 다시금 일렁이는 듯한 브릿지 뒤에, 다시금 끝없이 확장되어가는 장조 아르페지오의 구간으로 회귀한다. 그러나 여기서 곡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림 마단조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에서 끝맺는다. 작품번호 90번의 네 곡 중에서 가장 짧지만, 그 속에 내포한 아름다움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도 남는다.


3번 내림 사장조는 아주 유명하고 아름다운 세레나데다. 일렁이는 듯한 반주부는 마치 하프의 소리마냥 몽환적이고 주 멜로디 라인은 나른하다. 놀라운 것은 멜로디 라인이 반복되지 않고, 처음의 부드럽고 꿈결같은 도입에서부터 점차 깊이감 있는 중반부로 변조되어 간다는 것이다. 다시금 도입부의 그 평화롭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돌아가도, 처음보다 더 입체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다. 슈베르트가 긴 멜로디 라인을 유지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3번에 온전히 드러나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4번은 가장조의 작품이지만 도입부는 가단조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아르페지오와 이를 뒤잇는 화음의 조합으로 점차 멜로디가 발전되어 간다. 셋잇단음표 반주로 구성된 이어지는 주제는 작품의 깊이감을 더한다. 그 후 다시금 도입부가 재현되면서 작품은 가장조로 마무리된다.


*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선택한 두 번째 작곡가는 바로 리스트다. 평화와 음악과 함께 자연까지 포괄하려 했던 연주자의 뜻을 생각한다면 조금 놀라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에서 마치 자연이 연상되는 듯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녹아있는 목가적인 평화를 맛볼 수 있는 데에 반해, 리스트의 작품 그것도 소나타 나단조에서는 자연도, 평화도 찾아보기는 솔직히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부제로 평화뿐만이 아니라 삶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리스트의 소나타를 선곡한 연주자의 뜻이 조금은 이해될 것이다. 리스트의 소나타 나단조 속에서는 인간의 삶의 여정이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장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소나타라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3악장 형태의 피아노 소나타라고 하긴 힘든 이 작품은, 작품의 구성부터가 독창적이다. 3악장이라 보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4악장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단악장이라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사이에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와 코다가 다 있기 때문에 더욱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다른 작품들처럼 악장 형태로 구분해서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듣고 전반적인 흐름의 차원에서 느껴보는 것이 더 나은 듯하다.


불길한 무언가를 예고하는 듯한 도입부의 저음부는 섬약하게 시작해서 더 효과적이다. 그 후 터져나오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는 인간 내면의 악을 그리는 듯하기도 하고, 폭풍우 같이 휘몰아치는 인생의 풍랑을 그려내는 듯하기도 하다. 무거우면서도 힘 있고 당당한 리듬과 선율이 내내 듣는 이를 압도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안단테 소스테누토는 리스트 소나타의 중심부와도 같다. 앞단에서 쏟아져나왔던 다양한 주제들이 완전히 발전된 이 악장은 마치 독백같기도 하고 읊조리는 기도 같기도 하다. 그 뒤에 다시금 강렬한 멜로디와 함께 꽉 찬 화음들로 작품이 다시금 가득찬다. 그렇게 끝날 것 같은 리스트 소나타는, 그러나 마치 도입부처럼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소리로 끝난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넘나들며 모든 드라마가 압축되어 있는, 경이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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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미정은 현재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의 설립자다. 국민일보와 월 스트리트 저널 코리아 등의 컬럼활동 및 중국 연변대학교 석좌교수 등으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 역시 꾸준히 병행해오며 자신의 음악적 이상이 사회적 활동에서 구현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미정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 도미하여 석사, 박사를 끝내고 미국,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스위스 등에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그는 신시내티 월드 피아노 콩쿨, 중국 내 콩쿨의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자신의 음악적 저변을 확대해왔다.


피아니스트 임미정의 행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있다면, '제주에서 평양까지'라는 타이틀로 평양을 포함한 6개 도시에서 전국순회 독주회를 연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중국 각지,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 클래식 음악에 대한 뿌리가 상대적으로 얕은 국가들에서 두루 연주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2019년부터는 청년 예술가들을 미얀마와 베트남에 파견하는 코이카 프로젝트 봉사단 사업을 이끌고, PLZ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일하는 등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회적인 함의까지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평화와 삶. 특히나 한반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를 다루는 이번 임미정 피아노 독주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3월 26일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임미정 피아노 독주회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조인클래식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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