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움은 자란다; 안티-에이징에서 프로-에이징으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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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대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아름다움'에 관해 화두를 던졌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동일시되는 이 사회에서 젊음의 시간대를 벗어난 여성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 걸까?라는 물음에서 캠페인은 출발한다. 바이올린 거장 정경화, 배우 이정은, 모델 송경아, 가수 황소윤,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보유한 4명의 여성들의 영상을 통해 ‘아름다움은 자란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나이와 시간에 상관없이 자신 있게 누릴 수 있고, '아름다움이 한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깊어진다'라는 브랜드 철학을 다채롭게 전달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한다.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저 젊다고 아름답고, 또한 젊다고 아름다움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제일기획 광고기획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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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못 이기지'

 

"왜? 나이를 왜 이겨요?

나이와 함께 내가 깊어지는 거지

나는요, 나만의 아름다운 소리가 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나이는 못 이긴다.' 꽤 일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는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해 이 사회가 어떤 시선을 가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때까지의 모든 화장품 브랜드들의 초점은 '안티-에이징', 즉 나이를 이기는 방향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이에 정경화는 "나이를 왜 이겨요?"라고 반문하며 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이로써 스스로 단절해야 했던 도전 의지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삶을 들여다봤을 때 그녀는 사회가 규정한 생애 주기에 타협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레전드라는 타이틀을 넘어 여전히 현역으로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경화, 그녀의 아름다움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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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얼굴, 저런 몸매로?'

 

"이만한 외모 금방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지금의 제 눈빛, 표정, 시간이 만들어낸 이 얼굴이 전 좋아요.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

 

시간을 통해 변화를 겪는 건 육체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도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여 언젠가 정신적인 성숙을 획득해낸다. 이정은 역시 그러한 배우다. 세월의 흔적은 주름이 아닌 깊은 연기로 발현되었고 차곡차곡 쌓인 경험과 감정은 지금의 그녀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외면과 내면의 성장은 함께 이루어지며 그 긴 여정 속에 가치가 있기에 이정은이라는 사람의 '아름다움'은 세월 앞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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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이 수명이 짧잖아'

 

 "글쎄요? 20년 넘게 전 현역 있데요? 아이도 있고요.

물론 어린 모델들이 표현할 수 있는 풋풋함도 있지만

저처럼 베테랑 모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 바닥 수명은 제가 정해요"

 

모델 스스로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업종의 한계이다. 실제로 많은 젊은 모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를 대비해 다른 직업을 염두에 둔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델 바닥의 현실에 송경아는 대응한다. "글쎄요? 20년 넘게 전 현역 있데요? 아이도 있구요." 출산이 몸매의 변화를 일으켜 모델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들 하지만 송경아는 아이를 가진 경험이 자신의 감정의 진폭을 확장시켜주었고 결과적으로 그 나이대가 표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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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도 다 한때다'

 

"음... 좋은 거에 때가 있을 수 있나?

저는 음악의 끝을 정해놓고 싶지 않아요.

10년 뒤에도 제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하고 있지 않을까요?"


'나이 듦'은 나이가 이미 들었다고 인식되는 사람들만의 불안요소가 아니다.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한켠의 부담감을 안겨준다. 좋음을 좋음으로 향유할 수 있는 시기도 '한때'이기에 나이가 들면 그것을 현실 앞에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현재의 즐거움을 한정된 자원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다. 이에 24살이 된 가수 황소윤은 "좋은 거에 때가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좋음'과 '아름다움'에 수명을 부여하는 방식에 저항한다.

 

또한 "10년 뒤에도 제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언젠가 맞이하게 될 나이 듦에 대해 앞서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표한다. 이로써 그녀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아름다움은 점차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성장할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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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한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깊어진다’


 

현대사회는 젊음의 기호와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소비전략을 이용하여 늙음을 자연적 현상이 아닌 치유의 대상으로 가정하곤 한다. 특히 4.50대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들은 더욱더 젊음의 가치에만 초점을 맞춰 제품을 홍보했고 나이가 든 현실적 모습을 끊임없이 부정하도록 만드는 광고를 생산해냈다. 나이를 감추고 젊음의 이미지를 찬양하는 것이 '화장품'이라는 분야 특성상 필요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것은 '아름다움=젊음'이라는 고정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전히 많은 코스메틱 브랜드들이 늙음을 마치 질병인 양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 '안티에이징(Anti-aging)'을 외치는 동안, '설화수'는 프로 에이징(Pro-aging)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름다운 성장인 에이징(aging)에 가담하는 라이프 파트너로서 모든 연령대 여성들의 삶에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야심찬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의 여성 모델들은 나이와 세월의 흔적을 감춤으로써 아름다움을 획득하지 않는다. 기존 통상적인 화장품 광고처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 '동안'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제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본 캠페인의 목표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을 접한 후, '리즈시절'은 한정되어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나이 듦에 허무함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모두 편협한 시각에서 탄생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화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재구조화하기 위해 다소 파격적인 방식의 광고 영상을 제작하였고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두는데 분명 성공했다고 본다. 이로써 "엄마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치열하게 아름다움을 성장시키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로서 첫걸음을 떼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이들 4인의 이야기, 그리고 설화수의 관점에 공감하고, 응원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아름다움에 대한 그 정의가 제한 없이 더 넓어지고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제일기획 매거진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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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젊음과 늙음을 다룬 한 작품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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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ine Baumgartner, Nothing Else, 2014 2 channel video, color, sound, 16:9, 12 min

 

 

2019년도에 열린 코리아나 화장품 주관으로 열린 코리아나미술관 기획전《아무튼, 젊음》에 전시된 영상설치작품이다. 셀린 바움가르트너의 <아무것도>(Nothing Else)는 50~70대 노령의 무용가들이 연륜에서 나온 여유로운 몸짓을 벽면에 풀어놓는다.

 

보통 무용가들은 20~30대가 지나면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지 못해 은퇴하기 마련인데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젊지 않은’ 춤꾼들의 유연한 신체 동작을 통해 젊음과 늙음의 의미, 경계를 사유하게 한다. 젊지 않음과 공존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출처: 한겨례 신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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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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