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안단테 칸타빌레: 아벨 콰르텟 제4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21.01.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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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final_아벨콰르텟_제4회정기연주회.jpg

 

벌써 코로나로 온 세계가 떠들썩해진 지도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백신이 나왔다는 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그 어느곳도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 바이러스와의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어 오면서 모두가 마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생계가 어려워져서, 활동이 제한되어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코로나 블루가 모두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실정이다. 나 역시 음악회를 다녀올 수도 없는 시간들이 다시금 반복되자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점점 쌓여가는 것 같았다.


신년 음악회조차 실제로 다녀올 수 없고 그저 유튜브로만 만족해야 했던 이 와중에, 2월에 단비처럼 기다리게 되는 공연을 발견했다. 바로 아벨 콰르텟의 제4회 정기연주회다. 모든 실내악 연주는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현악사중주는 현장에서 들을 때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특히나 실내악에서도 현악사중주는 중요한 악곡 양식으로 인정받기 때문인지, 보석같은 작품들이 많다. 이번에 아벨 콰르텟이 연주하는 작품들은 각각 슈베르트, 멘델스존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으로 오랜 시간동안 실내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낭만 시기의 작품들을 선곡하였다.


그렇기에 현악사중주로 선보일 수 있는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아벨 콰르텟의 이번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아벨 콰르텟은 지난 1회 정기연주회에서는 모차르트, 슈만, 리게티로 고전부터 현대의 작품을 아울렀고, 2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아벨 콰르텟을 콩쿠르 우승으로 이끌었던 하이든의 작품으로 선곡했으며, 약 2년 전인 3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연주자들의 버킷리스트였던 베토벤, 드뷔시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처럼 아벨 콰르텟이 얼마나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는지를 생각하면, 낭만주의 작품만을 선별한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그들의 음악성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P R O G R A M


슈베르트 / 현악사중주 제12번 다단조, 작품703 ‘콰르텟자츠’

F.Schubert / String Quartet No.12 in c minor, D.703 "Quartettsatz"


멘델스존 / 현악사중주 제6번 바단조, 작품80

F.Mendelssohn / String Quartet No.6 in F minor, Op. 80


Intermission


차이코프스키 / 현악사중주 제1번 다장조, 작품11

P.I.Tchaikovsky / String Quartet No 1 in D Major, Op.11

 




이번 공연의 첫 곡은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2번 다단조, 콰르텟자츠(Quartettsatz)다. 단악장인 이 작품은 알레그로 아사이로 매우 빠르게, 6/8박자로 진행되며 소나타 형식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이 단악장인 이유는 미완성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사중주곡의 1악장으로 작곡된 것이었고, 다음 악장들이 작곡되어야 했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명확한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로 콰르텟자츠는 슈베르트 사후에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9분 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연주되지만, 짧으면서도 매우 강렬하다.


슈베르트의 콰르텟자츠에서는 강렬한 트레몰로의 1주제와 서정적인 2주제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견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듯한 다이나믹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극한의 대비는 베토벤의 모방이 아니라, 이 작품 이후에 작곡된 미완성 교향곡의 맛보기처럼 느껴진다. 비단 미완성 교향곡뿐만이 아니라 슈베르트의 후기 현악사중주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만큼 보다 성숙해진 슈베르트의 내면과 깊은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1부의 두 번째 곡은 멘델스존의 현악사중주 6번 바단조, 작품번호 80이다. 이 작품을 두고 멘델스존은 파니를 위한 레퀴엠(Requiem for Fanny)라는 부제를 붙였다. 누이 파니 멘델스존의 죽음을 겪고 그가 누이를 기리기 위해 쓴 작품이다. 심지어 이 작품은 멘델스존이 생을 마감하기 2개월 전에 완성된 곡이기에 사실상 그의 유작이나 다름 없기도 하다. 말 그대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작열하는 멘델스존의 모든 것을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아사이는 도입부에서부터 강렬한 트레몰로로 시작한다. 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멘델스존의 강렬한 격분과 절망감이 묻어난다. 응축된 슬픔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 동요가 모든 악기를 통해 폭발적으로 발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입에서부터 1악장 전반을 관통하는 긴장감은 서서히 듣는 이를 압도해간다. 대위법적인 요소가 나올 때는 이게 멘델스존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악장 역시 전형적인 멘델스존의 느낌과는 다르다. 스케르초에서 멘델스존이 보여주곤 했던 영롱하고 번뜩이는 분위기가 아니라, 거친 선율과 싱커페이션으로 그의 갈 곳 없는 분노가 음악으로 형상화된 듯하다.


3악장 아다지오에 이르러서야, 멘델스존은 조금이나마 자신의 격렬한 그 일련의 감정을 슬픔이라 말할 수 있게 된 듯하다. 누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상실감 그리고 누이에 대한 그리움이 1악장과 2악장에 비해 아주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서글픈 것은, 아다지오에서조차 그가 완전한 위로를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4악장 알레그로 몰토에서 이처럼 결연한 분노가 피어오를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날레는 슬픔을 머금은 여린 선율을 넘나들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차마 억누를 수 없는 멘델스존의 격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마지막은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 다장조, 작품번호 11이 장식한다. 이 작품은 정확히 작품명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익숙하게 와 닿는 선율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번 공연의 부제이기도 한,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을 선곡한 만큼, 부제가 안단테 칸타빌레인 것은 선곡을 암시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벨 콰르텟은 2020년 시즌부터 비올리스트 문서현이 합류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만큼, 향후 아벨 콰르텟의 행보를 이와 같이 노래하듯이 천천히, 내실있게 다져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1부를 온전히 단조 작품들로 채운 만큼, 2부를 아름다운 장조로 환기시켜 객석에 위로와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프로그램 구성 또한 완벽하다.


1악장은 우아한 화음으로 시작한다. 제1바이올린이 보여주는 특이한 당김음과 다른 악기들의 어우러지는 화음에 이어 2주제에서는 1바이올린이 노래하고, 나머지 악기들이 이를 장식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2악장은 바로 그 안단테 칸타빌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눈물 흘리게 만든 이 아름다운 악장의 1주제는 러시아 민요에서 따온 것이다. 애절한 선율은 말 그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이어지는 2주제는 첼로의 역할이 크다. 첼로의 반음계 피치카토와 함께 1바이올린의 서글픈 노래가 이어진다. 읊조리는 듯한 바이올린의 선율로 끝맺어지기까지, 차이코프스키는 수많은 음표들로 듣는 이의 영혼까지 어루만진다.


스케르초인 3악장은 짤막하다. 그러나 빠르고 활발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악장으로 안단테 칸타빌레의 그 분위기를 확실히 환기시킨다. 이어지는 4악장에서는 슬라브 무곡 같은 주제를 바이올린이 연주하기 시작하고, 비올라가 이를 카논으로 따라간다. 이어 나오는 2주제는 다시금 싱커페이션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점차 각 악기가 모두 절정을 향해 달려가며 기교를 풀어낸다. 알레그로 비바체로 분위기가 고조된 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은 격렬한 가운데 대미를 장식한다.

 

 

Abel Quartet_03-1136_ⓒJino Park.jpg

ⓒJino Park

 

 

아벨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현, 비올리스트 문서현 그리고 첼리스트 조형준으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이다. 2019년까지는 비올리스트 김세준이 창단 멤버로 함께 하고 있었으나, 2020년 1월부터 독일 NDR라디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비올리스트로서 활동하게 되어 비올리스트 문서현이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다. 2014년 결성되어 2020년까지 아벨 콰르텟은 독일 아우구스트 에버딩 국제 콩쿠르 준우승,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준우승 및 청중상 수상, 제네바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현악사중주 부문 3위 수상 등 세계적인 콩쿠르들을 휩쓸며 한국 현악사중주단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다.


히브리어로 '생명력'을 뜻하는 아벨을 이름으로 딴 아벨 콰르텟은 뮌헨 국립음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과 하리올프 슐리히티히 사사로 실내악 석사과정을 수학했으며,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에서 하겐 콰르텟의 라이너 슈미트를 사사하였다. 또한 현재 비엔나 국립음대에서 요하네스 마이슬을 사사하며 전문연주자과정을 수료 중에 있다. 동시에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 페스티벌, PLZ 페스티벌 등 국내의 저명한 음악제들로부터 초청을 받으며 유럽을 거점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어느덧 8년차 실내악단으로서 향후에 추구해나갈 음악과 그 방향성에 대해 고찰이 많았을 아벨 콰르텟. 비올리스트 문서현의 합류 이후 처음으로 갖는 정기연주회인만큼, 이번 정기연주회는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아벨 콰르텟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을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노래하듯이, 코로나로 인해 지친 객석을 위로하고 그들의 따뜻한 음악성으로 사로잡을 아벨 콰르텟의 이번 정기연주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2월 20일 (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아벨 콰르텟 제4회 정기연주회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약 9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목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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