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과 함께하는 한적한 근교 산책, 파주 출판도시 part ① [문화 공간]

글 입력 2020.07.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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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파주에서 보냈다. ‘고향’이라는 개념에 담긴 애틋한 감정을 알았을 무렵 이전부터 파주에서 살고 있었으니 파주는 내 마음의 고향쯤 된다.

 

초등학교 중‧고학년 무렵, 나는 거의 매 주말마다 출판단지를 다녔다. 당시 김영사 출판사는 매 주말마다 김영사 북카페 ‘행복한 마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때론 작가님들 만나 책 이야기를 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를 채우고, 소규모 콘서트 공연을 들으러 갔다. 책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도 많았고,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출판단지를 매번 다니다 보니 애정이 솟을 수밖에 없었다.

 

또, 10여 년 전 파주가 지금보다 낙후되었을 때, 동네에 영화관이 없어 제일 가까운 영화관이 출판단지에 있는 메가박스였기에 영화를 보려면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동네에도 메가박스가 생겼고, 출판단지를 가기 전에 위치한 롯데 아울렛에 롯데시네마가 생겨서 출판단지 안에 있는 메가박스를 찾는 관객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나 역시 성인이 되어 더 이상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일이 없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동네에 있는 영화관으로 걸어가면 되기에 이전에 비해 출판단지를 찾는 빈도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해에 한 번씩은 시간을 내서 그곳을 찾아가곤 한다. 보통 1년에 한 번, 가을 즈음에 열리는 ‘북소리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인데, 축제 기간에는 할인 도서나 책 굿즈, 명사들의 강연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작년엔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었고,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개최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내가 성장하는 동안 변함없이 그곳에 있어준 출판단지를 보면 지금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다. 내가 이렇게 커버린 것과 비교해, 출판단지는 점점 더 활력을 잃고 늙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나는 누구보다 파주에 대한 애정이 깊고, 파주에서 오래 살고 싶다. 파주가 좋은 방향으로 유명해진다면 마치 내가 잘 되는 것처럼 기쁠 것 같기에, 내 유년기의 눈부신 추억 속에 빛나는 파주 출판단지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

 

서론이 길었다. 이 글은 두 번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고, 책이 메인이 되는 공간, 커피가 메인이 되는 공간, 그리고 책이 아닌 다른 문화예술이 메인이 되는 공간. 이렇게 세 공간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연재 순서는 아래 사항을 참고해 주시길!


 

part① 지혜의 숲 / 보물섬 / 활판인쇄 박물관 / 출판도시 활판공방과 북앤프레스 / 명필름아트센터


part② 문발리헌책방골목 블루박스 / 이가고서점 / 북카페 눈 / 행간과 여백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출판도시의 상징, 지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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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가는 길 tip 응칠교 위를 걸으며 시선을 돌리면 갈색 나무로 외벽이 덧대어진, 누가 봐도 큰 건물이 있다. 아마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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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단지에 간다면 지혜의 숲은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 첫 코스다. 드라마, 영화, cf 촬영이 많이 이루어지기로 유명하며, 최근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배우 서예지와 김수현이 마주하는 장소로 촬영되기도 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있는 지혜의 숲에 들어가자마자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한 책들로 압도당할 것이다. 이곳은 여러 출판사와 개인들의 책 기증으로 책들이 가득 찬 도서관이다.

 

누구든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외부 반출은 금지되고 있다.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많고 공간이 상당히 넓어 쾌적하다. 내부에 파스쿠찌 카페가 입점해 있어 음료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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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쪽으로 서점도 있는데, 이 서점은 ‘북소리책방’이라 불리며, 국내 47개의 출판사가 참여하여 만든 북소리 사회적 협동조합의 서점 브랜드로, 양질의 도서들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매대는 여러 기준으로 책 큐레이팅을 하고 있는데, 내가 최근에 방문했을 땐 출판사 대표가 추천하는 큐레이팅으로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은 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엔 크게 숫자가 쓰인 공간들이 많은데, 앞서 말한 북소리축제 중 명사들의 강연이 개최되는 곳도 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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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에서 다른 입구로 다시 1층을 찾는다면, 그곳은 지혜의 숲이 아니라 호텔 입구가 나온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을 품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이라 불리는 이곳은 출판단지에 위치해 있는 만큼 TV 대신 책을 비치하여 기존의 호텔과 차별화를 꾀한다.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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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

영업시간 평일&토요일 11:00-18:00 일요일 13: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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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왼쪽으로 크게 있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2층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보물섬이 나온다. 이곳은 중고서점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책들을 보물처럼 건질 수 있다.

 

같은 책이 여러 책장에 산발적으로 꽂혀있는 등 서적 분류가 정확한 건 아니지만 소설, 에세이, 어린이 도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새 책이나 다름없는 상태 좋은 책들이 가득하다.

 

또한 최근에 출판된 책들도 많이 있다는 게 보물섬의 장점이기도 하다.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둘러본다면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보고 싶었던 소설 두 권을 사고도 돈이 남을지도 모른다. 내가 둘러보았을 때 소설, 에세이류는 보통 3-4천원 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뜻밖의 행운을 발견하고 싶다면 보물섬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인쇄의 역사를 품은 활판인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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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활자의 숲

영업시간 매일 9:00-18:00 (설, 추석 당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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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시 내려와서 1층에서 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활판 인쇄 박물관의 입구가 보인다. 이곳엔 세계의 가장 오래된 인쇄기 모델부터 실제 작동하는 인쇄 장비까지 두루 갖춘 활판 인쇄의 역사를 한눈에 톺아볼 수 있다.

 

한국의 마지막 금속활자 주조공장 ‘제일활자’ 공장이 아직 가동되고 있으며, 20톤, 2만 2천 종, 3천 5백만 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자를 보유한 ‘활자의 숲’이라 불리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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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지술, 주조술, 문장술, 인쇄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데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나는 중학생 무렵 직접 문구를 정해 알맞은 서체와 크기의 활자를 한 자씩 뽑아 조판하고 인쇄를 해보는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내 이름 석 자와 문장부호까지 포함해 일곱 자 되는 짧은 문장을 택한 것은 문장이 길수록 조판 작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체험 없이 박물관을 둘러보는 관람료는 3천원이며, 활판 인쇄로 찍어낸 책갈피부터 도장, 혹은 활자 그 자체를 판매하기도 하니 재밌는 구경이 될 것이다.


 

 

출판도시 활판공방과 북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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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03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매일 10:00-18:00 주말&공휴일 12:00-18:00

가는길 tip 현재 네이버 위치 정보에 ‘북앤프레스’ 대신 ‘출판도시 활판공방’이라고 등록되어 있다. 메가박스 파주출판단지 지점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해있으므로 잘 모르겠다면 메가박스에서 주변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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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커피가 있는 공간 출판도시 활판공방과 북앤프레스를 소개해보려 한다. 이곳 또한 앞서 살펴본 활판인쇄 박물관처럼 활판 인쇄와 관련된 곳이며, 국내 최초로 근대식 활판인쇄를 되살려 활판 시선집을 간행하고 있는 곳으로 활판인쇄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제본까지 책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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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북앤프레스는 상호명처럼 활판으로 찍어낸 엽서와 고서, 타자기 등 인쇄에 관한 소품들로 가득한 멋스러운 카페다. 엽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니 편지를 쓰고 싶은 이가 있다면 참고하자.

 

카페 공간이 매우 넓고 분위기도 잔잔하기 때문에 커피와 함께 책을 보기 아주 좋다. 북앤프레스라는 상호명처럼 콘셉트에 충실하게 테이블도 범상치 않은 것이 카페의 특징이다.

 


 

명필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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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530-20

영업시간 매일 10:00-19:00 영화는 당일 예매 불가. 현재는 주말에만 상영 중.

가는 길 tip 출판단지와는 살짝 위치가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출판단지에서 걸어가기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20번 버스를 타고 영화마을 정류장에 내리자. 참고로 20번은 배차간격이 긴 노선이니 시간에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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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아트센터는 출판단지와 출판도시의 한적한 분위기를 닮아 있다. 명필름아트센터는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등 다양한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명필름이 영화에서 출발한 문화예술의 발전, 공유, 확장을 목표로 설립한 문화복합공간이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필름아트센터는 영화를 시작으로 확장하여 책, 건축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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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의 명필름 영화관은 디지털 4K 영사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 3D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한 영화관이다. 그래서 보통의 영화관보다 훨씬 소리가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들린다. 이곳에서는 명필름 제작 영화들과, 작품성 있는 독립 영화들, 또 기존 영화관의 스크린 독점에 밀리는 예술 영화들을 주로 상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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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위치한 카페 모음은 약 80평 규모의 북카페로 명필름, 이로재, PaTI가 선별한 영화, 건축, 디자인 장서를 소개하고 승효상 건축가의 손길이 닿아있는 카페 가구와 길종상가의 장서 가구가 만나는 책, 건축, 영화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북 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등 자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독립된 커뮤니티룸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목적의 모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규모가 크고 천장이 넓은 쾌적한 카페이기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작업하는데 좋은 공간이다. 이 글 또한 카페 모음에서 쓰기 시작했다. 여유로워지고 싶은 주말에 지하 1층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1층 카페 모음에서 찬찬히 감상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part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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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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