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 조작해드립니다. [공연예술]
없던 대학의 시절 추억도 생기는 마법,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20.08.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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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대학 시절 추억도 생긴 기분이야.”연극 관람 후 단체로 기억 조작 당한(?) 친구들이 내뱉은 첫 말이다.그만큼 극은 젊음의 에너지와 생기, 설렘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까마중 작가의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삶에 지쳐 자신을 잃어가던 주인공 ‘찬란’과 그런 찬란을 눈여겨보던 폐부 위기의 연극부가 그녀를 부원으로 영입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흔한 청춘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우들의 살아있는 캐릭터와 연기가 극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캐릭터 믿고 극을 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각각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모두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다.내가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그런 기준으로 무언가를
선택해본 적이 있던가… - 찬란
먼저 주인공 찬란의 경우, 현실에 치여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잃어버리고 급류에 휩쓸리는 삶을 사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찬란한 이름과는 반대로 그녀는 과 내에서 별명이 얼음공주 '엘사'일 정도로 단단한 성벽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방어적이고 회피적인 성격의 찬란. 그녀는 알바, 토익, 학점관리 등등 수많은 일정 속에서 한 번도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를 물은 적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냥 해야 하니까 했던 일, 살아야 하니까 살았던 인생. 그런 청춘에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질문과 함께 그녀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찬란이 그와 같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딱딱한 찬란과는 전혀 다른 성격인 연극부 부장 '도래'의 덕분이다.
너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 같지? - 도래
그렇다면 도래는 어떤 캐릭터인가. 도래를 보면서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올리버가 생각났다. 능글맞고 가벼운 언행 때문에 내면도 그럴 것이란 오해를 사게 하는 캐릭터.
한없이 밝은 줄만 알았던 도래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찬란에게 내뱉는 의외의 울부짖음은 누군가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한 우리의 흔한 오만에 경종을 울린다. 꽉 막힌 찬란에게서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녀와 함께 내면의 상처를 직면해나가는 과정을 배워가는 캐릭터이다.
누나…. 나도 그래요. - 유
유일한 ‘공감능력 캐릭터’ 유. 유는 다정하게 찬란의 환경을 이해해주고 그녀의 표현하지 않는 마음에 귀 기울여 준다. 그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찬란과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유는 상처 받은 자도 충분히 따뜻하고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캐릭터이다. 가장 모범적으로 찬란하지 않은 자신의 청춘을 받아들이고 성장한 모습 같았다.
사랑받으려고 하는 연애는
이제 그만 할 거야. - 혁진
혁진은 끊임없이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쓰는 '셀럽'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꼭 셀럽이 아니더라도 사랑에 목마른 이들이라면 혁진의 모습에서 본인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혁진은 자신이 좇던 수많은 사랑들로부터 상처 받고 거절당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끝없이 지지해주고 위해주던 시온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연애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 시온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혁진을 좋아해 왔지만, 신중하고 철저한 탓에 제대로 표현 한 번 못해본 캐릭터이다. 꽉 막힌 그가 자신의 철저한 성격을 딛고 변화하게 되는 계기는 바로 혁진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혁진과 시온의 사랑은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청춘 그 자체였다.캐릭터들의 이야기 외에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공연장이다. 미디어아트/소품 등 공연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극의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이전에 웹툰 원작 공연 <이토록 보통의>에서 이미 한 번 공연장의 활용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우주와 바다의 웅장함을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무대와 소품의 활용이 크게 돋보였다. 그 점에 주목하며 공연을 즐긴다면 더욱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겠다.동아리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 가는 갈등 요소가 많을 것이다. 마치 대학생 시절로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슬퍼할 것 없다. 주인공들과 함께 웃다 울다 보면 새로운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청춘을 겪어보았거나 청춘의 한가운데 있거나 청춘을 겪을 예정인 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할 연극이다. 즉 모든 이들이 좋아할 연극이라는 의미이다. 왠지 자신의 때가 찬란하지 않게 느껴지거나 찬란한 때가 기다려지거나 그리워지는 이들이라면 꼭 찬란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따뜻한 청춘극을 추천한다.[이강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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