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빠져 죽지 않기 위해 문학을 읽다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문학은 우리의 삶의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
글 입력 2020.03.3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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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존재를 견디게 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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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인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던져 볼만한 물음이다. 그 사전적 의미가 아닌, 각자의 삶에 있어서 문학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보는 일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필자에게 스스로 그러한 질문을 던져 보게끔 한다.

 

필자의 경우 문학은 삶의 단면이라고 생각해왔다. 완전한 팩트, 즉 사실에 근거하진 않지만 저자 혹은 그 주변사람들, 그 누군가들의 삶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학이고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삶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책의 저자가 소개하는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보이는 실즈의 견해에 동의한다.

 

언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일한 수단이지만, 완전히 이어주지는 못한다는 데서, 문학도 그러하다. 문학에는 다양한 이들의 삶이 녹아 들어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 한권의 책만이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문학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나와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이가 하는 말을 단 몇 자의 글만으로 완벽히 이해하고 동화되는 것이 쉽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처럼. 그렇기에 문학은 우리를 고독에서 완전히 꺼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실즈가 문학이 자신의 삶을 구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은 인간의 외로움을 완전히 달래지는 못한다. 당연한 말이다. 외로움이란 본디 자신 내면의 감정으로 누군가가 어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본성적으로 지닌 당연한 감정 기재이다. 그럼에도 문학은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문학을 통해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읽으며 그 순간만큼은 외로움의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채울 수 있다. 그것이 호기심이든, 즐거움이든 하다못해 지루함이든 말이다. 책을 덮고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또다른 책을 펼치게 되는 이유는 문학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를 견디게 해주기 때문이다.

 


 

번역이라는 항구를 통해 나아가는 문학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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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번역’을 통해서만 세계 문학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번역은 어떤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꿔주는 것 외에도 많은 의미를 창출해낸다. 세계는 넓고 언어는 다양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인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문호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작품에 우리가 감동하고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이유는 한국어로 적힌 <로미오와 줄리엣> 번역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읽는 것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번역가의 손을 거친 한글판 <로미오와 줄리엣>일 것이다.


번역은 글자 대 글자 식의 기계적인 변환 과정이 아니다.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어도 번역가마다, 출판사마다 펴내는 책의 내용이 다른 이유다. 누군가는 줄리엣의 대사를 사전적 의미로 번역하고, 누군가는 번역을 음률에 맞추고, 누군가는 상황과 배경에 숨겨진 의미를 고민하여 번역한다. 그렇기에 셰익스 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완벽히 똑같은 한글판은 없지만 저마다의 개성과 맛을 지닌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그렇다. 세계 문학으로서 자리매김하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어 그들이 이를 읽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배경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작품은 변질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기도 한다. 문학은 결국 번역이라는 항구를 거쳐야만 세계라는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배인 셈이다.

 

*

 

도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의 제목은 처음에 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주인공의 이야기에 푹 빠져 한권을 다 읽고 나면 허망함과 상실감을 느낄 만큼 문학에 빠진다는 표현에 적합한 필자로서는 왜 문학에 빠져 죽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필자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소박한 독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도서는 필자에게 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저 읽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경험해 보지 못한 나와는 다른 삶을 단 돈 몇 천원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을 즐겨 읽어온 필자에게 문학이 주는 기분 좋은 무게를 알려준 이 책은 앞으로의 필자의 문학 탐독에 무게 추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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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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