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것은 사과다, 심장은 동그랗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글 입력 2020.05.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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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영역만큼은 인간 외의 존재가 침범할 수 없을 거라 단언했던 것이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지면서, 이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5전 4승으로 완승했던 것이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고, 이후엔 인공지능이 쓴 소설들이 공모전의 1차 심사를 통과하거나 수상작이 되는 등 문화예술의 영역 또한 인공지능의 침범으로부터 완전히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이 연달아 쏟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창발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창발성이란 '하위 체계로부터 생겨나지만 그 하위 체계로 환원되지 않는 속성'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창발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이야기의 구조와 규칙을 뛰어넘는 서사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다. 부분을 안다는 건 전체를 안다는 말로 통하기 어렵다. 몇 명의 인물을 두고 삶 전체를 보여주는 인간의 이야기를, 과연 구조나 규칙 같은 이론만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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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1928, 캔버스에 유채, 54cm x 73.4cm



그렇다면 이야기의 구조와 규칙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구조를 넘어서는 것이란 세상의 규칙이 아닌 '나만의' 규칙을 확고히 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가령 불규칙 속에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건, 인간은 개개인 모두가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이야기에서는 서술이나 표현, 묘사나 비유 같은 형식의 측면을 통해 구조와 규칙 너머의 것들을 보여준다. 무한하지 않은 스토리와 주제 속에서, 비로소 무한한 서술과 표현이 서사의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독창적인 나만의 문체와 표현, 묘사는 어찌됐든 나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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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 60cm x 81cm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우리는 새로움을 경험하는가. 인간의 감각은 익숙한 일상의 반대편에 놓일 때, 즉 낯설다고 느낄 때 새로움을 경험한다. 위 그림의 제목은 <이미지의 배반>이다. 그림 속 파이프 아래 쓰인 문장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뜻의 문장이다. 파이프를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르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했다. 그가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와 같은 친숙한 대상을 소재로 사용한 건, 익숙한 공간을 낯설음의 공간으로 반전시키기 위함이다.


‘낯설다’의 사전적 의미가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라는 점에서, 익숙함을 낯설게 만드는 과정에서의 공백은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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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이것은 그림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낯설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어를 망가뜨리고 서술어를 망가뜨리기. 가령 사과를 두고 ‘이것은 사과다’라는 문장으로 말하는 대신, 주어를 망가뜨려 ‘너’를 넣어보고 ‘사랑’을 넣어보는 일이다.


서술어를 망가뜨리고 사과의 자리에 ‘심장’이나 ‘독’ 같은 낯선 단어들을 넣어보는 것도 가능할테다. 사과로부터 떠올리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주어와 서술어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무한하게 망가지고 다시 메꿔진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문장들은 무한히 태어나고 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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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작품 앞에 서있는 르네 마그리트, 브뤼셀, 1967



마그리트의 예리한 시선에 따르면 우리는 대개 그림 속의 사물을 현실의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리하여 그는 ‘이것은 파이프다’에서 익숙함의 서술어 '파이프다'를 망가뜨리고선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서술어를 넣었다. 결과적으로 '파이프가 아닌' '그림'을 통해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보게 된 것이다.


서술과 표현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표현했다는 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인공지능의 서사는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힘과 권력들을 반영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야기의 의의란 우리를 익숙한 일상에 가두는 기존의 권력과 힘을 보게 됨으로써 새로운 가치의 인식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망가뜨리는 행위는 기존의 배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배치로 나아가는 힘이기에, 사실 뒤의 진실인 ‘본질’을 봄으로써 우리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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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생각하는 사람’ 르네 마그리트를 이 전시회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기획되었다. 즉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모노크로매틱 라이트, 교육 체험물과 같은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로써 마그리트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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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바웃 르네 마그리트 존’에서는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한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삶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연대기와 더불어 마그리트가 직접 등장하는 뤽 드 회쉬 감독의 영화 <마그리트, 또는 사물의 교훈(Magritte, or the Lesson of Things)> 편집본이 상영된다.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존’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내 크로스디자인 연구소에서 특별히 개발한 증강현실 포토존이다. 얼굴을 자동 인식하여 이미지가 증강되는 AR 포토존으로, 작품이 된 자신의 모습을 담아갈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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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마그리트 존’의 몽환적이고 압도적인 메인 영상 룸에서는 최신식 장비와 웅장한 사운드를 통해 몰입하여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마그리트 회화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와 현대적 감각에 입체감과 움직임이 더해진 영상은 약 40분 동안 벽면과 바닥을 360도로 에워싼다.


마지막으로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존’은 작가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시작된 프랑스 초현실주의와 마그리트가 속했던 벨기에 초현실주의자들의 예술적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한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는 구름으로 꾸며진 체험존에서는 입장권과 함께 제공되는 체험 키트를 직접 만들어 나만의 작품으로 완성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볼거리와 체험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 의미 있는 추억을 쌓을 것을 기대한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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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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