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국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체질인 거네요 [TV/드라마]

글 입력 2020.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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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공식 홈페이지

 

 

나는 뒷북이 심한 편이다. 한창 사람들이 드라마나 방송을 본방사수할 때는 보지 않다가, 뒤늦게 이를 접하고 빠져드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도, 이미 2019년 9월에 종영된 JTBC의 16부작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정주행하였다. <멜로가 체질>은 30살인 세 여성(진주 역 천우희, 은정 역 전여빈, 한주 역 한지은)의 사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은정을 위해 임시 동거를 시작하였고, 은정의 남동생 효봉을 포함한 네 명은 매일 밤 수다를 떠든다.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표현이 너무 잘 와닿을 정도로, 주인공인 진주는 겉과 속 모두 수다스러운 인물이기 때문에 독백을 즐기고, 만나는 사람들과도 실없는 대화를 자주 나눈다. 하지만 진주가 드라마 작가여서 그런지, 30살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말 말 말들이 주옥 같을 때가 있다. 그런 인물의 독백과 대사에 반해, 나는 1화부터 16화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최근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멜로가 체질>을 떠올렸다. 모든 게 처음이고, 아직 사회 초년생도 아닌 슈퍼 초보자 대학생들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괜찮아 보이지만, 속으로 걱정의 우물을 각자 파던 우리들은 불안감을 털어놓고, 서로에게 위로를 해 주었다.

 

대화의 막바지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가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더 나이가 들면 덜 불안해질까?" 하지만 나와 친구는 이 드라마를 떠올리며, "우리가 십 대 때 성인이 되면 이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되지 않았듯이, 삼십 대 때도 진주, 은정, 한주처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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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인생은 길고도 험난하다.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은 이대로 끝나기를 바라기엔 아쉬운, 쉽사리 미워할 수 없는 복합적인 대상이다. 처음 드라마를 보았을 때 위 사진의 대사가 와닿았다. 어차피 이상한 세상이기에, 내가 노력한 대로 안 될 때가 많기에, 한 번쯤 낮은 확률의 요행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 진주가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반응이다.

 

그렇게 그녀는 하늘에서 명품백이 떨어지길 바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터무니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는 해도 해도 안되니, N개를 포기해버리는 우리 세대와 너무 닮아 있다. 다들 한 번쯤은 그 생각 하지 않나. 아... 그냥 로또에 당첨돼서 노동하지 않고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대입하여 세 여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거 알아? 어릴 땐 몰라서 헤맸는데 지금은 모르는 척하다가 헤매.

 

- 인종


 

서른,

어리다는 핑계를 댔다간 다 큰 어른이라는 것이 질책이 되어 돌아오고,

어른이라고 으름장 놓았다간 코웃음에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인 이상한 나이.

그 나이를 살짝 지나온 지금,

우린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앞두고 있었다.

 

- 진주

 

 

진주가 메인 인물이지만, 주인공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느낀 이유는, 진주 주변 인물의 이야기들 또한 꽤 비중 있게 다뤄져서였다.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하고 있는 말인 것도 같아 기분이 묘해질 때가 많았다. 세 여자는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다. 억울한 경험도, 행복한 경험도, 슬픈 경험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그들의 20대는, 그야말로 폭풍우 그 자체였다.

 

그러면 자연스레 '30대는 좀 평화로웠으면'하는 바람이 있길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서툴렀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으며, 많이 다쳤다. 다른 나이대의, 경험이 더 많고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위의 독백 중 인종은 극 중 jbc 드라마국 국장이다. 그는 성공을 이루었지만, 항상 외로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쩔쩔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를 포함한 그 주변 인물들은 그때그때 위기를 극복하였고, 각자 조금씩 성장하였다.


 

우린 오늘도 맛있게 떠들고, 맛있게 먹고, 맛있게 사랑한다.

그 언제까지도 밤에 먹어야 건강한 라면은 나오지 않겠지만, 뭐 좀 그렇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우리의 지금에 행복을 느끼며 만회할 수 있음을 깨달은 우리의 지금을 칭찬하며 일단 맛있게 후루룩 뭐 좀 그래도 되잖아?

 

- 진주

 

 

위의 명대사를 읽어보자. 무엇이 느껴지는가. 나는 지인 중 낭만주의적인 친구들을 떠올렸다. 크게 성공하지는 않아도 꿈꾸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소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곧잘 찾는 친구들이다. 남들의 시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나로서는 굉장히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친구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사냐 물어보았을 때 돌아온 대답은, '힘을 빼며 흘러가는 대로 살기'였다. 사람은 저마다의 체질이 있는데, 그것을 부정하거나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대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체질'은 대단히 객관적인 개념이 아닌 취향, 성향, 신체 등 모든 면을 의미한다. 다시 위의 대사를 보면 "뭐 좀 그래도 되잖아?"가 와닿는다. 실패하거나 무너지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니 그저 살아라-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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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어쩌면 우리의 체질은 넷 중 하나. 멜로소양인, 멜로태양인, 멜로소음인, 멜로태음인."

 

- 진주의 드라마, <서른되면 괜찮아져요>

 

 

드라마를 보면 인물들을 향한 따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들은 다들 벅찬 인생을 살고 있는,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들 속의 생각, 그들의 수다들도 마치 무엇이라도 되는 양 드라마로 송출이 되었다. 고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인물들을 향한 따듯한 시선이 곧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를 위한 따듯한 위로인 것이다.

 

더욱이, 드라마 제작을 위해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드라마 인물들의 직업은 드라마 작가, 감독, 제작사 마케팅팀, 국장, 배우 등 방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이다. 마지막 화에는 실제로 드라마 촬영의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내가 고생하여 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면 울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돌아보면, 잔잔하고 귀여웠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힘을 빼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도 힘 좀 빼도 된다고 알려준다. 물론 현실의 상황은 드라마보다 더 각박하다. 연애, 일 둘 다 성공한, 또는 그럴 기미가 보이는 세 등장인물들과 달리, 우리는 그 어느 하나 잡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된다.

 

오늘 개강 후 첫 스튜디오 수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대단해질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돼요. 진짜로! 여기 있는 친구들 다 비슷해요. 부담 갖지 말아요!" 이 교수님은 대단하신 분이니, 난 이 말에 기꺼이 따르겠다. 안심하고 있겠다. 나의 체질에 맞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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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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