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말랑말랑 미술교실 - 1일 1미술 1교양 [도서]

글 입력 2020.08.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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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술관을 갈 때는 도슨트를 꼭 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바깥으로 나왔다. 툴루즈 로트렉 전시를 관람한 날이었다. 귀로는 작가의 생애를 들으며, 눈으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좇았다. ‘어느 덧 한 시간이 지났네요, 그럼 여러분 이제 각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라는 말이 들릴 무렵, 난 충만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조금씩 주워 담은 배경지식을 갖고 전시를 보는 것이 납작한 관람 방식이었다면, 도슨트로 전시를 관람하는 건 입체 그림책처럼,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입체감과 사실감이 가득했다. 도슨트 설명 듣는 것에 내가 푹 빠져버린 걸지도 모른다.

 

전시를 쉽고 재밌고, 유익하게 만드는 게 도슨트의 역할이라면,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책이 있다. ‘100일 간의 서양 미술사 교양 수업’이라는 설명이 포함된 책의 이름은, ‘1일 1미술 1교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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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우리가 하루 아침에 미술사에 능통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목차는 원시미술에서 낭만주의까지 이어지는데 우리는 하루에 하나의 미술 개념만 소화하면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하듯, 오늘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내일은 보티첼리, 이렇게 나의 테두리를 조금씩 넓히다 보면 원시미술에서 시작했던 나의 발자국이 어느새 낭만주의까지 찍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Day 17 - 천장화를 통해 알아보는 르네상스 미술


 

이 때 각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테두리가 넓어지는 부분도 다를 것이다. 나의 테두리 역시 이곳 저곳에서 부단히 넓어졌지만, 그 중 17일과 50일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17일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메디치가문, 그리고 르네상스로 이루어진 파트였다. 제목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셋의 연결고리가 무엇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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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이다. 천장화? 천장과 그림은 꽤 낯선 조합이었다.

 

사실 나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앞서, 평소 좋아하던 천장화 그림이 한 점 있는데, 이는 바로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 있는 샤갈의 <꿈의 꽃다발>이라는 천장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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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꽃다발(1964)>, 이 그림은 마르크 샤갈이 그린 유일한 천장 벽화로, 샤갈이 사랑했던 스트라빈스키,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모차르트, 바그너 등의 발레와 오페라 장면을 천장에 담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그들에게 존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화려한 샹들리에 주변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예술가들은, 꿈과 꽃다발의 다채로운 결을 옮겨 담은 듯, 참 아름다웠다.

 

샤갈의 천장화를 보았을 때는 순수한 미학적 관점에서 놀라웠다면,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에서는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그림의 제작 과정이 궁금해졌다. 천장에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그의 작업 방식 말이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잠깐 들여다보면, 이런 말이 등장한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면적은 300평이 좀 넘고, 등장인물은 300명이 넘습니다. 1508년, 33살의 미켈란젤로는 첫 작업에 착수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큰 그림을 미켈란젤로 혼자서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작업 기간 내내 미켈란젤로는 목과 허리의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혼자 그리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1512년, 흔히 '천지창조'라 알려진 이 천장화는 황홀할 만큼 멋진 자태를 드러냈고 사람들은 눈을 점점 크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 본문 p.106

 

 

이 문장만 해도 놀라운 점이 여럿 박혀있다. 천장 면적이 300평이라는 것. 어느 캔버스가 300평이 될까. 나는 상상이 안되는 면적에 그만 압도되고 말았다. 그리고, 4년이라는 작업기간 역시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천장과 가까운 곳에서 작업을 한 미켈란젤로는 어떤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책에서는 그의 신체적 고충이 잠시 등장하지만, 인터넷을 참고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높은 천장에서 그림을 그리다보니 물감 안료가 눈에 떨어져 눈병에 걸리기 일쑤였고, 허리와 목을 꺾고 작업을 하다보니 관절에 이상이 왔다고 한다. 또한 천장화 요청을 처음 받았을 때, 조각가 출신의 미켈란젤로는 회화 의뢰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였다고.

 

그렇지만, 결국 미켈란젤로는 긴 시간 끝에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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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켈란젤로와 같은 대가들이 예술적 역량을 펼치기 까지 크게 도와준 그림자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하자면, 이들은 금융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가문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이 부를 토대로, 지식인과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사용했는데 미켈란젤로 뿐만 아니라 다빈치,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 그 도움을 받지 않은 예술가가 없을 정도였다. 그 결과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한 큰 공로자가 되었다고 한다.

 

천장화로 시작해서, 르네상스의 부흥을 도운 가문의 이야기까지 왔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메디치 가문, 르네상스. 제목을 읽을 때는 낯설기만 하던 이 세개의 단어가,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연결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나는 책의 이곳 저곳을 즐겁게 탐방했다.


 

 

Day 50 - 파랑, 그 특별함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파트는, 50일에 등장하는 '파랑'이라는 오묘한 색채에 관한 이야기이다.

 

 

파랑을 좋아하시나요? '파랑'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무엇입니까?

 

 

책을 더 읽어나가기 전에,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로 했다. 내 대답은 두가지로, 하나는 바다의 색, 다른 하나는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등장하는 푸른 머리 엠마의 머리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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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의 바다와 엠마는 둘다 따뜻하고도, 한여름의 햇살처럼 강렬하고 바삭한 감각을 주는 존재들이다. 언젠가 수영을 꼭 배우겠다는 나의 다짐은 바다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고래가 서서 자는 거 알아?'라고 묻는 것은 꼿꼿한 직선이 되어 잠들어 있는 고래 너머로 포근한 바다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답변을 정하고 나서 본문을 더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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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그린 <파라솔을 든 여인(1875)>에서는 편안한 빛의 파랑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작품 속의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느꼈고,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나의 휴대폰 갤러리 속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하늘 사진이다. 하늘색이라는 건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보내는 하루 하루가 전부 똑같을 수 없듯이, 하늘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은 흰 물감을 많이 섞은 듯 밝고, 또 어떤 날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채도가 높을 수 없어서 눈이 부시다.

 

물감을 풀어 매일의 하늘 색을 그려내는 화가가 존재한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파랑색 물감을 갖고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의 요일별 컨디션에 따라 다를지도 모른다. '금요일에는, 일 끝나고 누군가를 만나 평일의 고단함을 풀어낼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울트라마린을 쓰자.' (울트라마린은 고급스러운 이미지 표현을 할 때 쓰는 물감 중 하나로 과거에는 굉장히 비싼 물감이었다) 이런 식으로.

 

*

 

머리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각 챕터는 작가는 일상 속 우리가 겪을 법한 친근한 질문을 던지고, 우리의 답변을 가만히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여기, 그와 관련된 재밌는 옛날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라고 한다. 재밌는 이야기 듣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난, 의자를 최대한 바싹 끌어당겨 앉게 된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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