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urvival? Growth! - '미스터 트롯'으로 보는 서바이벌 프로의 사회적 의미 [TV/예능]

글 입력 2020.07.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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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시작해 3개월간 트롯맨들의 열정을 보여준 예능 <미스터 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를 달성하며 막을 내렸다. 이후 어느 방송사건 간에 트로트와 관련된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스터 트롯 역시 종영과 동시에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로 이어지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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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트로트의 열풍은 어쩌면 정해져 있던 결과일 수도 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서 뒷전으로 밀리던 50·60세대를 주 시청 층으로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익숙한 ‘트로트’라는 아이템을 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버무렸다.

 

트로트&서바이벌 프로그램 조합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오팔 세대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물론 트로트 역시 기존의 성인가요 이미지를 탈피하고,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장르가 되었다. 트로트는 이렇게 한국 사회를 휩쓸었고, 왠지 모르게 10년 전쯤 한국을 휩쓸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떠올랐다.

 

 

 

낭만을 좇는 오디션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면 늘 스타 등용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통해 휴대폰 판매원이었던 폴포츠는 오페라 가수가 되었고,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은 <슈퍼스타 K>를 통해 모든 이들이 아는 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학가요제’의 2000년대 버전인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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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은 현실에서 굴복당한 꿈을 좇을수록 강해졌다. 프로그램에서는 꿈에 대한 출연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조명했고, 시청자들은 그들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 그런 몽상가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누구도 그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진 못할 것이다. 스크린을 통해 만난 세상은 우리에게 ‘현실’이란 감각을 지우게 했고, 그 속에서 시청자들은 꿈을 좇는 낭만을 응원하곤 한다. 현실에서 찾기 힘든 낭만을 보여줘서였는지, 그저 음악이라는 주제가 좋아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은 변모를 꾀했다. 오디션의 대상층을 일반인에서 프로들로, 장르의 이름 역시 오디션에서 서바이벌로 바꾸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프로들 중 1등을 뽑는다’라는 포맷은 우리의 경쟁 사회를 압축해놓은 것 같았다. 프로그램 안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 다른 출연진들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하고, 프로그램의 우승과 직결되는 경연 점수 조작도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늘 과도한 경쟁 문제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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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프로듀스 101>이었다. 프로듀스 101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피라미드식 계급을 시각화했다. 실력에 따라 출연자들의 등급을 A부터 F까지 등급화했고, 출연자들은 자신의 등급이 적힌 옷을 온종일 입고 있어야 했다.

 

F등급의 연습생은 퇴출이 되지 않기 위해, A등급의 연습생은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어디에도 ‘승자’는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단이 출연자들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의욕’ 하나 때문에 프로그램의 모든 출연자를 수직 서열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사회에게 ‘새로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텔레비전에 출연시키는가 하면, 비주류였던 장르를 새로운 주류 장르로 거듭나게 했다.

 

실제로 <쇼미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로 인해 힙합은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장르로 변화했다. 또, 프로그램 하나로 10년이란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이젠 대중들이 알아주는 가수들도 꽤 존재한다. 이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에게 새로움을 가져다주며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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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미스터 트롯만 보더라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단박에 보인다.

 

비주류였던 장르를 주류 장르로 탈바꿈하게 했으며, 트로트 가수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해온 관행을 탈피해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넥스트 인 패션>에서 찾았다. 각자 다른 국적의 디자이너들 1등을 뽑는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넥스트 인 패션은 뭔가 달랐다. 출연진 간의 협동을 조명하고, 디자이너들은 주어진 시간만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옷을 만들 수 있었다.

 

늘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MC는 “이제 하루의 끝입니다. 우리 맥주 한 잔씩 하러 갑시다. 여러분은 그럴 자격 있어요.”라는 식의 멘트를 하며 출연자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물론,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에 대해서는 냉철한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경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은 서로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경연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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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미스터 트롯을 부모님과 함께 볼 때면 부모님은 출연자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계속 보게 된다고 얘기했다. 혼자서 돋보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함께 성장하기 위한 출연진들의 노력이 프로그램에 매력을 더하는 것 같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쟁보다는 화합을, 혼자보다는 함께를 추구해야 한다.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서바이벌(survival)하기보다는 함께 성장(growth)하고자 할 때, 또 다른 ‘미스터 트롯’이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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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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