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를 다시 사랑하게 된 이유 - 작은 아씨들 [도서]

글 입력 2020.03.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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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을 처음 읽었던 초등학교 시절에도, 네 명의 자매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단연코 ‘조’였다. 시간이 흘러 이 책을 다시 접한 지금도 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조의 톡톡 튀는 매력을 사랑했다. 초원에 처음 나간 어린 망아지 같이 활기찬 그의 모습을 동경했다. 처음 보는 누구와도 금세 친해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조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20대가 되어 다시 이 이야기를 읽어보니, 어렸을 때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로 하여금 다시 그의 열렬한 팬이 되게 한 조의 모습을, 나의 짧은 감상과 함께 기록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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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 중 조 마치의 모습.


 

우선, 조는 네 자매들 가운데 자신의 일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 보면 다락방에 들어가 잉크를 닦을 수 있는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비뚤게 쓴 채 소설 집필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여러 번 묘사된다. 글을 쓰고 기고하며 독자들의 평에 상처받고 몇 번이고 벽에 부딪히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볼 때 너무나도 행복하다. 절망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장면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조가 소설을 집필하고, 신문에 기고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조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일이 풀리지 않아 속상해하는 조의 모습을 보며 깊은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라도 놓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다. 글 쓰는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가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를 쓰며 고심하고 가족들과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꼭 거울을 보는 것 같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 봐!’ 라고 응원을 보내는 내 모습은 스스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내는 조의 모습은 큰 위로가 됐다. 자신의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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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 중 조 마치의 모습.

 


조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 역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그, 베스, 에이미에 비해 조는 훨씬 독립적인 인물이다. 에이미와의 대화에서도 그러한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난 세상을 개혁하려는 사람이 싫어. 언니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에이미의 말에 조가 ‘난 개혁가가 좋은데.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 세상은 개혁가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개혁가가 없으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아. 넌 구세대고 난 신세대인 셈이네. 넌 세상에 맞춰 살아.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 거니까.’라고 받아치는 부분을 읽고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나는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한 직업과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여성이 되고 싶다는 생각.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여성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꿈은 지금도 변함없다. 조의 모습은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그런데, 독립적인 조의 모습에 푹 빠진 내가 다소 의아했던 장면이 있었다. 바로 조의 결혼 장면이다. 책에서는 조가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그려지는데, 나는 이 부분이 독자들로 하여금 ‘여성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고 느꼈다. 여성이 무엇인가를, 특히 결혼과 출산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 그 권한이 온전히 여성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의 결혼 장면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여성의 선택과 관련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 있다고 본다.

 

*

 

성인이 되어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고, 조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조의 모습처럼 현명하고 독립적인, 열정적이고 따뜻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싶다. 조의 모습을 보며 내가 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다시 그려 간직할 수 있게 됐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그 부분마저도 의미 있다고 느껴질 만큼 좋은 책이었다.

 





작은 아씨들
- Little Women -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 공보경

출판사 : 윌북

분야
영미소설 / 고전

규격
124*178mm

쪽 수 : 968면

발행일
2019년 07월 30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5581-217-4 (02840)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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