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울'이 들려주는 삶의 이유 [영화]

글 입력 2021.01.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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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잎새가 떨어지는 걸

눈여겨본 적은 언제였죠

 

쉼표 (From '소울') - 이적 & 윤석철

 

 

영화 <소울>을 처음 안 건 한 SNS 게시물에 적힌 새로운 디즈니와 픽사의 합작을 <인사이드 아웃> 감독과 <코코> 제작진이 작업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영화 모두 아이들의 것으로만 여겨지던 애니메이션이 이미 커버린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알게 한 작품이었기에, 영화를 소개하는 주요 키워드만으로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제목 '소울'은 기존 영혼이라는 뜻과 재즈에서 쓰이는 '블루스 정신'이라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태어나기 전 세상'. 영화에 핵심적인 두 소재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 영화는, 개봉 이전에 이미 제73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는 영예를 누렸으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분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 바 있다.

 

기다려왔던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낀 <소울>의 놀라운 매력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영상의 퀄리티'이다. 디즈니에서 공개한 영상 중 주인공 '조'와 학교 아이들의 악기 연주를 유심히 본 사람이면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그저 '움직임'이 아닌 진짜 '연주'와 같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트럼본은 연주 방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알기 어려웠지만,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를 집중해서 보면 그의 연주에서 들리는 건반을 영상 속에서 정확히 누르고 있으며,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는 손가락이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실사영화 <라라랜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역)이 생각날 정도이니.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다. 자신의 연주에 완전히 몰입한 '조'의 표정 묘사 또한 무척 뛰어나다. '조'뿐만 아니라 초반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조'의 어머니 가게에 온 손님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난생 처음으로 '피자'라는 음식을 맛보았을 때 지을 수 있는 평범한 듯 황홀한 표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음은 내가 가장 기대했다고 할 수 있는 '음악'적인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조'가 연주를 하지 않을 때도 재즈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연결되어 흘러나온다. 은은히 흐르는 재즈 드럼, 피아노, 베이스 연주는 상황의 긴박함과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조'가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재즈곡들은 정말 라이브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연주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옮겨온 듯하다.

 

재밌는 점은 '조'가 '지구'에서 활동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과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흐르는 음악 장르가 다르다는 것이다. 악기들이 연주하는 소리가 하나씩 들리던 '지구'의 재즈 음악과는 달리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는 어쿠스틱 악기가 아닌 컴퓨터 음악 소리 같은 일레트로닉 뉴에이지 성향의 곡들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이적_앨범커버_디자인-소울.jpg

 

 

영화 <소울>의 음악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아티스트 이적이 직접 영화를 본 후 영감을 받아 작사, 작곡해서 화제를 모은 '쉼표'라는 곡이다. 사실 이 영화를 더 빨리 보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상영하는 <소울>에서만 들을 수 있는 OST 때문이다. 영화 개봉일인 20일보다 먼저 12일에 공개된 '쉼표'는 이적만이 가진 따뜻한 감성과 그의 보컬 그리고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피아노로 참여한 곡이다.

 

기존 <소울> OST 타이틀 곡인 'It's All Right'는 리듬감이 있고 피아노 연주가 빛나는 흥겨운 곡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상영하는 <소울> 엔딩 크레딧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잔잔한 곡이 나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징이었던 원곡을 각 나라 언어로 번안해서 부르던 것과는 달리 직접 아티스트가 만들고 부른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더 마음이 뭉클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현재 <소울>이 박스 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소울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스토리'다. 내가 영화를 너무나 기대했고 오직 예고편에서 소개한 내용만 안 채 영화를 만족스럽게 봤기 때문에,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뒷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싶지 않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마음에 깊이 와닿을 만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았다는 것이다.

 

예고편을 보았다면 알 수 있듯 '조'에게는 명확한 꿈이 있다. 음악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언젠가 무대에서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싶은 꿈이다. 그것만이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던 '조'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을 겪게 된다. 살면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게 된 것이다.

 

 

common.jpg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조'는 자신이 꿈꾸던 목표와는 다른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을 그리는 장면에서 '정말 <인사이드 아웃>을 제작한 감독이 맞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저 흘러가는 삶의 일부로 사소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붙잡아 세워두고, 어쩌면 그 사소한 삶의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가게' 하는 불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독보적으로 많은 장면에서 등장하는 '조'이지만 또 다른 주요 캐릭터 '22'를 빼놓고는 <소울>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영화는 '조'의 생각이 변화해가는 장면이 주가 되어 흐르지만 '22'의 변화 또한 놓쳐선 안 된다. 수천 년 동안 '태어나기 전 세상'에 머물며 한순간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던 '22'에게 어떤 변화가 '왜' 생겼는지를 그의 대사를 되짚으며 알아가다 보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꿈을 좇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어른이들에게 더 따뜻한 위로를 주는 영화 <소울>. 나에게 큰 여운과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웃을 일이 적었던 요즘, <소울>을 보면서 마음 깊이 따뜻한 온기를 채우고, 바쁘게만 살아왔던 우리의 삶에 쉼표를 그려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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