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음악으로 모색하다. - 김영후 빅밴드 단독공연 :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 [공연]

한국의 재즈 빅밴드 공연을 감상한 시간
글 입력 2023.12.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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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후 빅밴드 포스터.jpg

 

 

한국에서 자주 보기 힘든 재즈 빅밴드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12월 10일 일요일 소월아트홀로 찾아갔다.

 

노을이 져갈 때쯤 시작된 ‘김영후 빅밴드 단독공연’은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라는 제목을 담았고, 그 위엄성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미래에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공연 같았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동생과 공연장에 들어섰다. 나와 동생은 둘 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막상 빅밴드 공연은 처음이라 서로 공연이 어떨지 대해 이런저런 서로의 궁금증에 대해 얘기했다. 이를테면, 공연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빅밴드 공연은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조명이 어두워졌고 곧 공연이 시작됐다.

 

 

김영후 빅밴드 (1).JPG

 

 

공연장을 가득 채운 17명의 단원들의 구성은 즉, 빅밴드의 리더이자 작/편곡가인 김영후 베이시스트를 포함한 리듬섹션, 목관악기, 트롬본, 트럼펫 단원들이었다. 단원들과 그 악기를 바라보며 있는데 흔치 않은 여성 드러머와 두 악기를 가진 단원도 보여 번갈아 연주한 것인지 싶었고 그 모습이 신선했다.


공연은 김영후 베이시스트의 인사로 시작됐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자신의 앨범인 범인류적 유산 즉, 공연의 제목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공연 제목에 대해 굉장히 심오하고 거창한 부분이 있지만 그보다 함께 즐기는 음악에 대해 강조했다. 깊은 의미가 내포된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그보다 관객들이 함께 즐겨주길 바란 것이다.

 

 

김영후 (2).JPG

 

 

공연은 곡에 관해 설명하고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했었는데 관객들을 배려하듯 진행한 방식은 곡에 대한 이해와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주제는 무거워보였지만 첫 곡 ‘Dancing in the Floor'의 경쾌함으로 시작한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몰입해 들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곡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이어 말해보도록 하겠다.


앨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추가적인 내용을 찾아보았고 이를 덧붙이고자 한다. 그가 앨범을 만들기 위해 시작할 때는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라고 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위기를 겪었고 많은 이들이 패닉 상황을 경험했다. 이렇게, 낙담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 인류는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또한 앞으로 인류가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고 이에 모티브를 얻어 곡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 설명에서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등 이 책들로부터 영감을 받았음을 언급했다. (「총, 균 ,쇠」 같은 경우에는 인류의 등장과 문명의 발달의 내용을 담으며, 인류는 어디서 등장했고 어떻게 전 대륙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장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또한, 「사피엔스」에서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증가를 설명하며 특히, 인류의 역사에 대해 인지혁명이라는 키워드로 얘기했고 「호모데우스」는 ‘죽지 않는 시대’에 대해 말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앞으로 소개할 곡들의 제목에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즉, 프로그램에서 곡의 구성은 이러했다. 앨범에 수록된 7개의 곡이 있었고, 앵콜곡 1곡으로 총 8곡을 공연에서 연주했다.

 

 

* 프로그램 구성 *

 

1. Dancing on the Floor

2. Cognitive Revolution

3. Network Song

4.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yperconnectivity

5. Florescence

6. New Discoveries

7.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

8. (앵콜곡) Pure imagination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 OST> 

 

 

관객의 입장에서 곡들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과 느낀 점들을 조금은 솔직하고 당돌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빅밴드라는 여러 파트로 나뉘어져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솔로 연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연주하는 연주자를 보면서 굉장히 음악적 즐거움을 느꼈다. 특히, 박자와 템포 그리고 화음적인 부분에서 듣기에도 어려운 곡 같아 보였는데 이를 환상적인 멜로디로 이끌어낸 단원들을 보며 매번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만약 소편성으로 구성된 연주였다면 공연의 주제를 담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빅밴드 공연으로 좋았던 공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다소 어렵기도 했다. 사전에 곡의 내용을 잠시나마 설명 들어 이해가 되었지만 곡 제목과 함께 곡의 흐름과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마치 와인처럼 참 여러 번 들어야 그 흐름이라든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김영후 빅밴드 (2).JPG

 

 

그럼에도, 곡을 들으며 상상한 바는 ‘Cognitive Revolution’를 들으면서는 태초의 인간에서부터 인간이 여러 생활 방식을 경험한 것 그리고 1~3차 산업 혁명으로 인류 문명의 발달되고 현재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파노라마처럼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또한, ‘Network Song’ 같은 경우에는 작게 흐르던 소리가 점점 더 커지면서 풍성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하나의 연결선이 점점 또 다른 연결선들을 만나 우리가 아는 세계 네트워크처럼 서로를 공유하게 된 네트워크 세상을 말하는 듯했다.

 

한편,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yperconnectivity’ 곡에서는 김영후 베이시스트가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하다 이 곡 만큼은 일렉기타를 사용했는데 AI와 같은 인공지능의 발달이나 극도로 연결된 초연결사회를 표현하는 것 같아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이 곡이 한동안 생각나기도 했다.

 

말 그대로 ‘Florescence’ 그 자체를 설명하듯 풍부하고 여유로운 느낌의 곡이었고,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New Discoveries’를 상상하며 미래의 인류를 상상해봤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20년, 30년, 아니 50년, 100년은 또 어떨까하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모든 것을 내포하듯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은 마치 무언가 해탈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 곡이었다. 변화무쌍한 인류의 역사임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다.


7개의 곡이 끝나고 마지막 앵콜곡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 OST 였다. 설명하기론 윌리웡카가 나왔을 때 흘렀던 곡이라고 했다. 이렇게 8곡을 모두 듣고 재즈 빅밴드의 공연 뿐만 아니라 범인류적 유산이라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깊은 철학적 생각을 할 수 있어 뜻깊었다. 그리고, 인류학, 생물학, 역사학 등과 관련된 도서에서 영감을 얻고 곡을 만들어낸 해석의 깊이에 대단함을 느꼈다.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영감에 대해 고민하곤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또 한 번 길잡이를 얻는 느낌이었다.

 

한국 재즈 빅밴드의 귀한 공연을 감상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재즈를 알리는 이에 비해 열리는 공연은 다소 적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재즈 음악이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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