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후진술'에서의 새로운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이도 인간이었다.
글 입력 2020.03.29 20: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최후진술-포스터-흰.jpg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궁금증을 가져보았을 수도 있다. ‘활자로 기록되어있는 인물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과연 그들은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을까.’ 혹은 ‘표면적으로 남겨진 업적 뒤에 숨겨진 그때의 상황과 속마음은 어땠을까’와 같은 생각들 말이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어록을 남기며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중심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코페르니쿠스 등 다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진행된다. 널리 알려진 어록이 사실과는 다르게 과장된 것이라고 밝혀진 현재, 갈릴레이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속에서 우리는 그의 진솔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여정, 그 안에서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공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갈릴레이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앞으로 천동설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종교재판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지금껏 자신이 증명해낸 지동설을 반박하는 내용의 속편을 쓰고 그의 마지막 여정 또한 시작된다.


망원경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학설을 실증하게 만든 원동력, 같은 지동설을 주장한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만남으로 그에 대한 존경심, 원망 그리고 현실과 믿음 사이에서의 갈등의 감정이 보인다.


잇따라 동시대에 존재했던 천재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과학자와 문호 즉,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별’에 대한 마음을 하나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의 유대감. 쉽게 전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의 딸 마리아 첼레스테 수녀. 그 밖의 많은 인물은 2인 극이라는 설정을 잊어버릴 만큼 복잡하게 얽혀있어 갈릴레이의 감정적 면모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갈릴레오의 마음을 가장 괴롭혔던 조르다노 브루노와의 관계성이다.


직접적인 대사보다는 셰익스피어 역의 간접적인 발화를 통해 뮤지컬 마지막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지동설로 진정한 ‘최후진술’을 하는 갈릴레이의 행동의 막대한 영향력을 줬음을 알 수 있다. 살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스스로 이를 반박하는 저서를 쓸 때도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던 것은 브루노, 그의 양심이었다.


그와는 달리 끝끝내 스스로 가진 신념을 굽히지 않고 턱에 쇠로 된 재갈이 채워진 채, 쇠꼬챙이로 혀와 입천장이 관통된 채, 끝내 화형을 당한 브루노의 잔상은 죽음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가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들어줬다. 특히, 그의 고뇌와 괴로움이 노래 ‘캄포 데이 피오리(Campo Dei Fiori)’ 속에서 잘 나타났다.

 


(…)

난 달아나고 싶어

난 외면하고 싶어

잊어버리고 싶어

난 살고 싶어

움직일 수가 없어

눈감을 수가 없어

아무 생각도 안나

난 두려워 


브루노 

너는 왜 그렇게 혼자서

너는 왜 그렇게 용감하고

너는 왜 그렇게 아름다워서

나는 왜 이렇게 남겨져

나는 왜 이렇게 비겁하게

나는 왜 이렇게 무너지는지

(…)


 

사실상 죽음 앞에 자신 있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브루노가 대단한 사람일 뿐, 갈릴레이는 현실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뮤지컬 내에서 끊임없이 보이는 내적 갈등, 모순되는 언행 그리고 공연 마지막 셰익스피어가 지적하며 보이는 갈릴레이의 비겁함은 관객이 그를 단순히 ‘위대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의 면모로 바라봐 주게 하였다.


그렇게 갈릴레이의 최후진술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표현됐고, 그 모든 걸 가능케 한 것은 필수불가결한 1인 다역의 셰익스피어 역할이었다. 스마트폰, 택시 등 현대 문물을 사용하고 언급하며 서사극의 분위기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주면서 유머러스함까지 제공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

 

개인적으로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면 쉽게 각인되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 역사적 사실을 노래로 쉽게 풀어냈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연상케 하는 역사 속 인물들과의 만남은 오랜만에 본 뮤지컬이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해주었던 것 같다.


죽음이 지나가면 인물, 사실, 배경 그 모든 것이 어느 정도 미화되기 마련이다. 너무나 대단한 존재라는 장벽이 거리감을 만들어내 역사는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어 지는데, 그 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어주었다.




 

 

최후진술

- Final Testimony -



일자 : 2020.03.13 ~ 2020.05.31


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수 오후 4시,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2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기획/제작

장인엔터테인먼트 / 극단장인


관람연령

만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에디터 박수정 tag.jpg

 


[박수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