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김현송

글 입력 2021.02.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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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친구이다. 배려가 몸에 베여있다. 소위 예의 바르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하지만 항상 맞춰주는 모습이 아니라, 필요시 본인의 의견도 당당히 말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기본이어서, 그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밉지가 않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은 흔치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제주도에 있는 호스텔에서 스탭 생활하면서 친해진 친구이다. 파티를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아니지만, 호스텔에 스탭이 많아서 늘 복작복작 즐겁고 행복했다. 이 친구는 친한 스탭 중 한 명이다.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여운 스탭 친구.


전날 이상형에 대해서 같이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었다. 이상형은 공통적으로 멋있는 사람이지만 서로 포인트가 달랐다. 나는 일과 노는 것을 분명히 하는 프로다운 사람, 친구는 다양한 경험이 많은 사람. 미묘한 차이가 너무 흥미로워 오늘도 이어서 대화를 했다.


“전 경험 많은 사람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동경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아직 어리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왔어요. 계속 노력하기도 하구요. 학교를 벗어나 보기도 하고, 울면서 공부해보기도 하고. 지금은 제주도 호스텔에서 같이 1달 스탭을 하고 있구요, 여름에는 강원도에 있는 서핑 샵에서 4달이나 있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경험을 해나갈 거예요.”



현송1_1.jpg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친구는 일기를 쓰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노란색이었다. 예상했지만 정말로 밝았다. 기분 좋은 싱그러움. 노란색을 먼저 깔았다. 머리카락은 올리브색으로 내렸다. 눈썹과 눈은 한쪽만 하고, 볼을 칠했다. 빨간 볼이 포인트였다.

 

패딩조끼가 너무 귀여웠다. 대비되는 색으로 칠했지만, 푸른색과 같이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체크무늬처럼 나와있어서 선으로 그었다. 늘 메고 다니는 목걸이도 블랙으로 그렸다. 그리고 얼굴과 머리카락 곳곳애 다양한 색을 섞었다. 내가 귀여워하는 마음이 담겨서일까, 아니면 실제로도 현송이 특징이 그림에 드러나서일까. 내가 느꼈던 그대로 색깔이 나왔다. 따스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어느 정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모습.


“나는 그림 그리고, 너는 일기를 쓰는 이 상황이 참 좋다. 일기를 매일 쓰는 이유가 뭐야?”


“생생한 감정을 남기고 싶어서 써요. 아휴, 요즘 좀 밀리긴 했는데... 열심히 쓰고 있죠.


언니도 알다시피 제가 여기 오기 전에는 서핑 샵에 있었잖아요. 6월부터 10월까지 4달 있었는데, 처음에는 걱정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있다 보니, 같이 있던 사람들도 너무 좋고, 매일 서핑도 탈 수 있고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11월이 되어서야 서핑샵에서 나왔어요. 그만둘 때 엄청 울었었는데, 그때는 왜 우는지 이유를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일기를 쓰면서 정리가 되는 거예요. -꿈같던 순간이 지금 끝나는데, 언제 또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 올까. 21살의 여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너무 좋아서, 인생에서 너무나 큰 추억이 될 것 같아.- 21살의 내가 이렇게 느꼈어요.


일기를 보면 그때 감정을 생생하게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처음은 두려움이었어도 나중에는 아쉬움으로 바뀌어있더라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물론 지금 제주도에서 생활도 그럴 거예요.”


*


“두 번째 그림은 뭘 그리면 좋을까? 너에게 의미 있는 신체 부위가 있을까? 좋아하는 곳이나 싫어하는 곳.”


“저는 보조개요! 어릴 때는 싫었는데- 볼에 빵구 났다고 놀림을 많이 받아서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들 이쁘다고 해줘서 매력적인 포인트구나 생각해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보조개가 있는 사람들은 신이 만들 때 마음에 들어서 손으로 콕 찍었다고.”


이 친구는 역시 노란색이다. 그리고 여전히 볼은 빨갛다. 귀여운 포인트. 전에도 이렇게 귀여움이 담겨있던 친구가 있었다. 맑으면서 수줍어하는 눈동자 눈빛 그리고 솔직한 모습이 공통점인 것 같기도 하고. 붉은색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배경 노란색은 변하지 않았다. 에매랄드 색깔도 비슷하고. 구분하기 위해 남색으로 선 라인을 조금 그렸다. 얘기를 듣다 보니 보조개가 가끔씩 사라졌다. 그래서 미안해도 조금만 미소를 유지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 색이 다양하게 쓰이는데, 보조개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색깔이 덮여있으면, 반대로 더 밀도를 올려서 강조를 해야지. 색을 더 많이 쓰고, 더 두껍게 많이 쌓았다. 두께로 더 많이 중점을 뒀다.



현송2_1.jpg

 

 

“저는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고 싶어요. 내일 떠난다는 게 믿지 길 않네요. 그래도 서핑 샵에 있었을 때와 지금은 다른 것 같아요. 처음에는 헤어지는 게 너무 슬펐는데, 지금은 성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여기서 완전히 끝이라는 것보다 ‘우리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로 생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래서 괜찮아요.“


‘과거에 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테니, 후회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네 태도가 언제나 안정적이었구나. 나는 이 사실을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생활에 적용하려는 노력까지 엄청 걸렸었는데. 이 사랑스러운 친구는 자연스럽게 베여 있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당당할 수가 있었던 걸까.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단단함이 드러난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느끼고 사람들이 더 편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렘 30, 두려움이 70이에요.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크죠. 새로운 곳에 갈 때는 설렘과 두려움을 같이 느끼는데, 여행을 하면 그 두려움을 깨는 느낌이라 좋아해요. 진짜 무서워하면서도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무섭지만 좋다고 해야 할까요, 여행은. 제가 도전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즐기는 거였네요.”


이 순간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기록으로 남긴다. 음악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해 준다고 했던가, 글은 그만큼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제주도 한 달 같이 살았던 친구. 그리고 나는 한 달을 더 살아 제주도에서 두 달을 살았다. 함께 어울리던 스탭 친구들. 매 달마다 10명씩 북적북적하게. 여행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추억을 깊고 다양하게 쌓기 위해서 다니나 보다.


“저는 의미 찾는 것을 좋아해요. 특별한 날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에 올레 길 걷기 라던지. 특별하지 않아도,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제게 의미만 있으면 돼요.”


“의미 있다는 건 너에게 어떤 의미야?”


“인상 깊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이요. 오래오래 꺼내 볼 수 있는 것. 그래서 별거 아닌, 일상적인 것들을 똑같은 것을 봐도 인상이 깊으면 돼요. 그럼 제게 의미가 있는 것이에요.


그전에는 길거리에서 캐리커쳐를 왜 그리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해가 되네요. 떠나기 전날 오늘 밤도 제게 의미가 있어요. 의미 있는 순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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