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도 스쳐간 수많은 얼굴들, 그 속의 이야기를 감상하다 - 예술적 얼굴책 [도서]

<예술적 얼굴책> 리뷰
글 입력 2020.06.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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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얼굴을 손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활용하는 비법

 

 

나는 이 책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색안경’이 되기를 바란다. 비유컨대, 내 눈도, 그리고 창문도 다 '색안경'이다. 그리고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우수한 품질에 뛰어난 미학이 갖춰져, 눈을 잘 보호해주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해주면 좋겠다. 이를테면 세상을 납작하게 축약해버리는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면 어딜 봐도 참 납작하다. 반면에 세상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색안경’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 서문 中

  

 

예술적 얼굴책(임상빈)_앞.jpg

 

 

 

내 얼굴은 ‘자기소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나는 늘 일말의 긴장을 품는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면 그나마 덜하지만, 당분간 계속 관계를 맺어야 할 사이라면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픈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사와 함께 재빨리 상대를 스캔한다. 그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단연 그 사람의 ‘얼굴’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관련한 자존감, 혹은 자신감이 전혀 없었던 난, 늘 그 사람의 얼굴을 ‘판단’했다. 음, 쟤는 꽤 예쁜 것 같아. 쟤는 쌍수를 한 건가? 쟤는 피부가 정말 하얗고 깨끗하네, 부럽다......등등 판단에 의한 비교는 끝이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일을 겪으며 ‘얼굴’에 관해서도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얼굴은, 단순히 <예쁘다/예쁘지 않다>, <잘생겼다/못생겼다>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판단’의 대상이 아닌, 그 사람의 ‘자기소개서’라는 것이다. 비록 요즘의 자소서는 ‘자소설’이라는 우스갯소리로 통용되지만, 그래도 자소서는 정직하다. 과장은 존재하되, 거짓은 없다. 내 인생을 몇 글자 내로 아주 간결하고 단편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얼굴은 더 정직하다. 심지어 아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나’를 드러내고, 나는 평생 나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기에 어쩌면 더 정직할지도 모른다. 표정은 꾸며낼 수 있어도 얼굴은 숨길 수 없다. 바로 그 얼굴에 나의 삶이, 숨겨진 내면이 정직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판단 대신 ‘감상’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이 책은 얼굴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감상’하는 법을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저자의 기준에 따른 것일 뿐, 결코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 점을 주지시키며 또 다른 의견, 감상을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한다. 얼굴 또한 개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예술작품이기에, 절대 우열이나 정답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참고한 이론은 바로 동양의 ‘음양법’이다. 물론 이 또한 남자는 곧 양(陽)으로서 우월하며 여자는 음(陰)으로서 열등하다는 과거의 잘못된 편견까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음양법의 개략적인 원리를 이용하여 ‘감상’에 도움을 줄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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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하나의 얼굴도

수없이 많은 각도로 바라보며 연구했음을 밝힌다.

열정에 존경을 표한다.

 

 

얼굴은 수없이 많은 요소가 어우러져 완성된다. 이목구비는 물론, 눈썹, 턱, 피부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되어 얼굴을 이루고 있다. 모든 요소가 얼굴의 감상에 있어 살펴볼 가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위는 바로 ‘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이라는 껍데기 속에 감춰진 ‘눈빛’이다.

 

오래 전부터 대화할 때 눈을 마주하는 것은 ‘신뢰’의 표시로 기능해왔다. 사적인 자리는 물론, 발표, 면접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눈은 친근감, 자신감을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그래서 눈, 그 속의 눈빛이 중요하다. 얼마 전 면접을 본 친구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고 면접을 보니 보이는 게 눈밖에 없어서 더더욱 눈만 바라보게 된다고 하던데, 그 순간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지, 결코 외면이 아니다.

 

 

글쓰기를 할 때에 문장을 곱씹으며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듯이 얼굴에서도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얼굴이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다. 이는 태생적인 조건에 세월과 고민의 흔적이 단련되어 나온, 그야말로 생생한 역사적인 현장이다.

 

- p.251 中

 

 

얼굴은 그 사람의 자소서라는 말은, 결국 ‘얼마나 잘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아닌, 얼굴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쓰여 있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사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보다 보이는 외면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쉽고, 간단하며, 그래서 늘 ‘얼굴=외모’라는 공식으로 ‘판단’을 저지르는 우를 범한다. 여전히 과거에 인종이나 성별 등의 태생적 기준으로 우열을 나누어 차별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얼굴은 개인의 역사이자, 개성이다. 그것을 존중하며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예술적 시각으로 감상한다면, 각기 다른 얼굴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 길거리를 스쳐갔던 수많은 얼굴들,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질 수도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닌 사람은 필히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이다.

 

 


 

 

예술적 얼굴책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기-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발행일 : 2020년 05월 30일

 

정가 : 22,000원

 

분야 : 예술일반/예술사

 

규격 : 153*225

 

쪽수 : 468쪽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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