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오늘의 내가 하는 단상들

글 입력 2023.11.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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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정식 에디터가 된 게 2023년 3월이다. 지금 11월이 되기까지 이번을 포함하여 세 번의 초대 신청이 왔다. 그리고 나는 한 번을 쉬어, 두 번째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지난 자기소개를 다시 읽어 보았다. "저는 제가 좋아했던 혹은 좋아하는 동요와 동화를 키워드로 하여 저를 소개"한다면서 이것저것 적었었다는 게 어떻게는 웃기기도, 어떻게는 반갑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이렇게 나를 소개하고 싶었구나, 하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최근에 어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한 일이 하나 있다. 포트폴리오 정리 및 자기소개서 구성인데, 입시 준비를 하는 사람이나 졸업을 앞둔 대학생, 취준생이라면 모두 한 번은 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문화초대에 참여하면서 아트인사이트 자기소개도 그렇게 적어 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조금은 다정하고 싶은 사람이기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글을 써 볼까 고민하던 중 고등학교 때 시를 인용해 자서전을 썼던 것이 생각났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자서전을 쓰는 것인데, 글 안에 시를 인용해야 하는 활동이었다.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마음 아래 고군분투했던 수행평가였다. 그때에 대비해 '완벽'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금, 시가 아닌 소설을 인용하며 글을 써 보고자 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자서전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의 나'가 하는 생각이다. 당장 내일도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시간은 얼마든지 되돌아와서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도 결국은 흘러갔다.


- 황정은 /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中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다. 양날의 검 같아서, 양날의 검이라서 어떻게든 찔리지만, 치료 또한 시간이 한다는 게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점이다.

 

종종 빨리 흘러가 버렸으면 하는 시기가 있다. 흘러가길 바라는 게 맞을까?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해야 하나? 시계는 멈춰도 시간은 간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혼자 웃긴 게 있다면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다가도, 시간은 계속 온다는 생각에 한없이 게을러진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의 시간이 계속 온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무섭고, 한편으로는 끔찍한데, 그 공포의 시간도 결국은 흘러가니까......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에밀 아자르 / 자기 앞의 生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눈이 고양이 같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고, 누구는 강아지 같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위에 있는 문장에서 말하는 '아름답다'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눈이 즐거운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도 깊은 곳으로 느껴야 하는 아름다움이다.

 

이 '깊은 곳으로 느껴야 하는 아름다움'은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결정된다. 어찌 보면 그 사람 자체보다는 그 사람을 보는 '나'의 해석에 가까운 듯하다. 나는 세상이 최대한 아름답기를 바라며, 최대한 아름답게 보고 싶은 사람이다.

 

지금의 내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비밀인지라 말을 하지는 않을 건데, 그걸 깨닫게 해 준 것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아마 이 책을 읽어 보면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이 밉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린다. 그러면 어느새 미운 것에 상처 받거나 아름다운 것만 보려고 하기보다는 아름답게 보고, 아름다운 것을 더 보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있게 된다.

 

 

물론 아홉 살이 끝났다고 해서, 내 인생마저 끝난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죽는 순간까지 단절이 없다. 그냥 쭈욱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낭만도 있고, 고통도 있고, 욕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사랑도 있고, 증오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한 측면만을 과장해, 그것이 인생의 전부이리라 착각할 필요는 없다. 기쁨 때문에, 슬픔 때문에, 낭만 때문에, 고통 때문에, 욕망 때문에, 좌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증오 때문에....... 또는 과거 때문에, 현재 때문에, 미래 때문에....... 혼자만의 울타리를 쌓으려 드는 것은 더더욱 어리석은 짓이다. 못된 거인이 정원에 울타리를 쌓자 봄이 오지 않았다던가!

 

나 또한 아홉 살에 울타리를 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내 인생은 아홉 살에서 끝난 게 아니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또다시 인생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열 살이 되었다.

 

- 위기철 / 아홉 살 인생 中

 

 

인생은 연속적이다. 그것은 저 혼자만의 능력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듯, 인생 말고는 계속되는 것이 없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다른 형태의 것이 계속 생겨나기는 해도 결국 하나의 감정은 늘 소모되다 사라진다.

 

이는 좋기도 하고, 좋지 않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며 늘 똑같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계속 변화하고, 나를 확장시키려 한다.

 

때때로 정말이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자동으로 "이번 생은 망했아요"를 장난 섞어 뱉게 되는 일 말이다. 그토록 전부인 것 같아도, 결국은 무너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든 것은 결국 힘을 다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많이 배워 왔지 않은가. 그저 묵묵히 살아 열 살을, 스물을, 서른을, 마흔을, 그후의 모든 시간에 또 당도하면 된다. 그럴 수 있다.

 

오늘의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스스로를 관찰한다.

 

사실 자기소개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하는지, 남이 바라보는 나를 물어보고 그에 대해 소개해야 하는 건지. 진짜 나는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텐데, 그걸 남에게 말하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어려운 자기소개.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자기소개. 한 사람을 놓고도 다르게 쓰이는 자기소개.

 

무거운 생각은 여기서 마치고, 또 다른 오늘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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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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