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스포 주의) - 어바웃 타임, 먼 훗날 우리 [영화]

이 영화에 장르를 다시 붙인다면
글 입력 2020.10.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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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 중에서 잘 봤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딱 두 개 있다. 내 기준 잘 본 영화는 심장 쫄리는 일 없이 스무스하게 풀어나가야 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어야 하고, 영화를 보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져야 하는, 몇 개 더 있지만 일단 이 정도. 그 두 작품은 바로 <어바웃 타임>과 <먼 훗날 우리>. 그런데 이 영화를 검색하면 멜로라고 장르를 분류하는 걸 볼 수 있다.  흠, 로맨스라. 로맨스는 아닌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한데.


 

 

먼저, <어바웃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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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만들어 줄 순 있으리..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어설픈 대시, 어색한 웃음은 리와인드!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네이버에 실려있는 소개글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여러 번 돌리며 고군분투 하는 영화… 라고 생각할 만하다. 장르는 멜로/로맨스(네이버 기준), 멜로/판타지(구글 기준)이라고 나와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와 대체 이걸 왜 로맨스 영화라고 하지?

 

 

 

<어바웃타임>은 드라마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자주인공을 만나고, 사랑을 쌓아가는 데에 집중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담은 것에 가깝다. 사랑하는 이를 만난 주인공은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고,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접하게 되고, 가족을 잃고, 자신의 가족을 꾸리니까. 그의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부분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이 이야기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가족을 만들며 성장하는 것에 가깝다. 로맨스에 한정시키기엔 아쉽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어떤 자세로 보내게 되는지, 그의 인생관을 지켜보게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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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이 깨달은 것이라며 비밀을 알려준다.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하루를 살 것,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그 하루를 다시 살아볼 것.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것. 그 덕분에 주인공은 바쁜 일상 때문에 스쳐지나기만 했던 식당 직원의 얼굴을 마주하며 미소짓게 되고, 짜증스러웠던 옆 사람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처음엔 뭐 이런 찌질이가 다 있어 싶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훈남으로 보인다는 우리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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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간 여행에서 마지막 교훈을 얻었다. 아빠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 뿐이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말했더니 내 친구는 '어바웃 타임은 가끔 삶이 힘들 때 찾아보는 영화'라고 말해줬다. 어바웃 타임의 장르를 다시 정해보자면, 드라마라고 하자. 삶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으니 로맨스보단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삶이라는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될 테니.

 

 

 

다음은, <먼 훗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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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드라마, 구글에 검색하면 로맨스/드라마 라고 나오는 영화고,  2018년에 개봉했다. 중국영화다. 네이버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2007년 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 베이징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먼 훗날 우리>는 청춘영화다.


 

베이징에서 살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는 지극히 젊은이다운 목표 하나로 도시생활을 하는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베이징에서 집을 살 능력이 있는 남자들을 만나며 쉴 틈 없이 일하는 여자 주인공 샤오샤오, 게임 개발자를 꿈꾸지만 같이 꿈을 꾸던 친구들이 하나둘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보게 되는 젠칭. 친구로 지내던 둘은 연인이 되어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다.

 

그러나 인생은 녹록하지 않지. 성취 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자괴감만 느끼는 시기가 닥친다. 고향에 내려가 친구들 앞에서 성공한 척 허세를 부리던 젠칭과 아버지와의 대화를 보면.

 

- 돈 없는 게 어때서 왜 허세를 부려?

- 허세라도 안 부리면 무시당할 게 뻔한데.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샤오샤오는 “네가 성공하든 말든 상관없어.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걸 생각해 보라고!” 소리를 치고, 둘은 말다툼을 벌인다.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전화 상담원으로 고객의 막말에 다투고 마는 젠칭. 부동산 중개일을 하다가 성추행을 당할 뻔한 샤오샤오. 설상가상으로 같이 살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된 신세. 상황은 점점 나빠지며 두 사람 사이엔 대화가 없어지고, 결국 샤오샤오는 젠칭을 떠난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것도 담으면서 과거시점과 현재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게 특징인데, 10년 전과 후의 대비가 상당하다. 둘이 함께 했던 그 시절은 완연한 성인이 된 지금보다 훨씬 치기 어린 젊은 날로 보인다. 그만큼 처절해보이기도 하고.

 

이 둘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남일 같지 않다'는 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자마자 바로 친구 몇몇에게 카톡을 돌렸던 게 생각이 난다. 바락바락 성공하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 이건 청춘영화야. 꼭 봐.

 

그렇다. 나는 이 영화를 청춘영화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이상은 아주 크지만, 현실은 몰라주고, 가진 건 꿈이 전부인 그 시절.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시절. * 그럼에도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버틸 수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그 관계까지 끝이 나고야 마는. 나를 알아주지 않아 야속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꿈은 꾸고 살아가보자는 그 의지.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아득바득 20대를 보내는 내 이야기 같아서. 내 청춘 같아서. *뜨거운 감자의 ‘청춘’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

 

재회한 이 둘이 나누는 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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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이별 끝에 어떻게 다시 만나긴 했지만, 함께 했던 시간은 이미 옛날 옛적. 달라진 모습과 달라진 상황. 미련과 아쉬움만으로 점칠된 관계지만, 둘의 관계는 이미 과거에 묻어둔 것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초라한 시기. 그리고 그 때 내 곁을 채운 소중한 사람. 그 사람을 생각하면 고마움, 미련, 아쉬움, 후회 등 복잡한 감정이 들고 여전히 사랑하긴 하지만, 결코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는 없어 과거에 묻어버리기로 하는. 이런 마침표를 찍었기에 내가 청춘을 떠올린 것 같기도 하다. 흔히들 청춘이라고 하면 지나가버린 자신의 젊은 날을 생각하니까. 둘은 이미 서로에게 지나가버린 청춘이라서.

 

종종 위로받는 노래가 하나 있다. 나만 이렇게 내 청춘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의심이 들 때 찾는 노래. 그 후렴구 가사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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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오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청춘,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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