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식을 먹기만 해도 환경 오염? [문화 전반]

기후위기와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글 입력 2020.03.05 04: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작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 책임감 있는 선택을 이어나가는 곳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늘 지지했다. 팀에서 그들의 생각을 계속해서 펼쳐보고 배워나가겠다 했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스터디 했고, 의견을 나눴다. 단연 빠질 수 없는 것이 축산업과 육식, 그리고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였고 서로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두근거려 했다.

 

문제의 발단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우리는 워크숍을 열었고, 40명 남짓한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자리였다. 식사를 제공해 주신다고 했고, 서로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니 메뉴 선택에도 큰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로 제공된 것은 고기와 치즈가 마구 흩뿌려진 피자였다. 그 옆의 작은 박스는 더 큰 충격이었는데, 감자튀김을 기대했던 그 속에서 기름에 누렇게 튀겨진 닭의 날개가 나왔다.

 

기후위기와 식품의 연관성, 선택에 따른 책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었던 단체의 선택에 많이 당혹스러웠다. 아니, 며칠 동안 화가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개인의 소비와 선택에 따라오는 크기와 무게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끊임없이 활동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지금 어떤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일 최전방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라 좋아했다. 그래서 더욱 실망이 컸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그 진실에 맞게 행동할 때 가능한 것이다”

 

- 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

 

 

vegetables-1584999_1920.jpg



WWF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음식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그 구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단 9퍼센트뿐이다. 심지어 11퍼센트의 사람들은 식량 시스템이 자연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후와 음식이 크게 또는 전혀 연관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기후 위기는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제조업이나 크고 작은 공장, 석유, 석탄, 발전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음식과는 더더욱 연관성이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마트나 시장에서 채소나 고기를 구매하고, 그 위에 얹을 다양한 소스들을 고르는 것은 오로지 나의 영양이나 맛과 관련된 일이라 판단했다. 음식과 기후의 연관성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식량 시스템은 우리 전체 물의 69%, 땅의 34%를 차지한다. 삼림파괴의 75%, 토질침식의 30%를 초래한다. 또한 온실 가스 배출의 무려 4분의 1에 기여한다. 8억 2천 1백만 명의 사람들이 배고픈 반면 19억 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남획은 93%의 어종을 위험수준으로 몰아넣었다. 식량 시스템은 생물다양성의 70%를 감소시켰다./ 출처 : WWF


 


식량을 생산하기만 해도 환경 오염?


 

여기서 ‘식량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은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모든 과정을 뜻할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축산업과 낙농업이다. 그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한데, 우선 소, 돼지, 양을 기르기 위해 넓은 땅이 필요하다. 그래서 산림파괴가 진행된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의 전환된 토지의 65%가 축산업을 위해 개간되었다. 이 땅은 대부분 사료를 만들기 위한 작물을 기르는 용도로 사용되며 이를 위해 방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물론 소, 돼지, 양에게 먹일 물의 양도 엄청나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엄청나게 먹어대는 바람에 생물 다양성은 70%나 감소했다. 말 그대로 멸종된 생물이 많다는 뜻이다. 각종 배설물로 토양과 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밀폐된 사육장과 항생제, 각종 위생 문제로 전염병은 유행처럼 반복된다. 한쪽에서 이렇게 배부르게 먹을 동안 지구의 다른 한쪽에선 매시간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들이 있다.참으로 아이러니다.

 

 

palm-oil-3800603_1920.jpg

 

 

축산업과 동시에 언급되는 것이 ‘팜유(팜 오일)’다. 팜유는 아프리카 야자수의 과육에서 채유하는 식물성 유지를 말한다. 생각보다 우리가 쓰는 일상 용품에 많이 스며들어 있다. 비누, 화장품, 샴푸, 세제, 도넛, 초콜릿, 라면, 아이스크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며 착취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팜유는 값싸고 대량생산이 쉽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팜유를 위해서는 농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림을 제거하는데, 매시간 축구장 300개 크기만큼 개간되고 있다고 한다. 팜유의 90%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오랑우탄 서식지의 90%가 파괴되었고, 인권 침해도 상당하다. 적은 보수로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market-3169621_1920.jpg

 


 

식량의 3분의 1이 그냥 버려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2013)에 따르면, 해마다 폐기되는 음식물의 양은 13억톤에 달한다. 연간 식량 생산량이 40억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대부분은 '먹기 전'에 발생된다. 많은 수의 음식들이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 전 생산·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다. 환경부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가 먹기 전에 폐기되는 것은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 65%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출처 : 더 농부


 

최근에 빈 그릇 인증 챌린지도 그의 일환이다. 버려지는 음식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를 줄이자는 취재에서 시작된 챌린지였다. SNS에서 유행했었는데, 동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꼈었다. 일종의 게임이나 놀이처럼 함께 즐길 수 있어 매번 웃으면서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음식물 쓰레기가 대부분 생산 유통 과정에서, 그러니까 먹지도 않고 버려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모양이 둥글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색이 밝지 않아서 버려지는 과일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내가 먹었을 땐 맛과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상품 가치, 나에게 있어서 그런 건 모양이나 외관보다는 맛과 영양이다.

 

 

supermarket-949913_1920.jpg

 

 

생각해보니 마트에 진열된 식재료들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폐기 처리되는지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어떤 식재료가 가장 많이 폐기되는지, 어떤 과정으로 폐기가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진열대가 비어 보이면 구매욕구가 떨어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판매량보다 더 많은 제품을 들여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자료 조사를 진행해도 제대로 된 자료는 나오지 않았는데, 아마 기업의 정보이기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 아닐까 싶다. 친구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트에 침투해서 폐기의 모든 과정을 영상 다큐멘터리로 남겨버리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쓰레기 아니고, 함께 나눠 먹는 음식!


 

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에는 ‘라스트오더’가 있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에 대한 식당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앱이다. 보유 식당 수가 많이 없고 직접 방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 식당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식재료보다는 조리된 음식 위주다. 대부분 고기 위주고 채식 음식은 거의 없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다양한 곳과 협업하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에는 이런 서비스가 보다 더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인 것 같다. ‘FoodCloud’는 가정이나 식당, 가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잉여 재료와 음식이 부족한 계층을 연결하는 앱이다. 자선단체가 방문하여 음식을 수거해 가고 이를 빈곤계층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공유 냉장고를 세우는 곳도 있다. 마을에 세워둔 냉장고 안에는 주민들이 채워둔 음식이 있는데, 이는 누구나 꺼내 먹을 수 있다. 이는 모두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시 인간과 환경을 연결하는 일이지 않을까.

 

 

togood.jpg

 

 

가장 유명한 것은 ‘Too good to go’일 것이다. 영국의 지속가능한 레스토랑 협회에서 2011년부터 실행해오고 있는 캠페인이다.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에게도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 아주 저렴한 가격에 식당의 남은 음식을 포장해갈 수 있는 프로젝트다. 식당 마감 시간에 방문하면 제공되는 종이 접시에 음식을 원하는 만큼 담아올 수 있다. 특히 음식 물가가 비싼 곳이라 수요가 많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위생 등의 문제로 남은 음식을 구매한다는 것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로 인해 서비스 수요가 별로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텐데. 어떻게 하면 수요를 늘릴 수 있을까, 언제나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beetroot-3440339_1920.jpg

 

 

이처럼 식품은 우리의 삶 그리고 기후 위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리는 하루 3번 정도의 식사를 한다. 음식과 섭취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에 관련한 문제는 우리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 있다. 편의점에서 작은 사탕 하나를 구매하는 일이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작은 선택은 생각보다 큰 결과로 돌아온다.

 

식품회사, 대형 유통업체, 제조업체, 무역업자 및 투자자들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서 더 이상 서식지 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오염과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에 대한 생각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학교에서 실시되는 우유 급식, 식단에 대해 그리고 또한 마트나 상점 등에서도 다양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행동을 실천으로 옮겨도 조성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 좌절할 때가 많다. 특히 식단이 그러한데, 메뉴 선택이 불가한 학교 식단에서 뒤범벅된 핏덩어리들을 제외하면 먹을 것은 쌀뿐이다. 많은 이들의 인식 변화가 생겨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환경 파괴의 결말은 결국 인류멸망(?)일 텐데 안일한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답답할 때가 많다. 정부와 기업은 그 이름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개인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책임을 전가하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이름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banana-4493420_1920.jpg

 

 

팀 프로젝트는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더 팍팍하다는 걸 느끼게 했다. 환경단체는 우리에게 고기 메뉴로 된 점심을 제공했고, 어느 저명한 환경학과 교수님은 ‘석유나 석탄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끼치니,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으며, 여전히 티브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광고는 닭의 살점을 찢고 뜯어내고 튀겨내는 영상들이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전문가다. 우리는 광고 매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일 때도 있고, 전문가의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대로 받아들일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 같은 개인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너 하나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으니 유난 떨지 말라’, ‘어차피 죽을 거 그냥 즐기다 죽을 것이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노력과 변화라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우리 개개인이 한 명의 전문가임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의 소비와 선택은 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문가의 말이나 티브이의 광고처럼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음식은 개인이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선택의 무게를 알아차릴 때부터가 행동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지만 폭력이 있는 곳에서 내가 주최자이든 대상자이든 언제든 그 칼날은 나를 겨눌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진실을 추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한 나는 폭력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아니니 됐지’라는 생각은 이미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나에게 폭력을 가해도 괜찮아’라는 말과 동등하다. 어느 누가 착취 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싶겠는가.

 

호주의 산불는 단순 사고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잠겨버린 도시는 홍수 때문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단지 공장의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수준의 온실가스가 덮인 지구는 인간이 만든 칼날을 다시 인간에게 겨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막막하고 어두컴컴한 길 속에서도 작은 힘이 되는 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함께 걷는 여정은 즐거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손잡은 그 길은 더 이상 어둡지 않다.

 

 

 

컬쳐리스트tag.jpg

 




[장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07819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