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코리안 판타지 - 라메르에릴, 한-러수교 30주년 기념 음악회 [공연]

라메르에릴이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글 입력 2020.10.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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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르에릴이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광복절 특별음악회에 이어, 나로서는 두 번째 관람이다. 지난 공연을 상기하며, 그리고 그 공연에 대한 리뷰를 톺아본 다음에 신청 버튼을 지그시 누른다. 그 공연은 워낙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기꺼움은 물론이었다. (지난 리뷰는, ‘바다와 음악과 섬과 시 - 라메르에릴 제15회 정기연주회’ 참조)


공연 전반에 대한 소개에 앞서, 이 단체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겠다. La Mer et L`Île, 바다와 섬이라는 뜻의 불어로 된 이 단체는 ‘우리 바다와 섬’에 대한 예술활동을 영위하고, 그를 세계에 널리 알려온 단체이다. ‘우리 바다와 섬’, 개중 동해와 독도를 소재로 음악, 미술, 문학을 막론한 활동을 전개해왔단다. 라메르에릴 공연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여기에 가로놓인 듯하다. 하나의 실내악 공연에서 음악을 주축으로 미술과 문학을 흠향할 수 있다는 점에 말이다.

 

K-클래식, 여러분은 이 단어를 자주 접하셨는지 모르겠다. 처음 접했을 제 나로서는 조금 생소한 단어였던 것이, K자 접두어가 들어가는 중 익숙한 것이라고는 역시 ‘팝’을 필두로 한 대중문화 매체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K-클래식, 과연 그것이 그 얼마나 타당한 워딩일는지 걱정이 앞선 와중에 지난 라메르에릴 공연을 접했다. 그리고 거기서, ‘아 이런 것을 두고 K-클래식이라 일컫고, 그때 이 낱말이란 참으로 타당한 것이구나’ 하였다.

 

클래식이라 하면 종종 즐겨 듣곤 하는데, 그때마다 만나는 것이라곤 영문으로 된 전 세기 사람들의 이름자가 전부이다. 아무리 몰라도 이름자나마는 들어보았을,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슈만 등등. 서양에서 유래해 서양에서 융성한 음악인 만큼, 여기 K 자가 붙는 것이란 접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노릇이다.

 

개인적으론 이 서양악을 구성하는 주축은 관악과 현악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대표적인 건반악기인 피아노도 거기 종종 있지만 말이다. K-클래식이라 명명된 이 공연에는 서양의 관현악기에 동양의 관현악기가 어우러 들어와 있다. 이 대범한 낱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역시 서양 관현악기 만으론 안 될 일이다. 주법을 바꾸어본들, 그 악기의 본질이 겨누고 있는 것이 ‘우리의 것’일 수는 없는 따름에. 어찌 보면 우리 정서에서 우러나와, 다시 우리 정서를 구축하고 견지해온 우리 악기가 아니고서는 우리를 온전히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요, 또한 우리가 그에 완전히 합일될 수도 없을 노릇이다. 마치, ‘아, 그 익숙한 나와 내 고장의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는 없는 것이다, 서양악 선율 위로는.



자르기][크기변환]라메르에릴 독도 환타지.JPG

 

 

K-클래식의 묘미는 이 완전히 다른 특색과 개성을 가진 동-서의 악기가 대결하고 견주며 고조해나가다가, 하나로 화합해 들어가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서양악과 같은 무대에 오르면, 비로소 비교됨으로써 알 수 있는 동양악의 멋이란 그 놀라운 개성에 있었다. 아무래도 한없이 부드럽고 나긋한 바이올린과 플루트 선율 위에 ‘대금과 해금’ 소리가 얹히면, 단연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잔잔하고 포근한 바이올린 선율이 무리를 이뤄 하모니를 구성해 낸 위로 대금은 독주를 보이니, 그것은 일견 어울리지 못할 먼 두 성질의 소리가 서로 제 목소리를 뽐내며 대결하듯 느껴진다.

 

아무래도 ‘할아버지 무릎에서 전해 듣던 옛 전설’ 같은 선율, 그래 정말이지 내 먼 옛날의 고향 내음 같은 선율이 멋들어지게 무대를 압도하고 있는 중에도, 그 나긋한 서양 현악군의 소리가 그 배면에 물큰한 안개처럼 깔린다. 대금의 어딘가 쓸쓸한 소리를, 이 포근하고 따순 선율이 채워 들어온다. 그러면서 악장은 고조되어 가다간, 마침내 어울리지 못할 듯만 싶던 두 악기가 최선으로 소리를 높일 때 하나로 어우러지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이지 K-클래식, 아직까지는 라메르에릴을 통해서나 접해본 K-클래식만의 매력이다. 상상이 가시는가. 대금의 옹고집 같은 소리가, 백조같이 우아한 바이올린 선율과 견주다간 이내 합해 들어간다는 사실이.



2-월전미술관(20.5.23).JPG

 

 

나로서는 이 공연을 통해 K-클래식, 코리안 판타지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깊다. 어디 다른 곳에서 접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자, 이제 여기에 테마 하나가 엮여 들어온다. 바다와 섬, 동해와 독도가 말이다. 동서양의 파장이 밀고 당기고, 견주다가 섞이는 통에 그 멀찌감치 뒤편에는 그림 하나가 전시되나니 그 익숙한 섬, 독도의 그림이 그것이다. 라메르에릴의 공연은 선율 자체에도 그 재미가 쏠쏠하지만, 이 테마를 가지고서 그를 해석해나가는 재미도 퍽 좋은 것. 그림이 이제 무대를 감싸고, 그것은 하나의 지표가 되어 나를 염두케 하나니, 방향성을 가지고서 음악을 듣고 즐기며 해석해보는 이 일. 이 공연에 앉아있으면 꽤 머리가 바빠 금방 끝나버린다.

 

이번 한-러수교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는, 또한 러시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다.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시작하여 ‘임준희’ 님과 ‘이영조’ 님의 코리안 판타지를 지나, 차이콥스키로 맺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얼마나 변화무쌍한 구성일까 궁금하다. 공연이 마련한 놀라운 베리에이션의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아마 밤은 이미 늦어 있고 나는 즐거운 골머리를 앓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이 통통 튀는 선율의 추억들을 되짚으며 말이다.

 

 



 

Program



A. Arensky (1861-1906)

Variations on a Theme by Tchaikovsky, Op. 35a

 

S. Rachmaninoff (1873-1943)

Ne poy, krasavitsa, pri mne

 

임준희 (1959~ )

소프라노, 대금, 해금과

현악3중주를 위한 독도환타지

(Dokdo Fantasie for Soprano, Daegeum,

Haegeum and String Trio)

 

Intermission

 

이영조 (1943~ )

소프라노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환희

(Jubilate for Soprano and String Ensemble)

 

P. I. Tchaikovsky (1840-1893)

Souvenir de Florence, Op. 70

(String Orchestra Version)


 




한-러수교 30주년 기념 음악회

- 라메르에릴과 한러대화 -



일자 : 2020.11.12


시간

오후 8시


장소 : 롯데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사)라메르에릴, 한러대화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90분

(인터미션 : 15분)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태그.jpg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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